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의 -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삼국지의 진실을 만난다!
이중텐 지음, 양휘웅 외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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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중톈 교수가 중국 CCTV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거의 강연할 때의 어투 그대로 구어체로 표기되어서 500쪽이 넘는 분량이 쉽게 읽힌다. 단점은 적벽대전 당시 조조군에 돈 전염병이 싸스, 조류독감이었다는 식의 현장에서나 먹히는 농담까지 그냥 실려 있다는 점.

 

삼국지를 안 읽었거나, 읽었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이 책이 좀 당황스러울 것 같다. 전체 맥락 설명없이 바로 조조 인물분석으로 들어가면서 관도대전이 지나치고, 손권과 유비 인물평이 나오면서 적벽대전을 언급한다.하지만 삼국지 매니아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편역자에 따라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이 책은 삼국지의 인물과 사건들에 대해 아주 다양한 각도의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로 아는 삼국지는 소설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다. 알다시피, 중화주의적 관점이 강해, 유비의 촉한을 높이 평가하고 조조를 깎아 내린다. 그리고 제갈량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주유나 노숙은 업적을 축소해서 서술한다. 저자 이중텐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여 소설 <삼국지연의>뿐만 아니라 진수의 <삼국지>, 범엽의 <후한서>, 사마광의 <자치통감>등의 역사자료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재구성한다. 정사, 야사, 문학, 민간전승까지 관심을 가지고 기존의 삼국지 연구자들의 견해를 골고루 소개한다.

 

인물들을 그 인성 자체보다 시대상황에서 그 인물의 그런 성향이 발현될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점 - 조조를 '사랑스러운 간웅'이라 평하는 장면 - 을 읽으면, 비단 1800년전 남의 나라의 허구 범벅 이야기와 역사지만, 와 닿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당신이 삼국지 매니아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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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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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의 김태권 씨의 중국 진한시대 역사만화이다.

 

중학교 시절, 사회 시험문제에 '한자가 지금의 형태로 완성된 시기는?'이란 문제가 주관식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예상 외로 많은 아이들이 틀렸는지, 답 맞춰 주시며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멍청한 놈들아! 한나라 시대에 완성되었으니까 '한자'이지! 다른 시대였으면 '당자','수자','원자','명자'가 되게?"

 

이렇게 '한자' 하나만 놓고 보아도 알 수 있듯 동아시아 문화의 기본 틀은 거의 한나라 시대에 완성되었다. 심지어 현재 우리는 장기를 두며 그 옛날의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투를 재현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익히 아는 <사기>와 <초한지>와 <삼국지>가 공통으로 이 한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 고전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는 지금까지도 우리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다. 그외 등등, 말하자면, 한나라 시대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만큼이나 동양을 이해하는데 필수코스라고 하겠다.

 

책 내용으로 말하자면, 1권은 한나라 성립 이전 진시황의 중국 최초 통일과정을 다루는데 진시황의 업무능력과 인성, 그리고 이사의 법가 사상 실천이 주 내용이다. <사기>를 비롯, 이 시기 중국사서를 이미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는 내용 확인하는 정도 수준이어서, 이 시기 중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쉽게 읽기 좋은 책이라 하겠다. 진시황의 친부가 여불위라든가 호(胡)때문에 진나라는 멸망한다는 예언 운운하는 이야기는 빼 버리고 확실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어서 좋다. 딱 정식 코스대로 가는 책이다. '분서갱유'의 실제 모습을 밝혀 준 점 - 유학자보다 방술사 위주로 처형한 점 - 은 다른 책에 비해 신선했다. 단, 한가지 시황제 명칭의 유래가 본문 만화에 나오지 않아 의외였는데 뒤에 다른 분의 설명에 서술되어 있었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후한시대 화상석(畵象石) 탁본에서 따온 그림이어서 저자가 고증에 노력한 티가 역력히 난다. 그래서인지 판화같은 느낌이 난다. 전작 <십자군 이야기>에서는 태피스트리 그림이라든가 스테인드글라스 그림같은 테두리를 강조한 그림이어서 중세 느낌이 낫듯이.  

 

그림과 함께 역사책을 보니 좋은 점이 있다. 전에 <사기>를 읽을 때, 진시황이 매일 한 섬(약 30kg)의 공문서를 처리했다고 나와 있어서 나는'우와~'하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이 시기의 문서란, 종이 상태가 아니라 목간, 죽간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종이로 된 책에서 그 대목을 읽으면 당연 종이의 무게로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 170쪽에서 진시황이 목간을 들고 수결하고 있는 그림을 보니, 그제서야 <사기>를 읽으며 내가 혼자 얼마나 착각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하핫, 만화도 이런 앎의 즐거움을 준다!  

 

시시한 학습만화와 달리 유치한 개그가 없어서 좋았다. 십자군 이야기에서 보였던 '부시'당나귀 같은 캐릭터도 이번에는 없다. 독자를 가르치려는 저자의 개입, 논평, 교훈 등등도 없어서 더욱 좋았다. 물론 그래도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소통 부재 독불장군의 진시황의 모습에서 누구를 떠올릴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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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 항우와 유방 - 제국의 붕괴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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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전 진의 통일 과정을 그렸던 1권에 이어 본격적인 한나라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승, 오광의 난과 한신, 항우, 유방의 활약을 주로 담고 있다. <초한지>등 항우와 유방, 한신과 관련한 드라마틱한 내용은 거의 배제하고, 기본 역사 서술 위주로 가고 있다. 후대에 기록되면서 더해진 부분, 전설 인용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좀 담담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특히 '홍문연'부분같은 경우 말이다. 전체적으로 연표를 그림과 더불어 읽는 느낌이었다.

 

한고조 유방의 출신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자 시종 '유막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점이 독특했다. 또한 두 호걸(어쩜 한신까지 셋) 위주로 당시 역사를 서술하는 다른 책과 달리 농민봉기의 모습에 페이지를 많이 할애한 점도 좋았다.

 

1권처럼, 이번에도 책 뒤에 '키워드로 읽는 한 나라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여기에서 한자 夷자의 유래를 갑골문, 금문 등을 총해 楚를 가리킨다는 점을 밝혀준다. 초나라는 장강 유역을 지배했던 남방의 강대국으로서 황하 유역의 다른 나라들과 문화가 달랐기에 중원의 나라들은 초나라를 주변 오랑캐로 취급했다는 것. 그래서 춘추시대 제후국들의 '존왕양이'는 주왕을 모시고 초나라를 물리친다는 강력한 타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내가 몰랐던 부분이었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1권에서는 거의 후한시대 화상석(畵象石) 탁본에서 따온 그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목판화, 그림자 연극에 쓰인 가죽 인형, 토용, 기타 유물의 문양 등으로 더욱 다양하게 고증하여 그렸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경우, 정면 얼굴, 흉부까지의 클로즈업 그림이 나오는데 기본적 그림 하나를 각도를 달리 그린다거나, 명암이나 손동작을 이용하여 심리를 표현해주는 점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점은 정말 나의 쓸데없는 감상인데, 이 작가는 천한 출신의 인물을 그릴 때는 구강구조를 돌출해서 그리고, 귀족 출신의 경우 야무진 입매무새로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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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 베이징 古家와 중국근대사 인물이야기에서 역사를 보다
천광중 지음, 박지민 옮김 / 현암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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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답사 가기 전에 읽고 기록 안하고 서가에 꽂아 버린 책이다. 오늘 다른 책 검색하다 찾아보니 리뷰가 한 편도 안 달려 있기에 안타까워서 읽은 지 몇 달 지나 세세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몇 자 적는다.

 

한 마디로, 이 책 참 좋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아, 행복해!'하고 혼자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책 갈피에서 은은한 차향이 풍기는 것 같고 온 정신과 몸이 기분좋은 노곤함에 빠져든다. 

 

이 책은 베이징의 낡은 뒷골목인 후퉁에 숨은 사합원과 회관에 대해, 그곳에 머물던 중국 근현대사의 기라성같은 문인과 혁명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 근대문학의 대가 루쉰이 살던 사오싱 회관, 변법자강운동의 캉유웨이가 살던 미시 후통의 난하이회관, 중국의 국부 쑨원이 살던 주차오지에의 중산회관, 마오쩌둥이 잠시 머물렀던 란만후통의 후난 회관,,, 등등 베이징의 수많은 회관과 그곳을 거쳐간 유명인이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건조하게 만나던 이들을 그들의 공간에 담긴 육체가 있는 존재로서 다시 만나게 해 준다. (중국의 회관이란 명, 청시절 동향 사람들에게 주거를 제공하고 모임의 장소를 마련해주는 목적으로 수도 베이징등 대도시에 설립한 일종의 관사이다)

 

회관 아닌 사합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미로같은 후통을 보물찾기하듯 더듬어 가 보면 위안스카이(원세계)를 피해 차이어가 베이징 미엔화후통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베이징 대학 초대 총장이었던 차이위안페이(채원배)가 살던 동청취 동탕즈후통의 옛집, 반청 혁명가 장즈지엔과 그의 딸 장한즈와 결혼한 중국 외교계의 거물 차오관화, 2대의 역사적 유명인이 살았던 스지아후통, 아, 나는 동청취 베이고우옌 후통 23호 량치챠오(양계초)의 사합원에, 시산티아오의 루쉰의 서재 '호랑이 꼬리'에 가 보았어야 했다! 이 책에서 나는 좁은 후통을 지나치는 그들의 낡은 옷소매자락을 몇 번이고 스치며 그들의 몸내음을 맡는다. 옷자락을 도대체 몇 번이나 스쳐야 나는 이 남자들의 진면목을 알게 될까.

 

기쁘고 다행한 일은 '호랑이 꼬리'라 불린 작디작은 방에서 역사적이고, 문학적이고, 혁명적인 루쉰이 만들어졌고, 동시에 평범한 인성을 가진 루쉰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방에서 루쉰은 입체적이고 완전하고,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 121쪽

 

우리가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보통 명사의 집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을 보존하는 것이고 그들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에 대한 존중인 것이다.  - 269쪽

 

베이징 자유여행 가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저자분이 직접 찍으신 흑백사진의 풍경, 직접 보고 느끼고 싶지 않으신가. 베이징 도시 재개발로 인해 이 유서깊은 후퉁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 풍경을 오롯이 맘 속에 담아 오고 싶으시다면, 이 책이 답이다.

 

,,, 그리고 이 책이 내 마음에 들어온 지극히 사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공학을 전공한 저자분이 나이 마흔에 하던 일을 때려 치고 낸 책이라는 것. 그런데도 문장과 서술 방식이 오래오래 고민하고 공부한 티가 난다는 것. 나는 이런 열정적인 비전문가의 생생한 역사 이야기를 읽는 것이 참 좋다. 닮고 싶다.

 

*** 사소한 지적

 

본문 92쪽의 朝花夕拾은 조화석'십'이 아니라 조화석'습'이라 읽고 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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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수도, 베이징
조관희 글.사진 / 창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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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여행 서적이야 많다만 실용적인 교통과 숙소, 관광명소, 음식점에 대한 정보 위주여서 학구적인 궁금증을 가진 독자는 읽을 거리가 없다. 그런 책에 이따금 역사나 문화에 대해 구색맞추기 식으로 들어가 있는 내용들은 오래전 상황이거나 근거 없는 낭설과 야담, 허접한 흥미거리 위주여서 읽다보면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너무 전문적인 책을 읽노라면 분야별로 여러 권을 찾아 읽어야해서 번거로운데, 이 책은 딱 한 권으로 베이징의 과거 현재 역사와 명소, 베이징 시민들의 현재 삶까지 다 접할 수 있어서 좋다. 그것도 전문가의 신뢰성 있는 서술로.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별로 나눠져 (내가 읽기에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지만) 계절별로 그 계절에 가 보면 좋은 베이징의 명소를 소개한다. 모든 소개에는 역사를 곁들여 말해주고 있는데 그 서술에 깊이가 있다. 봄 부분에서는 베이징의 호수인 베이하이(北海)와 중난하이(中南海)의 춘경을 소개한다. 원 시절 마르꼬 뽈로의 다리로 유명했던 루거우챠오(盧溝橋)를 소개할 때에는 관련 한시와 중일전쟁 발발까지 설명해 주신다.이어 저자는 종축선을 따라 설계된 계획 도시 베이징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베이징의 배꼽이라고 톈안먼(天安門)광장을 칭하기도 한다. 여름 편에서는 옌징(燕京)과 베이징대학, 베이징의 후퉁(胡同)을 소개한다. 에드거 스노우가 살았던 후퉁 사진도 있다. 거지 선완싼(沈萬三)과 스차하이(什刹海) 전설을 들려 주시기도 한다. 징항운하(京杭運河) 이야기도 이어진다. 가을편에서는 베이징의 가을 풍경 이야기로 시작하여 쑨원의 일화가 얽힌 비윈쓰(碧雲寺)와 베이징 주변의 장성의 역사를 서술한다. 그리고 드디어 자금성 - 구궁(故宮)에 대한 본격적 설명이 시작한다. 이 부분만 읽어도 베이징 관광가면 보는 것이 다르게 보인다. 겨울 편에서는 칸발릭이라고 불렸던 원 시대의 베이징, 원 이전의 베이징,,,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저우커우뎬(周口店)의 베이징원인(北京猿人)까지 설명한다. 그리고 쓸쓸한 겨울에 어울리게도 명 마지막 황제의 최후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하지만 저자분은 마냥 감상에 빠지지 않고 베이징 일반인들의 겨울 나기 풍경(탕후루와 훠궈 먹기)과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王府井) 풍경 묘사를 통해 현재 베이징에 살고 사랑하고 먹고 숨쉬는 사람들의 현실로 독자들을 다시 데려다 놓는다.

 

중문학을 전공하신 분 답게 곳곳에 중문학 명시와 명 문장들을 인용해 놓으셔서 읽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고맙게도 참고문헌을 통해 출전까지 밝혀 주셨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매우 아쉽다. 이 책은 감상적이거나 정체불명의 정보 나열인 다른 여행서적과 비교도 안될 정도여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앞으로 이 책을 두고두고 참고하며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다.

 

여튼 베이징 여행을 앞두고 있는 분께 강추! 그리고 여행 계획이 없으신 분에게도 강추!중국 통사류 책들을 읽을 때 곁들여 읽으면 좋은 책이므로 중국 관련 독서 계획 있으신 분들께도 강추! 흔한 여행서적이 아니라 깊이있는 인문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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