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읽은 책이다. 두께와 상관없이 술술 잘 읽히고, 이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는 내 생각을 나도 모르겠어서 당시에 리뷰는 못 썼다. 이번에 데이비드 크리스천과 신시아 브라운의 책을 비롯, 다른 빅 히스토리 류 서적을 읽은 김에 정리하고저 짧게 리뷰 남긴다.

 

책의 내용은 명확하다. 호모 사피엔스 종이 출현하고 지금까지 세 번의 혁명을 통해 현대 문명에 이르렀다는 말. 그런데 곧 망할 것 같다는 말.

 

조금 더 써 보자. 첫번째는 인지 혁명이다. 언어를 기반으로 인류는 신화를 공유하며 협력 사회를 만들어냈다. 두번째는 농업 혁명이다. 신석기시대에 시작한 농경 덕분에 잉여 생산물이 생겨나면서 계급이 발생했다. 종교와 정치, 돈이 세계의 질서를 움직이게 되었다. 최근의 혁명은 과학 혁명이다. 여기까지, 세 번의 혁명이 일어나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인류는 더더욱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다른 종을 멸종시키고 있다. 인류 문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호모 사피엔스는 이제 스스로를 파괴해 역사를 끝낼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뭐 이렇다.

 

다른 분들 리뷰를 보니 농업 혁명 부분에 대한 언급이 많다. 중고교 시절 교과서에서는 신석기 혁명이라 부르며 굉장히 긍정적 의의를 부여하고 있었기에 그런가보다. 그러나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이 시기에 현재 인간이란 종이 자행하는 모든 악행의 기본틀이 다 만들어졌는걸. 식물을 길들이고, 동물을 길들이고, 그리고 여자를 '집 안의 가축'으로 길들이고, 노예를 '말하는 가축'으로 길들이고,,,,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사실은 동식물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고 살아남고자 인간을 이용했다, 농경 시작 이후 인간의 삶의 질은 더 떨어졌다,,,,는 식으로, 독자들의 기존 사고 방식을 깨 주기는 한다. 사실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지나간 자리에는 다른 종들의 멸종이 자행되었다는 것을 밝혀 주기는 한다. 반면 여성 쪽 언급은 짧게 얼머무리고 지나간다. 아쉽다. 인간을 종 단위로 서술하는 '빅 히스토리'여서 그런 것일까? 그럼 여기에서 인간종은 남성만인가? 그거야 말로 반만년 역사를 유지해온 신화 아닌가? 인간종이 같은 호미닌인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거나 다른 거대 포유류 종들을 멸종시킨 부분은 명시하면서, 다른 대륙에 살던 원주민들을 학살한 이야기도 명시하면서, 왜 페미사이드 부분은 강하게 쓰지 않았을까?

 

이 책과 다른 빅 히스토리 류를 읽으면서, 내게는 계속 그런 의문이 남는다. 이 책의 저자는 다른 빅 히스토리 류에 비해 지구 환경의 영향보다 문화의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것이, 우리의 문화를 반성한다는 것이 과연 어때야 할까? 아놔, 생각이 많아진다.

 

아, 그러나 '지금의 세상이 이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세상이 지금 이 제도로 굴러가는 건 이 제도가 올바르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과거에 이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생긴 우연이다,,,, ' 이런 입장에서 계속 서술하는 것은 참 좋았다. 종종 우리는 단지  그 사건 이후 시간이 흘러 가다보니 이런 결과가 되었을 뿐인데 그것이 '진보'라고 착각하기도 하니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선택을 합리화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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