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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 김지향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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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에게 음식은 생명의 연장을 위한 필수다. 또한 허기를 해소해주거나 영양소를 공급받기 위한 일차적 목적 외에 맛난 음식을 통해 오감을 충족시키며 삶의 질감을 더욱 섬세하고 풍성하게 하는 요소중 하나인 셈이다. 처음 인류는 음식을 자연에서 구했다. 산열매와 구근, 동물의 살코기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했고 점차 저장기술과 더불어 대량 생산과 먼거리로의 유통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식품산업은 의학과 과학을 만나면서 유행처럼 붐을 일으키다가 사그라들고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는 식품은 또다시 온갖 루머와 혹은 맹목적 신임을 얻게된다. 지금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어느 유명인사가 나와 어디에 좋다라고 하면 그 상품의 소비 그래프는 껑충 뛰어오르다 정점을 찍고는 내려오기 마련이다. 도대체 누가 우리의 먹거리를 지배하는가? 무슨 근거로 우리는 식품을 선택하고 신임하는가? 영양학자의 말 한마디에, TV에 나오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너무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식품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음식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해서 이익을 보는 기업과 그 기업과 결탁한 이해 관계자들의 은밀한 배후와 실체를 밝히고 있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치는 인간들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돈이 된다면 그 음식이 독이 되든말든 개의치 않는 파렴치범들은 여전히 이익이 될만한 곳에 더러운 손을 담그고 있다. 또한 식품에 대한 맹목적이고 전폭적인 지지가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요구르트를 마시면 대장속의 유해균들을 죽여 140세까지 장수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메치니코프는 정작 자신은 71 세에 생을 마감하면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건강에 좋으면 무조건 맹신하고 먹어대는 '푸드패디즘'의 시대가 저물고 의사들이 의약품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자 1906년에 '식품의약품법'이 통과되면서 생명연장의 꿈은 좀더 과학적이고 시스템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식품에 대한 안정성 확보와 세균과 바이러스에대한 공포에서 어느정도 헤어날 수가 있었고 식품에 대한 맹목성에서 어느정도 가려볼 줄 아는 눈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15년에 미국의 화학자 엘머 맥컬럼에 의해 비타민 A의 발견, 그보다 4년 앞서 풍크가 발견한 비타민 B의 발견, 그후 괴혈병을 예방하는 비타민 C와 구루병을 예방하는 비타민 D의 발견은 다른 식품들을 모두 밀어내고 비타마니아에 열광하는 모습을 낳기도 했다. 비타민 열풍은 아직까지 식지 않고 있으니 마케팅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비타민 시장 확대의 새 지평을 열어젖힌 플라이시만 이스트 덕으로 지금 기업들은 톡톡히 이익을 남기고 있고 사람들은 비타민 과잉을 초래할 만큼 비타민 섭취가 생활화 되었다.

 

지금도 가공식품에서, 농약이 과다하게 살포된 과일이나 채소에서, 유전자조작 식물(GMO)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라면스프에서 1등급의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고춧가루에서 공업용 색소나 쇳가루가 나오고, 원산지를 속여 폭리를 취하는 인간들 틈에서 살고 있다. 먹거리를 안전하게 보장 받기 위해서는 유기농 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체결하는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식품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함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식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 인물들, 에피소드들, 흥미롭기는 하나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 또한 점검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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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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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보들아~ 공산주의의 반대말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란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 언제인지는 밝히기 어려워도 그 바보들 안에 한때, 아주 잠시, 속해 있지 않았는지....

나는 그랬다...공산주의에 대해 반공정신으로 세뇌당하고 있을 때, 공산주의와 반대되는 말이 민주주의 인줄 알았다. 또한 그 민주주의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문구와 동의어 인줄 알았다.

그나마 어릴 때 그랬으니 망정이지 성인이 되고서도 그리 알고 있었다면 속된 말로 정말 쪽 팔리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공산주의에 대한 알고 있었던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재정립하기까지는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공산주의야 말로 천인공노할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애로부터 출발했음을 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뜻은 옳았으나 가는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음을 말이다.

 

 

공산당 선언이 발표된지 160년이 지났다. 사실 공산주의에 대한 논의는 마르크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고, 끊임없이 우리와 호흡하고 있다. 모두 함께 잘 살고자 하는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인류의 유전자 속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프로그래밍화 된것이리라. 동양의 대동사회가 그러하였고, 재세례파의 공동체 생활도 그러한 맥락 위에 있다. 다만 그것이 혁명으로 가시화된 건 소련의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고 부터일 것이다,

로버트 서비스의 <코뮤니스트>는 공산주의 세계사라 부를만 하다. 공산주의가 태동하던 마르크스 이전의 시대부터  그 꿈을 실현시킨 소련과 확장되었던 유럽,,그리고 몰락을 다루고 있다. 공산주의에 대한 꿈을 꾸었던 자,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뛰어들었던 모든 공산주의자들을 불러낸다. 공산주의가 어떻게 후진국 러시아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것이 유럽으로 어떻게 확산되고 변형되어 갔는지를 추적한다. 공산주의는 가장 인간다운 세상을 추구하지 않았던가? 인간적 가치의 필수불가결한 자유와 안전은 여지없이 배반당한 채 악몽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요소들을 저자는 명료하게 밝혀내고 있다.

 

 

 세계대공황에도 풍부한 천연자원과 다양한 천연 광물과 목재 생산은 공산주의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었고, 나라가 자본주의 세계와 교역은 하지만 정치, 문화적으로 단절되었던 이유들로 인해 소련의 공산주의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하지만 소련의 공산주의는 일당국가, 이데올로기 문화, 초중앙 집권주의, 국가 통제 경제, 동원사회 같은 비효율성과 장애물을 지닌 국가로 실패가 거듭됨에 따라 대중의 분노는 점점 커졌다. 경직된 경제, 정치적 억압,사회적 소외로 인해 냉담과 환멸이 확산 되었고,

 

마르크스는 루소를 따라 이러한 사고방식을( 일체화된 국가 기관들이 좀더 책임 있는 체제를 만들 것이라는) 발전시켰고, 레닌은 마르크스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자신의 사고방식에 접목했다. 이 사고방식은 이론과 실천에서 대재앙이었다.P.737

  

비공식적인 언론과 자유토론이 없는, 헌법적, 사법적 타당성의 부재가 결국 권력남용의 독재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두고 있다. (40장 결산 편에서 요약)

 

 

결국 일부 공산주의의 지도자들은 어긋난 예측과 실패를 민족주의라는 피난처로 도망가기 바빴고.마오쩌뚱, 호치민, 카스트로 등은 비교적 민족주의자로서 인정을 받았지만 공산주의가 안고 있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아주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20세기에 벌어진 모든 비인도적인 행동은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일보다 더 끔찍하였음을 상기시킨다. 공산주의가 사라진 지금, 소수의 강대국에 의한 지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민족적, 종교적 사회적 박해 또한 여전하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코뮨주의는 또 다시 꿈꾸어서는 안될 일인가? 공산주의를 증오했음에도 여전히 공산주의 사후의 영향을 받으며,  여전히 우리는 꿈꾸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옳고 좋은 이론과 실천의 축복만 있다면 공산주의 사회의 실현은 그야말로 또다시 꿈꾸어 볼만한 인류의 오랜 숙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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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2-09-2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감이...다소..(솔직히 많이.ㅎ) 부족한 책이더이다.
부디.. 존재를 배반하지 않는 '의식' 을 갖도록 지평을 넓혀가야겠습니다.

꽃도둑 2012-09-27 11:35   좋아요 0 | URL
그랬나요?...솔직히 저는 건성건성 읽었어요..
중간 정도 읽으면서 정말 인내를 요구하길래..그 다음부터는 그냥 막 넘기며 읽었거든요.
집중할 수도. 하기도 싫은....ㅋㅋ

맥거핀 2012-09-2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한 3분의 1쯤 읽었는데, 이 저자가 공산주의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이라(네.. 제가 보기에는 비판적이랄 것도 없다 싶네요. 그저 냉소일 뿐...) 흐음..하고 있는데, 책의 마지막까지 좀 그런가보네요. 마지막까지 읽으면 뭔가 좀 총체적인 전망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럼 열심히 계속 읽으러 휘리릭~^^

꽃도둑 2012-09-27 11:38   좋아요 0 | URL
냉소?....에혀 한 분은 균형감이 부족하다고 하시고,,,또 한 분은 냉소적이라고 하시니....
저는 지루했는데... 그나마 뒷 부분에 가서는 이 분이 공산주의에 대해 냉소적이지만은 않구나 하는 걸 느끼실거에요...^^ 또 그러면 어떻고! 맥거핀 님이 휘리릭~~ 떠나고 난 뒤 후발되는 이 냄새는 뭘까요?,,,,으으으으~~~~ㅋㅋ

2012-10-09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족 기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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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방학만 되면 동생과 함께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내려가곤 했다. 특히 농번기가 끝난 겨울에는 마땅히 할 일이 없던지라 할머니는 주전부리를 자꾸 만들어 주셨다. 따뜻한 방안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정말 기나긴 겨울의 낮밤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하루는 할머니께서 우리가 누워서 딩굴거리다 못해 주리를 트는 걸 보시고는 심심하제? 그러시면서 할머니 어렸을 적에 동네에 떠돌던 이야기며 옛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우리는 눈만 뜨면 얘기를 해달라고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졸랐다. 아마도 할머니는 아침이 오는 걸 두려워하셨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 속으로는 괜한 짓을 했구나 하고 후회하고 계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명도 아닌 두명의 진드기가 이리가도 붙고 저리가도 붙었으니 얼마나 성가셨을까....상대를 보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어야 했는데 할머니는 손녀들이 그렇게까지 이야기에 집착하리라곤 상상도 못하셨으니... 할머니는 올해가 지나면 99세가 되신다. 가는 귀가 먹어 사오정이 되셨지만 워낙 유머가 있는 분인지라 아직도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정감이 묻어난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랬듯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무료한 일상에 재미와 감동과 오싹함을 제공해주는 오락적 기능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옛이야기는 그렇게 할머니에 어머니 그 어머니에 어머니에서 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실제의 이야기에 허구적 요소가 보태어져 다시 꾸며낸 이야기로 거듭 나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민담이나 설화나 고전소설에서 적용되는 서사관습이라고 함은 이야기들이 논리적 개연성이 아닌 마술적이거나 혹은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이야기는 조금씩 모양새를 달리 해서 나타나긴 하지만 그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상징이나 메시지는 큰 틀 안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형제나 안데르센의 동화 역시 어른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구비문학에서 걸러내고 걸러낸 이야기로 모습을 달리하고 나타났듯이 우리의 고전 역시 누구나 알고 있던 뻔한 이야기 이면에는 엄청난 비밀과 속내가 숨겨져 있었다. <가족기담>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파헤치는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드러내놓고 말하기 두려운 현실을 이야기 속에다 꼭꼭 숨겨두고는 마치 그냥 단순한 이야기인냥 천연덕스러움을 가장하였지만, 은유와 풍자의 그림자는 속일 수 없는 법, 저자는 그 이면을 들추어 본다.

 

 

'장화홍련전'에서 계모와의 갈등 속에 있는 줄 알면서도 아버지인 배좌수가 과년한 딸인 장화를 왜 시집을 보내지 않았는지, 효자나 열녀라는 외피를 썼지만 실상은 잔인하고 위선적인 모습의 가족을 , 본처와 첩들의 관계에서 남자들의 이중적인 잣대와 행동들의 정당성의 뒤에는 포르노그래피의 욕망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과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첩들 사이에서도 눈물겨운 알력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춘향이의 재발견이 흥미롭다. 신분상승을 위해 이몽룡을 향한 고도의 전략적 접근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는데, 춘향은 자신을 잊지 않고 꼭 찾겠다고 약조한 불망기(不忘記)를 이몽룡으로부터 받아내는 당돌하고 발칙한 십대다.

 

 

<가족기담>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진짜 모습이라고 여겨지는 원본이나 이본을 중심으로 저자가 논리적 흐름을 좇아 추론하고 해석한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 일정부분 흥미롭기도 하지만,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이라는 소제목이 주는 충격만큼 내용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카드를 집어들고 있는 듯한, 조금은 맥빠진 모습이다.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모순적 관계에 대한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건 고전을 지금의 가치관의 잣대로만 평가한 무리수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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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더불어숲 2012-09-2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역시 '휴가'가 있어야 바지런하게 리뷰를 쓸 수 있어요.ㅠㅠ
다시 번다한 일상 속에서 읽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책읽기는 '쓰기'로 끝을 내야 '내 것'이 된다고 믿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꽃님이 계셔서 행복하네요. 또 인사 올게요~ㅎ
 
[노동의 배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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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이 지구상에서  저임금을 받고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갑자기 전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어쩌면 거리엔 오물과 쓰레기가 넘쳐날 것이고, 처리할 데가 없어서 창밖으로 오물을 던지고 똥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던 17세기 유럽사회로 돌아가야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보다 더 할 것이다. 온갖 산업폐기물과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들로 넘쳐나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과 맞닥뜨리며 살아갈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누구인가?  조용히 거리를 쓸고 오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잡다한 쓰레기들을 분류해서 재활용하는데 일조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돌보는 등의 묵묵히 일하는 저임금의 노동자들일 것이다. 그들 덕분에 세상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하지만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어떠한가,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로 가득한, 한마디로 밑바닥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소리는 허울 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몸으로 감정적으로 터득한 사실이다. 그 바닥에서 그 일을 직접 체험하고 거기서 나온 수입으로 생활을 해보지 않은 이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고단한 삶에 그러한 문구가 위안이 될리도 만무하고, 달콤한 당의정으로 씌운다고 해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을테니 말이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고, 저임금으로 하루살이 인생처럼 그날 그날 먹고 살아야 하므로 다른 곳에 눈 돌릴 겨를 조차 없다. 노동자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를 에런라이크는 몸소 체험하고서 쓴 <노동의 배신>에서 기술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과도, 문화적인 삶에서도 소외되어 빈곤과 질병으로 인해 만신창이 삶을 사는 저임금의 노동자들! 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것에 여파를 미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듣기 좋은 말로 인간 모두는 평등하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다. 한정된 자유 안에서 기만적이게도 자유 경쟁 운운하면서 자신이 올라선 사다리를 거침없이 걷어차 버리는 비정한 사회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사다리를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도 못한 채 계속 밑바닥 삶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은 대물림으로 나타나고 있고, 가진 자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과연 이게 옳은가 하는 문제와 부딪칠 수밖에 없는 <노동의 배신>은 인간의 배신으로까지 여겨진다. 정의를 외치는 사회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분배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노동의 대가 없이도 수억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탈세와 편법으로 부당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버젓이 고개를 들고 있는 세상에서 하루하루 정직하게 일해서 사는 저임금의 노동자들은 빈정거림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노동이 생존에 필요한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노동은 삶의 연속성 안에서 이상하리만치 삶의 모습을 비틀고,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쉴 새 없이 일을 해야지만 생활이 그나마 유지되고보니 끊임없이 일을 찾아 헤매야 하고 그 비슷비슷한 일들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고용주들은 당근과 채찍으로 노동자들을 길들이고, 복종과 침묵을 강요 하는 구조를 마지막 장인 왜 악순환이 계속되는가에서 다루고 있다. 동료라는 이름으로 족쇄를 채우고 노예처럼 일해야만 하는 그 구조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였지만 책이 나온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역시 달라진 건 없다. 저자는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진단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악한 환경과 근무조건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노동의 배신은 순전히 육체적 노동에 비례해서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노동과 노동자 사이에는 항상 고용주라는 사람이 끼어 있기 마련이고, 고용주는 최대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길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장자유주의가 모든 것을 자율성에 맡기고 뒷짐지고 있는 사이에 출발점이 다른 사람들은 죽어라 일해도 그 자리에서 맴도는 삶을 떨쳐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분배를 재정립해야 하지 않는가? 가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소리가 아니다. 고용주와 기업이 이윤의 극대화만 추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그만둔다면, 나몰라라 뒷짐지고 있는 정부가 뒷짐을 풀고 나서준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를 '생명에는 귀천이 없다' 는 것으로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될 뿐만 아니라 공생이라는 구호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노동의 배신이 아닌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돌아오는 그런 사회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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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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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뭐랄까, 편집부터 마음에 든다. 여름의 더위를 조금은 식혀줄 요량으로 만든 것 같다.

옅은 핏물이 배인 것 같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음산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욕조에 처녀들의 피를 받아 목욕했다는 '피의 백작부인' 에르제베트 바토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책의 낱장 가장 자리에 고여 있는 피를 본 순간, 우아한 알몸을 욕조 안의 붉디 붉은 핏물 속에다 밀어 넣고는 손가락 끝으로 한방울 떨어뜨린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게 한다. 혹은 반항하는 처녀의 심장을 찌르는 순간 튕겨진 핏물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아무튼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책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썸네일

 

 

뱀파이어 이야기는 어째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서부터 비롯되어 21세기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질긴 생명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를 탐구한 저자는 역사적 문헌이나 텍스트, 종교 영화 등을 살펴봄으로써 뱀파이어의 원류와 패러디, 외피를 바꿔입고 나타난 진화의 과정을 짚어 나가고 있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사람은 뱀파이어가 된다.' 햇빛은 뱀파이어에게 치명적이다' 그러다 드디어 " 이 모든 악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이런대도 신은 존재한단 말인가?" 자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뱀파이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또한 뱀파이어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고 거울에 모습이 비치치 않는다는 설정은 낭만주의의 오싹한 도플갱어 이야기에서 차용한 것이다.(p.170) 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일러준다.

 

 

그렇다면?

뱀파이어를 있게 한 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로 에로스와 죽음에 대한 공포다.(불가사의한 일을 설명할 길이 없는! 그리고 악령들!) 어쩌면 '뱀파이어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병든 자의 혼란스러운 상상력의 산물이자 살아남은 자의 미신일 뿐이다.' (p.57)라고  한 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하렌베르크의 지적과 함께, 여러 학자들은 뱀파이어에 관한 히스테리를 심리적 근원에서 찾고 있다. 하여간 인간의 상상력이란!

우리나라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구미호가 있다. 남자들을 홀려 간을 빼먹으며 천년을 산다고 하는 구미호와 뱀파이어가 공통점이 있다면 주로 이성을 선택한다는 점에 있다. 매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놓고 있는 순간, 구미호는 간을 빼내기 위해 날카롭게 갈아둔 손톱을 치켜세우고는 남자의 가슴을 움켜뜯었을 것이다. 하룻밤의 황홍경이 죽음으로 대체되는 순간이다.

 

 

오늘의 주인공, 뱀파이어는 어떻게 할까? 치명적일 만큼 매혹적이고 에로틱하게 부드럽고 깊숙한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댄다. 나른한 에로티시즘에 빠져버린 그녀(혹은 그)는 자신의 피가 빨리는 줄도 모른 채 몸을 맡겨두고 있다. 왜 하필 목덜미인가? 뜨거운 입술로 목을 덮치는 성질 급한 뱀파이어든, 긴 머리카락을 헤치며 부드럽고 향기나는 목덜미를 찾는 뱀파이어든, 에로스와 죽음, 이 모두 깊은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죽어야 사는 영원한 삶에 대한 갈망, 자기 파괴적이면서도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이 둘은 길항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가 자신의 목덜미를 덥썩 물었을 때. 순간 생명의 위협과 함께 에로티시즘을 경험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눈치 챈 영리한 뱀파이어들은 동일한 방법으로 피를 빨기로 합의하였고 그 전통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건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상상력의 소산이다. 뱀파이어와 관련해 무엇인들 상상하지 못하겠는가?....

 

 

어쨌든,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든.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음침하게 자리잡고 있는 불가사의한 실화이든, 뱀파이어 이야기는 각색되고 윤색되어져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거듭나고 있다. 한 마디로 네버 앤딩 스토리다. 여기에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그녀는 시간의 뿌리에 자신의 피로 거름을 준다"- 찰스 스윈번 <비너스 찬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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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2-08-1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왜 목덜미였을까요?
음. 강한 뼈는 없고 적당한 근육과 얇은 외피로 덮여있어 뚫고 빨기에 좋았을까요?
아님 죽었는지 살았는지 숨소리를 듣기에 좋은 위치였을까요?

그나저나 마지막 문구 좋은데요^^

꽃도둑 2012-08-11 11:1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랬잖아요 담합했다구요,,,^^
그게 그들의 노하운데..굿바이님도 참~~

마녀고양이 2012-08-1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꽃도둑님,
여름 특집 페이퍼시군요? ^^

뱀파이어가 목덜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피가 펑펑 솟는 곳을 가장 잘 찾을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에로티시즘이 가미되기도 하고. 키스할 때도 목에다 키스 마크 내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런데요, 세월이 흐를수록 뱀파이어가 꽃중년 - 꽃미남 - 꽃소년으로 변화하는거 같아요. 아하하.

꽃도둑 2012-08-11 11:23   좋아요 0 | URL
아우 귀여워요,,달사막여우님, 반가워요..^^
뱀파이어가 점점 어려진다는 말에 저도 동감합니다.
트와일라잇 남자주인공 ...크....

더불어숲 2012-08-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휴가, 되도록 빨리 리뷰 올리고, 다른 책들도 섭렵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글은..역시나... 생각할 시간을 줘야해요. ㅎㅎㅎ
세상이 젖었습니다. 오후 같은 휴가 끝의 아침,
늦여름은 더욱 성장하였을 우리를 기대하며...

꽃도둑 2012-08-18 12:39   좋아요 0 | URL
숲님은 정말 홀가분하시겠어요.저는 이제서야 <노동의 배신> 잡았거든요.
맞아요, 글은 생각할 시간을 줘야하죠...
그리고 퇴고를 거듭했을 때만이 조금 온전한 모습이 되는거구요.
어찌하여 리뷰들이 전부 미숙아들인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