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독주회. 포스터 속 주인공은 미소녀에 가까워보였다. 별 중의 별들이 빛나는 줄리아드 음악원 박사과정에, 촉망받는 인재라는데 이제 스물여섯이다. 10세에 한국무대에, 12세에는 미국 무대에 데뷔하며 굵직한 성취를 이뤄온 영재이다. 2019 "T. L. I Young Virtuoso 시리즈 초청 연주자"인데, 이미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는 그녀의 명망이 높은지 공연당일 T.L. I.아트센터 로비가 북적인다.

8시.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미소녀가 해사한 미소를 날리며 무대에 등장한다. '겨울 왕국' 에니메이션 Elsa 공주를 떠올리게 하는 에메랄드 빛 드레스 아래에 희고 아름다운 어깨와 팔, 손가락이 빛난다.


애초 공지한 프로그램 첫 곡은 Bach의 샤콘느였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8번으로 바뀌었다. 피아니스트 홍소유와 호흡을 맞추어 상쾌한 분위기로 곡을 연주한다. 르느와르 그림 속 미소녀를 연상시키는 굵게 컬이 진 머리카락을 경쾌하게 흔들며, 때론 격정적으로 선율을 만들어낸다. 진지하고 학구적으로 곡을 해석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미 나는 첫 곡 연주가 끝났을 때 그녀의 팬이 되기로 했다.

맨 앞 줄, 비매너 관객들에게 신경이 쓰인다. 서로 머리를 맞대며 심야영화관 분위기를 내지를 않나, 연주 중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열어보며 대화를 나누지 않나....다행히 인터미션 이후에 그들이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오늘 연주에서 송지원 바이올리니스트는 비에니아프스키의 Faust Fantasy를 연주할 때, 가장 당당하고 존재감 강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내내 눈을 감은채 연주해내는 그 곡은 난해했다. 기교가 어마한 듯. 고음을 낼 때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단조,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로 2부를 마무리한 후, 커튼 콜에 화답하러 무대에 다시 등장한 송지원.



러블리한 외모처럼 러블리한 미소녀의 음성으로 '아직 앵콜 곡을 고민 중'이라며 어떤 곡을 듣고 싶냐고 청중에게 묻는다. 오리지널 프로그램에서 'Bach'의 샤콘느가 있었던 걸 기억하는지 많은 청중들이 'bach'라 대답했고 덕분에 무반주 No.1을 들을 수 있었다. 묵직하고 깊고 강렬하다.


시리즈 제목 그대로 "영 비르투오조," 송지원은 젊은 대가인 듯하다. 마이크를 들고 청중에게 감사인사 할 때, "음악으로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의미의 인사를 전했는데, 꾸밈없이 소박하지만 그녀의 진정이 느껴졌다. 음악이 너무 좋은 사람.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아티스트. 티엘아이의 "영 비르투오조" 시리즈, 다음 주자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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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몽트튀유 아동도서전에서 그래픽 노블로 선정되었다는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림체가 "뽀메로" 캐릭터만큼이나 귀엽고, 색감이 화사해서 표지부터 끌렸습니다. 상상했던 대로 작가가 젊은 여성이군요. 프랑스에서 태어나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서 거주하는 유럽 기반의 예술가, 엘로디 샹타(Elodie Shanta)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하였으나 아동문학에 관심이 생겨 가명으로 만화작품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실명을 내걸고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네요. 그녀의 온라인 공간을 방문해보니 아이들에게 미술 수업, 서점에서 팬사인회도 많이 하고 일러스트레이션은 물론 자수와 헝겊 아트로 뭔가 끊임없이 만들어내요. 창작욕에 불타는 예술가인가 봅니다.

좋은꿈 출판사가 한국의 독자를 위해 이 예쁜 프랑스어 그래픽 노블을 번역해주었습니다. 불어 전문 번역가 임영신 덕분에 프랑스어 장벽을 넘어 크레베트를 만날 수 있었네요.



만나본 적은 없지만, 『크레베트』를 통해 상상한 작가 엘로디 샹타는 외로움에 익숙하고 강하면서도, 따뜻하고 와글거리는 공동체를 동경할 것만 같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크레베트가 바로 그렇거든요. 크레베트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 마법학교에 두 번이나 응시합니다. 두 번 다 낙방했어요. '난 바보인가 봐'하며 좌절하는데, 작은 악마 조제프가 '아냐, 크레베트. 네가 잘하는 일도 분명 있을 거야.'라고 응원하면서 마법학교 입학시험을 도와주지요. 『크레베트』에는 그 외에도 마법학교 졸업생 고양이 가멜 등 크레베트에게 호의를 보이면서 낙천적인 친구들이 등장해요. 사실, 크레베트에게는 엄마가 안 계시답니다. 돌아가셨어요. 크레베트는 엄마의 영혼과 소통하며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혹은 마음 깊은 곳의 고민을 공유하지요.

삼수 끝에 마법 학교에 입학하여 엄마 영혼과 더 공유할 이야기가 많아졌는데, 그만 엄마의 영혼이 떠나버린 듯합니다. 울며 절망하는 크레베트를 친구들이 다독여 주네요. "네가 다 컸다고 (너희 엄마가) 생각하신 건지도 모르지'라고. 놀랍게도 크레베트는 친구의 다독임에 빠르게 마음을 추스릅니다. 엄마의 유골을 꽃들에게 뿌리고 유골함을 예쁜 꽃병 삼아 곁에 놓아두지요.





어린아이가 이렇게 슬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몇 컷의 그림을 통해서이지만 아프게 전해지네요. 예쁘고 서정적인 그림과 대사인데, 마음 한 쪽에서 아련히 애처로운 마음이 일게 합니다. 이렇게 크레베트는 부모 잃은 외톨이 꼬마에서 조금 더 씩씩해진 모습으로 성장해나갑니다.


『크레베트』의 장면마다 주인공을 사랑받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크레베트는 마법학교에 입학해서도 좋은 친구를 만나 잘 지내고, 서로 도움과 사랑을 주고받기에 외롭지 않거든요. 잘 커나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무척이나 단순한 줄거리, '외롭고 힘든 상황의 친구를 다른 친구들이 도와서 행복하게 해준다"라는 줄거리이지만 힘 있게 전달됩니다. 고마운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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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장충동 보금자리에서 잠시 떠나 강남의 LG아트센터로 나들이를 했다! 지난 2016년, 2017년에 국립극장 무대에서 추었던 "시간의 나이"를 LG아트센터에서 춤 추는 경험이 어떠할까? 고양이의 호기심으로 궁금하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2019년 3월 15일~17일 무대를 어떻게 느꼈을지.



지난 2015~16년, 프랑스 샤오국립극장 시즌 폐막식에서 "Shigane Nai(시간의 나이)"는 관객의 기립박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한다. 이후, 유럽 무용계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데 과연 본국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일단 전석 매진!



마지막 공연이 있던 17일 일요일 오전, 15시 공연 티켓 추가 예매를 하려 인터파크 로그인해보니, 이미 판매마감. 다급한 마음에 국립극장 측과 통화해보니 "전석 매진! 티켓 구매 불가"

와우! 최근 국립현대무용단의 전석 매진 행보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검증된 퀄리티의 현대무용 공연이라면 "매진" 보증되나 싶었다. 고무적이다.



공연 시작 10분 전, LG아트센터 로비는 혼잡 그 자체였다. 티켓 발권하려는 관객들 줄이 길게 늘어섰다. 특히 한눈에 봐도 '직업 무용수, 무용수 지망 꿈나무'로 보이는 관객이 많았다. 객석은 만석. 내 좌석은 2층 맨 뒷줄 중에서도 가장 끝자리인지라 시야가 답답하다. 내년에 "시간의 나이" 다시 공연될 때는 1층에서!



프랑스의 세계적 안무가 조세 몽탈보(Jose Montalvo)는 한국 무용 무용수들이 타악 연주와 춤을 동시에 능숙히 수행하는데 감명 받아 "시간의 나이(Shigane Nai)"를 안무했다고 한다. 안무를 위해,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한국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특유의 "흥"을 알아갔다고 한다. 그는 국립무용단의 무용수, 즉 한국의 무용수들이 이미 가진 몸 어휘에 자신의 스토리를 입혀 변화를 꾀했다고 한다.

아래 기사 내용으로 추측하건대, 그 변화의 폭이 상당해서 '익숙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여온 국립무용단 측에서 살짝 부담도 있었나 보다. 안무지도를 맡은 윤상철이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조금씩 굉장히 새로워지겠구나"라고 했다기에 드는 생각이다.

인터미션 없이 70분간 이어지는 공연의 막이 오른다. "시간의 나이"는 3부 구성이다. 1부 "기억," 2부 "세계 여행에의 추억," 3부 "포옹"으로 이뤄지는데 각 부마다 음악과 무대미술의 질감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기에 공연안내 팜플렛을 미리 보고 오지 않은 관객도 쉽게 구성을 따라갈 수 있다.



1부. 몽탈보가 감명받았다는 "한국 전통무용의 타악기"를 전면에 배치한다. 몽탈보는 마치 '킹콩' 영화의 고릴라 몸짓같은 춤 어휘를 한국 전통 무용과 결합시켰다. 무용수들은 알 수 없는 괴성, 환호를 지르거나 "날 좀 보소, 날좀 봐, Look at me!"를 외쳐댄다. 외치지만 소통("날 좀 보라"는데 다른 무용수들은 정작 반응이 없다)은 없다. 혹자가 이 작품을 두고, "오리엔탈리즘"을 언급했다던데, 실은 나 역시 "한국의 전통과 프랑스의 현대성이 결합된 춤"이라는 어떤 평을 보고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더라.

몽탈보의 의도는 긴 시간성에도 이어내려오는 몸짓의 정신, 몸짓 어휘의 역사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시각예술 전공자답계 몽탈보는 영상자료를 무대미술로 끌어왔다. 2부의 주역은 국립무용단 단원 플러스 다큐멘터리 "휴먼"이다. 몽탈보는 "human의 영상을 후면에 배치하여 무대 위 현재성의 몸짓으로 영상을 살려내려는 안무를 시도했다. "세계여행의 추억"이라는 부제를 단 2부는, 실은 '소풍으로서의 여행'이 아닌, 생존으로서의 떠돌아다님, 즉 유럽의 난민문제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비장했다. 음악도, 춤도, 비장미와 우울감을 강화시키는 느린 몸짓. 한국춤의 부드러운 상체 움직임이 돋보인다.

2부 부채춤 2인무 파트가 "시간의 나이" 전체에서 가장 몽탈보스러웠고 가장 만족스러운 안무 시퀀스였다.



3부는 라벨의 볼레로를 써서 소위 한국 전통 무용에서의 "신명, 흥"을 현대 무용 작품에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마찬가지로 고릴라 몸짓이 계속 등장한다.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한국 전통 춤에서의 한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운 느낌이지만 그 안에 집단성이 있는데 몽탈보가 안무한 군무의 흥은 다소 혼자 통통 튀거나 고립되며 발산하는 느낌? 볼레로를 배경음악으로 썼다는 메리트 외, 뭐가 더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만석 객석에서는 우뢰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공연이 끝나고도 따뜻한 응원의 박수와 출연진측의 인사가 오래 이어진다. 막공연 커튼콜의 매력이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다음번에도 현대무용 콜라보레이션 레퍼토리를 확장했으면 좋겠다. 손바닥 얼얼해질 정도로 박수로 보답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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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찜해두었던 클래식 음악 공연이었습니다. "김재원 & 프랜즈!" 바로 이 포스터 때문입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는 일년이면 100회 이상 무대에 오른다니 저처럼 클래식 저 변방을 기웃거리는 청중이어도 얼굴이 익숙하지만, 그의 친구들때문에 꼭 공연 가보고 싶었습니다. 젊음 그 자체가 매혹적인 세 명의 아티스트, 그들의 음악도 젊음처럼 열정적이고 자유로울 것 같아 꼭 연주 듣고 싶었습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준비한 무대라는데, 공연이 있던 3월 15일 저녁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돌풍과 함께.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8시 정각에 도착 못해서, "오은철" 작곡가의 "마리오네트의 춤"을 놓쳤습니다. 많이 속상했습니다.

"김재원 & 프랜즈"는 피아니스트 김재원, 첼리스트 배성우, 바이올리니스트 권명혜, 비올리스트 이신규 순으로 각각 피아노 반주로 독주를 들려준 이후, 삼중주, 사중주로 연결되는 구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먼저, 첼리스트 배성우.

현재 유명한 배우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날렵한 턱선과 호리호리한 체구, 귀족적인 외모인데 연주에서 자유분방한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앵콜 곡이었던 libertango연주할 때는 구둣발을 굴러가며 연주에 몰입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만에, 누구간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만큼 매혹적인 아티스트였습니다. 권명혜 바이올리니스트, 그녀의 악기인 바이올린은 첫 활을 켤 땐 낯설고 거칠다는 첫인상을 주었지만 이내 권명혜의 분신으로서 그녀의 개성을 맘껏 드러내습니다. 익숙했던 Carmen Fantasy였지만 권명혜의 연주로 들으니 처음 듣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올리스트 이신규.

연주 직전에 피아니스트 김재원과 대화 형식으로 자신의 선곡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유머 감각을 거침없이 하이킥 수준으로 드러내시더군요. 악기 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제 악기요? 비올라요?"라고 하지를 않나, 3월 15일인데도 "오늘이 화이트데이인데 커플들이 청중석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해서 객석에 깜짝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3월 16일이 여동생의 결혼예정일이라며 축하하는 마음으로 Bruch의 Romance Op.85를 연주했습니다. 비올라 단독 연주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귀를 쫑긋하고 온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이신규 비올리스트는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직립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곡의 절정으로 다다를수록 자세가 꼿꼿해지며 등을 곧추세우는 모습이 무척 이채로웠습니다. 팜플렛을 살피니 줄리어드 음대 학사 석사 전액 장학생이자 현재 많은 대학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중인 아티스트인데, 겸손한 분이구나 싶었네요.

3월 15일 "김재원&친구들" 덕분에 넘 좋은 곡을 새로 알았습니다. 바로 '스메타나' 작곡의 피아노 삼중주와 타네예프의 피아노 사중주. 연주회 다녀온 이후 계속 이 두 곡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와 네 분의 호흡이 어찌나 자연스럽게 맞고 연주가 편안하면서도 열정적이던지, 빠지지 않을 수 없었네요. 이 곡들은 한국에서는 흔히 연주되는 곡이 아닌가 봅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가 곡 해설하면서, "국내 초연"은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성남 초연"을 확실하다고 덧붙였거든요. 다른 아티스트들의 연주이지만 이 "스메타나"의 삼중주와 "타네예프"의 피아노 사중주 링크도 걸어봅니다.

체온이 족히 2도는 올라갈만큼 열정적으로 박수 쳤습니다. 이처럼 멋진 음악을 들려준 김재원, 권명혜, 이신규, 배성우 아티스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길은 청중으로서의 박수 밖에는. 덕분에 이분들의 연주 몇 분이나마 더 들을 수 있었어요. 앵콜 곡으로 Libertango를 이신규 비올리스트가 편곡한 곡으로 선물 받았거든요.

돌풍에 비가 많이 오던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TLI아트센터 객석도 많이 찼고, 멋진 음악과 박수로 다들 마음이 후끈해져서 공연장을 나왔을 거예요.

클래식 음악 공연장, 이 기쁨에 찾는구나를 느끼게 해준 고마운 공연이었습니다.

김재원, 권명혜, 이신규, 배성우 네 분의 협연 자주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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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학전블루. 자주 드나들진 못했어도 청춘의 기억 퍼즐 한 조각인 이곳을 이제 "어린이 무대" 보러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하철 1호선"과 "김민기"로 상징되는 이 문화예술공간이 세월이 흘러도 한자리를 지켜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학전 어린이 무대" 작품이라면 놓치지 않았다고 자부하지만,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소재 정도만 알고 지나쳐왔습니다.


1980년대 탄광촌, 강원도 사북을 배경으로 했다기에 왠지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두운 내용일 것 같다는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가난, 노동자, 열악한 주거환경과 교육환경 등 뻔히 그려지는 밑그림에 어떤 이야기를 수 놓은들, 풍요가 당연한 권리인줄 아는 21세기 꼬마들이 공감할까 걱정되었고요. 그렇게 작품을 일부러 지나치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외면한다고 생각 안해볼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지난 주말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방문했습니다. "학전 어린이무대" 연극이 대부분 120분 내외인데 반해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50분 소요되는 노래극이었습니다. 막이 오르고 본격 연극으로 넘어가기 10분 동안은 이홍재 배우가 직접 얼굴에 숯검댕 얼굴에 광부의 옷차림을 하고는 "석탄, 탄광촌, 화석연료," 등을 어린이관객에게 설명해주더군요. 12개월 내내 난방, 냉방 장치에 계절의 온도감도 모르고 심지어 3구짜리 가스레인지조차 낯설어할 아파트 키즈들이 연탄을 어찌 알겠나요? 꼬마 친구들은 겨울에 나무뗄감, 연탄 쟁이고 번개탄으로 연탄 살리기 등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래서일까요?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참 잘 만든 연극이지만 주 관람객이 10세 전후의 어린이임을 고려하면 다소 어려울 수 있겠네요.




이야기의 배경은 강원도 탄광촌, 초등학생 연이가 일기를 쓰며 시작합니다. 연이와 동갑내기 단짝 '순이'에게는 부모님께서 모두 탄광촌에서 일하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순이'아버지께서 갱도에서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두 아이는 비슷하고도 다르군요. 순이는 아빠 잃은 슬픔이 크지만, 꿋꿋하게 하루하루 살아나갑니다. 장난꾸러기 탄이가 "아빠 없다"고 놀려댈 때만 마음이 무너지지만요.


이형자 작가의 평면회화


어느 날, 탄광에서 사고가 납니다. 연이 아버지가 탄이 아버지를 무사히 구해 나오셨지만 탄이 아버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으시고 실의에 빠집니다. 술로 세월을 보냅니다. 탄이가 신문배달도 하고, 탄광촌 잡 심부름을 하며 푼돈을 모아와도 탄이 아버지는 술을 마십니다. 설상가상, 탄이를 중학교에 진학시키지 않겠답니다. 탄이는 기르던 흑염소를 팔아서라도 중학생이 되고 싶어했지만 완고한 아버지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만....그 흑염소로 아빠 보양식을 해드리라고 하네요. 하지만, 정말 배우고 싶어합니다. 더 큰 학교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부모를 향한 효심.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그 열망. 육신의 에너지를 팔아서 소위 식솔을 먹여살리다가 불구가 된 육체 노동자의 고통, 냇가의 찬물로 탄광촌 광부의 작업복을 맨손으로 빠는 아낙의 강인함. 강요받은 강인함.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21세기 아파트 키즈들에게는 생소할 정서, 고통, 인간유형, 인간관계가 등장하지만 노래극의 형식에 밝은 캐릭터를 주인공 삼아서 극의 분위기가 밝고 따뜻합니다. 또한 이형자 작가의 평면회화, 김지현 작가의 찰흙 오브제를 배경 영상으로 십분 활용하여 무대 분위기에 다채롭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노래와 영상'이 있으니 50분도 짧게 느껴집니다.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무적의 삼총사," "진구는 게임중" 등 학전블루 어린이 무대 작품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유머코드 대사들, 객석에 웃음폭탄 터뜨리는 한방의 대사는 적은 편이지만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밝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듯 합니다.

"배움은 소중하다." "가족은 소중하다." "생명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 그 중에서도 가족과 이웃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의 메시지.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오는 3월 24일(일)까지 공연됩니다. 주인공 역의 김다영 배우님, 학전블루 무대를 통해 이미 낯익은 방진수 배우, 김지윤 배우, 그리고 탄이 역에 이홍재 배우님 모두 미세먼지에 건강관리 잘 하셔서 3월 마지막 공연까지 좋은 목소리로 지금처럼 좋은 노래 들려주세요^^ 다음 번 공연장을 찾을 땐, CD를 구해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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