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도, 베이징
조관희 글.사진 / 창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이징 여행 서적이야 많다만 실용적인 교통과 숙소, 관광명소, 음식점에 대한 정보 위주여서 학구적인 궁금증을 가진 독자는 읽을 거리가 없다. 그런 책에 이따금 역사나 문화에 대해 구색맞추기 식으로 들어가 있는 내용들은 오래전 상황이거나 근거 없는 낭설과 야담, 허접한 흥미거리 위주여서 읽다보면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너무 전문적인 책을 읽노라면 분야별로 여러 권을 찾아 읽어야해서 번거로운데, 이 책은 딱 한 권으로 베이징의 과거 현재 역사와 명소, 베이징 시민들의 현재 삶까지 다 접할 수 있어서 좋다. 그것도 전문가의 신뢰성 있는 서술로.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별로 나눠져 (내가 읽기에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지만) 계절별로 그 계절에 가 보면 좋은 베이징의 명소를 소개한다. 모든 소개에는 역사를 곁들여 말해주고 있는데 그 서술에 깊이가 있다. 봄 부분에서는 베이징의 호수인 베이하이(北海)와 중난하이(中南海)의 춘경을 소개한다. 원 시절 마르꼬 뽈로의 다리로 유명했던 루거우챠오(盧溝橋)를 소개할 때에는 관련 한시와 중일전쟁 발발까지 설명해 주신다.이어 저자는 종축선을 따라 설계된 계획 도시 베이징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베이징의 배꼽이라고 톈안먼(天安門)광장을 칭하기도 한다. 여름 편에서는 옌징(燕京)과 베이징대학, 베이징의 후퉁(胡同)을 소개한다. 에드거 스노우가 살았던 후퉁 사진도 있다. 거지 선완싼(沈萬三)과 스차하이(什刹海) 전설을 들려 주시기도 한다. 징항운하(京杭運河) 이야기도 이어진다. 가을편에서는 베이징의 가을 풍경 이야기로 시작하여 쑨원의 일화가 얽힌 비윈쓰(碧雲寺)와 베이징 주변의 장성의 역사를 서술한다. 그리고 드디어 자금성 - 구궁(故宮)에 대한 본격적 설명이 시작한다. 이 부분만 읽어도 베이징 관광가면 보는 것이 다르게 보인다. 겨울 편에서는 칸발릭이라고 불렸던 원 시대의 베이징, 원 이전의 베이징,,,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저우커우뎬(周口店)의 베이징원인(北京猿人)까지 설명한다. 그리고 쓸쓸한 겨울에 어울리게도 명 마지막 황제의 최후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하지만 저자분은 마냥 감상에 빠지지 않고 베이징 일반인들의 겨울 나기 풍경(탕후루와 훠궈 먹기)과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王府井) 풍경 묘사를 통해 현재 베이징에 살고 사랑하고 먹고 숨쉬는 사람들의 현실로 독자들을 다시 데려다 놓는다.

 

중문학을 전공하신 분 답게 곳곳에 중문학 명시와 명 문장들을 인용해 놓으셔서 읽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고맙게도 참고문헌을 통해 출전까지 밝혀 주셨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매우 아쉽다. 이 책은 감상적이거나 정체불명의 정보 나열인 다른 여행서적과 비교도 안될 정도여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앞으로 이 책을 두고두고 참고하며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다.

 

여튼 베이징 여행을 앞두고 있는 분께 강추! 그리고 여행 계획이 없으신 분에게도 강추!중국 통사류 책들을 읽을 때 곁들여 읽으면 좋은 책이므로 중국 관련 독서 계획 있으신 분들께도 강추! 흔한 여행서적이 아니라 깊이있는 인문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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