'살아남은 크로마뇽인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라는 카피 문구와, 소설 같은
도입부때문에 첫 장만 읽고 잠시 미뤄 두었던 책이다. 그런데, 한동안 이 분야의 다른 책을을 읽다가 이 책을 다시 보니, 어머나, 저자가
브라이언 페이건 선생 아닌가? 다시 들고 읽기 시작하니,,, 오, 담겨 있는 지식은 물론 풀어나가는 방식이 대단하다. 내가 경솔하고 무식해서 이
책의 진가를 몰라봤던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사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이시다. 이 분의 <세계
선사 문화의 이해>는 대학 전공 교과서 같지만 (그래서 아직 리뷰 못 쓰고 있음 ) <위대한 공존>이나 <크로마뇽>은
술술 읽힌다. 대중적이면서도 깊이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다 빈치 코드 같은 소설식 추적과 추리과정을 보여 주어 갈수록 몰입하게
된다. 쉽고 빠르고 재미있게 읽었는데 지식이 남는다! 멋지다!
내용은 이렇다. 현대인의 직계 조상인 크로마뇽인은 네안데르탈인들과 공존했다.
그런데 그후 네안데르탈인은 자취를 감췄다. 같은 혹독한 환경을 겪으면서
크로마뇽인은 살아 남았다. 그 차이는 기숧혁신과 변화 능력에서 왔다.
속도와 이동성, 지속적인 혁신 계획 그리고
독창성이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근동 지역으로 집단 이주를 하는 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할 수 있게 해준 자질이었다. 소수의 사람들이 놀라운 속도로
장거리를 이동했다,
- 184쪽에서 인용
위와같이 결론을 요약해 놓으니 별 내용 없어 보이지만, 읽어보면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다.
특히, 이 결론을 증명하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다고 보는 이유는 4년 전 이후로는 네안데르탈인이
만들어 사용했던 방식의 화석 석기가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석기는,,, 그 석기와 크로마뇽인들의 석기 차이는,,, 이런 식으로 저자는
이 분야 문외한인 독자를 구체적으로 이해시켜준다. 대개 세계사 통사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은 만들지 않았던 뼈바늘을 크로마뇽인들은 만들었다', 이
정도만 서술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작은 뼈바늘이 갖는 큰 의미를 다 알려 주고 있다. 바늘이 발견되었다는 건, 그들이 옷을
재봉해서 몸에 맞게 만들어 입었다는 것이고, 추위를 더 효과적으로 막아 거주 지역을 더 넓혀갈 수 있었단 말이고, 환경 변화에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건 단순히 유물 중 하나인 바늘 이야기가 아니라 크로마뇽,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무진장 재미있다. (그런데, 이 분야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좀 지겨울 수도 있을 것 같다.
)
선사시대 책 보다보면 어느 학자나 다 4만년 전 인류에게 지적인 빅뱅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석기의 혁신은 물론, 동굴
벽화나 조각품들로 보아 인류의 지적 능력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혁신이 생기게 된 원인을 4만년전 화산 폭발에서
찾는다. 현재 나폴리 근처 캄파니아 화산 대폭발로 4만5천년 전, 유럽의 호모 사피엔스
인구가 줄어들게 되는데, 고작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정도가 고립된 작은 무리로 존재하던 이 시기에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결정적 변화가 발생했을
지도 모른다라고.
그후 화산폭발과 그 뒤에 이어진 추위가 인간의 활동을 바꾸어
놓았다. 식량 부족과 추위로 인해 다른
무리들과 중대한 사안들을 상의하기 위해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했기 때문에 크로마뇽인들이 더 제한된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생겼다. 고립된 삶이
깨졌고, 지능이
높아지고, 다른 무리와의 연락이
빈번해졌으며, 기술적 혁신이 꽃을
피웠다. 이윽고 기술혁신은 사회적 종교적
삶, 미술과 음악, 냉혹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를
규정하는 복잡한 믿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본문 - 192쪽에서 인용
이 점이
크로마뇽인과 그 시대를 다루는 다른 책들에는 없는 내용이어서 흥미로웠다. 지도도 유물 유적 사진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