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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9
임현치 지음, 김태성 옮김 / 실천문학사 / 2006년 4월
평점 :
루쉰 평전을 읽었다. 사후 8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중국의 학자들이 자신의 글에 루쉰의 글을 인용할 정도로 루쉰은 가치의 척도로 인정받는 작가이다. 혁명가이자 문학가로서 격동기 중국 현대사에 이 정도 거인이 없다는 것은 뭐 다들 인정하는 사실이니 루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이 책에 대한 것만 간략히 적겠다.
이 책은 중국에서 루쉰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임현치 선생의 세번째 루쉰 평전을 번역한 책이다. 임현치 선생은 두번째 평전의 오류를 바로잡아 세번째로 이 책을 내었다하니, 도대체 언제까지 루쉰 평전을 내실지 알 수 없다. 평전의 주인공인 루쉰 선생도, 평전을 쓰신 임현치 선생도 존경스럽다.
책은 루쉰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시간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다. 평전이지만 열렬한 찬사와 의미부여는 없다. 담담하게 루쉰의 행적과 저술 내용, 논쟁을 요약해서 들려줄 뿐이다. 저자는 지나치게 개입해서 해석하지 않는다. '루쉰은 혁명을 흉내내는 사람이 아니라 천성적인 혁명가였고 영원히 현실에 맞서는 사람이었다.(- 58쪽에서 인용)' , '권력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저술을 통해 근본적으로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그의 노선이었다. (- 136쪽에서 인용)' 이 정도의 밋밋한 평가를 내린다. 그래서 좋다.
1,2부에는 어느 정도 전기적 상황 서술이 보이지만 3부는 상해 정착 이후 논쟁 과정 위주로 되어 있어 좀 지루하다. 루쉰 선생의 판화 이야기도 없다. 저자는 문필 관련 활동에만 촛점을 두고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관심있는 루쉰의 두번째 부인 쉬광핑(허광평)에 대한 부분 서술이 조금밖에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쉬광핑이 루쉰 내조만 하고 외적 활동이나 집필 포기하는 대목에서 '허광평은 노신의 이런 생각에 순순히 따랐다,''이는 그녀가 원한 일이기도 했다.'라고 서술한 부분을 보니, 사악한 나는 "그건 아저씨 말이고! 허광평 마음 속 생각은 들어나 봤나?"하고 외치고 싶어진다!)
이 책에는 당시 중국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다. 저자분은 자국민 독자들은 당연히 아는 역사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쓰신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12.9 운동이다.'라고 들입다 써 버리시니,,, '허광평이 호랑이 꼬리에 간다'라고 아무 전후 설명 없이 서술해 버리시다니,,, 이 '호랑이 꼬리'가 베이징 시산티아오에 있는 루쉰의 서재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 다들 알까? 어느 정도는 좀더 친절한 역자 주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듯 이 책은 어느 부분은 우리나라 독자들이 읽기에는 대략 난감일 수도 있는 책이다. 루쉰 뿐만 아니라 관련 문예운동가들의 사진이 많은 점은 좋았다.
여튼, 생각 외로 루쉰 선생의 작품에는 소설 창작보다 외국 소설 번역 작품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끝까지 세계와 팽팽히 대결하는 혁명가의 길과 근면한 작가의 길을 동시에 치열히 걷다 가셨다는 것도 인상 깊다. 아래 유언은 정말 읽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물론 이 외에도 할말이 있었지만 이미 잊어버렸다. 다만 열이 몹시 날 때면 유럽인들은 임종시에 흔히 남이 너그럽게 용서해줄 것을 바라며 자신도 남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의식을 지낸다는 사실이 기억날 뿐이다. 나의 적과 원수는 적지 않은데 신식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나는 생각해보고 나서 이렇게 결심했다. 그들에게 얼마든지 증오하게 하라. 나도 하나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본문 397쪽에서. 루쉰의 유언에 해당하는 <죽음(死)>의 일부분.
*** 사소한 지적.
187쪽 단체 사진, 넷째줄 왼쪽에서 첫번째 인물이 노신이다. => 오른쪽에서 첫번째 인물임. 눈썹 보면 티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