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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 지리 ㅣ 서남동양학술총서 5
류제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뻔한 평이지만, 이 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화장하는 여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메이크업 베이스 같다. 중세 회화 식으로 말하자면 프레스코화의 바탕이 되는 회칠같다. 이 책 자체로는 큰 효용이 없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다른 중국 관련 서적을 접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은 정말 땅덩이가 넓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일기예보에서,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예보를 이해못한다는 우스개가 있듯이. 그래서 어느 분야를 파더라도 중국의 역사지리에 대한 바탕 지식이 없다면 깊은 이해가 어렵다.
나도, 이 책을 좀 늦게 만났다는 후회가, 즉, 그 동안 읽었던 중국 관련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설렁설렁 넘어가 버린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지형의 변천이나 농업 지리, 인구 이동과 한족의 형성에 대한 내용은 정말 탁월하게 궁금증을 풀어 준다. 하다못해, <삼국지>를 읽더라도, 삼국의 수도를 왜 그 위치에 잡았는지 하는 점, 전란 와중에 손실된 농토와 유이민에 대한 생생한 보고 등을 이 책을 통해 접했으니, 이제 더욱 <삼국지>를 즐길 수 있으리라. 오호라, 정말 기본 중의 기본 필독서로고,,,,
세계사 시간에 언뜻 지나갔던 한무제의 도로 정비라든가, 수나라의 대운하 등 백문이불여일견 격 지도가 충실히 실려 있다. 각 왕조별 고도의 성곽 위치도 나와 있어 이해를 돕는다.
제 7편의 '도시 지리의 역사적 변천' 부분에서 장안, 낙양, 개봉, 남경, 베이징 등 6대 고도의 역사적 편천과 정치, 지리적 배경을 설명한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 앞 부분은 조금 지루하다. 솔직히, 의무감으로 읽은 부분도 있었다. 앞부터 읽다가 질린 독자는 제 7편이나 부록의'중국지지'를 먼저 읽는 것도 좋겠다.
단, 어느 정도 중국사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는 독자가 읽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함양과 장안과 시안이 같은 도시라는 정도, 중국 왕조사를 외우는 정도는 메이크업 베이스 이전의 로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