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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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내게 힘든 일이 있었다. 성공 보장도 없는데 가던 길을 계속 힘들게 가야할지, 포기하고 안정을 택해야할지를 고민했다. 역시나 책벌레답게 책을 검색했고,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은 이랬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문인이라는 구태의연한 허상을 벗어던지고 그야말로 생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해 말한다. 삼십오 년 동안 지속적으로 소설을 써내기 위한 일상적인 실천, 건전한 야심을 품고 해외시장에 도전한 개척자로서의 모험과 성공, 소설로 먹고살기 위해 작가가 자신의 생업에 대하여 지녀야 할 자질과 태도를 열두 개의 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위에서 "35년 동안 지속적으로 써내기,,,, "라는 대목에 그만 정신줄을 놓았다. 이건 무조건 읽어야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되는 비법을 얻을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놔,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라는 1회부터 연달아 등짝을 두들겨 맞고 혼난 기분이었다.

 

한 줄 한 줄이 눈물겹게 와 닿아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명심하고픈 부분을 옮겨 적는다.

 

제 6회인 '시간을 내편으로 만든다 - 장편소설 쓰기'라는 꼭지에서 하루키는 매일매일 20매씩 쓰는 습관의 중요성을 말한다. 잘 써져도 20매, 잘 안되도 20매라며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아아, 그는 규칙적으로 쓰고 뛰고 맥주를 마시지만, 내가 실천하는 것은 규칙적인 맥주 마시기밖에 없었구나.

 

원고 고칠 때 상대의 조언을 받는 자세에 대해 쓴 부분도 실용적 조언을 담고 있어서 옮겨 놓는다.

 

읽은 사람이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 지적의 방향성은 어찌 됐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내포된 경우가 많습니다.

- 157쪽

 

원고에 시간을 투자한 차이에 대해 온천물과 가정욕조물의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세 군데 인용해 놓는다.

 

작업 하나하나에 들인 시간의 퀄리티는 틀림없이 작품의 '납득성'이 되어서 드러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는 역력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 167쪽

 

시간이 쟁취해낸 것은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면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 165쪽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자면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시간에 컨트롤 당하기만 해서는 안 되지요.

- 167쪽

 

특히 제 7회 꼭지인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한 업'이란 대목은 줄 쳐가며 눈물 닦으며 읽었다. 글 쓰기란 고독한 작업이니 내 육체를 다스려 참을성 있게 묵묵히 꼼꼼히 하라는 것,,,,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하루 꾸준히 끌어당겨 자꾸자꾸 뒤로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당신은 그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씩입니다. 한꺼번에 몰아 이틀 사흘씩 해치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꼬박꼬박 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말할 것도 없이 지속력입니다.

- 180쪽

 

그러면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단 한 가지, 아주 심플합니다. 기초 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 편으로 만들 것.

- 181쪽

 

책  좋았다. 참 좋았다. 위에 옮겨 놓은 부분이 특히  내게는 현실적인 조언이 되어 주었다. 꼭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혼자서 외롭게 작업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오랜 시간 한길을 가야 성과가 조금 보이는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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