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King 1922

 

https://www.netflix.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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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보는 영화 중간부터 기웃거리다가 푹 빠져들어 끝까지 보고 나니, 오호! 그러면 그렇지! 뭔가 다르더니, 스티븐 킹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구나. <1922> 은 옥수수밭 표지의 소설 <Full Dark, No Stars>에 수록된 중편소설 <1922>와 동일한 제목이다. 영화에도 옥수수밭이 등장한다. 땅에 대한 애착?, 집착?에서 살인이 벌어졌다. 1922년, 어느 날.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곤히 잠들었다가 깨서 저항하는  엄마의 목을 딴다.

불과 8년만인 1930년, 공범으로서의 아들은 이미 8년 전에 사망했고 살아남은 아비의 머리카락은 회색으로 새었다. 한 때 우람했던 농부이자 살인자의 왼팔 아래, 손은 절단되어 없다. 주검이 된 아내의 몸을 쥐들이 놀이터 삼았고, 쥐는 살인자의 손을 물어 뜯었다. 불과 8년 만에 살인자는 땅은 물론, 농장과 집 그리고 전 재산을 술로 잃었고 건강했던 몸도 마음도 잃었다.

1930년의 남자는 1922년 남자가 했던 선택을 후회한다. 다른 길도 있었다고 읊조린다. 영상으로도 이 정도의 압박감으로 살인자의 죄책감과 괴로운 심경이 전해지는데, 실제 소설을 읽으면 대단하겠구나. 스티븐 킹은 정녕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Full Dark, No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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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으로 열연한 토마스 제인  (Thomas Jane, 1969년 2월 22일 ~ )은 상남자 포스를 폴폴 풍기는 중년인데, <1922>에서 굉장히 독특한 발음으로 연기한다. '내 성에 차지 않으면 너희를 잘근잘근 씹어주겠다'는 증오심을 보컬화에 담았는데 소리를 이 사이로 꼭꼭 씹어뱉는 발음을 하는데, 영화를 보다 자꾸 겹쳐 생각나는 지인이 있어서 의아했다. 그 분도 그렇게나 꼭꼭 씹듯 발음하던데 기저의 심리 상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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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어 기억하는 여인을 이번 기회에 이름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Molly Parker. <1922>년에서 남편과 아들의 습격뿐 아니라, 죽어서도 들쥐떼의 습격을 받는 가련한 여인 역을 맡았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창백하고도 맥 없는 연기로 고위직 정치인의 연기를 했던 그녀의 제 자리는 차라리 이런 시체,혹은 혼령 연기였던 것 같다. 아무튼 시체로서의 분장과 연기가 인상 깊었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별도 없는 한 밤에>를 혹시나 시간 여유가 많고 많다면 읽어야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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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0-3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지막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미처 못 읽고 반납한
기억이 나네요.

넷플릭스 요즘 열일로 드라마 찍는 모양입니다.

마거릿 에트우드의 <그레이스>도 다음 주부터
방영 예정이라고 하는데 기대하고 있습니다.

<1922>부터 찾아봐야겠네요.

얄라알라 2017-10-31 22:34   좋아요 0 | URL
아. 저 책에 수록된 단편 제목인가보네요.
전 정작 스티븐 킹의 원작은 읽은게 없는데 <Cell><Mist><1408>, <돌로레스 크레이븐> 영화만 봤네요. 정작 그의 문체도 모르는 데....다는 못읽더라도 혹 기회되면 ˝행복한 결혼 생활˝ 읽어봐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드늬 뵐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2017 가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추석 연휴에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긴 했어도 IMAX관이 아니라 패쓰하고 10월 13일 심야에 보았다.

 

 

 

10월 25일. 수요일 그 중에서도 "문화가 있는 수요일"인지라 IMAX관 영화가 모두 10000원 관람가능하기에 "블레이드 러너 2049" 상영관을 찾다가 놀람. 이제 정말 막 내리는 분위기? IMAX관은 커녕 상영관 찾기가 어렵다. 

 

하긴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 당시 흥행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어도 불후의 걸작으로 영화사에 남았지만, 

이렇게나 팬이 없을까?

한 번 더 보고 리뷰 쓰려했으니, 막판 상영하는 극장 예매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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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관에서 봤어야 하는데 못 봤네요. 좋은 영화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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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박근혜 정부 당시, 댓글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메르스 공포"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국민에게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공포와 분노의 목소리는 댓글부대의 끼익끼익하는 소음으로 막을 길이 없었나보다. "국정원의 지휘 하"에 댓글부대가 일사분란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음을  전혀 몰랐던 당시에도, 참 이상하다 생각했다. 메르스 사태 때, 댓글은 분명 이전과 다른 자연스러운 흐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분명 같은 기사였는데, 조금 후에 확인해보니 댓글 수백개가 무더기로 사라져 댓글 수가 줄어 있던 기현상의 원인은 아직도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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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는 누구꺼?”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를 단숨에 읽었다. 그가 수년간 밤 잠 못자고 자료를 분석하고, 가족과의 따뜻한 일상은 커녕 일상의 안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취재원을 만나고, 다시 수년 간 계속될지도 모르는 소송의 불쾌감을 감내하며 쓴 책인데, 단숨에 읽기가 미안하기는 했다. 

얼마나 많은 실패와 헛수고를 거치고 거쳐 이만큼 건져서 목숨 걸고 이야기하는 건데, 어떻게 쉽게 읽나 하는 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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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2011년이라면 어른의 나이였을 텐데, 농협 전상망 마비 이면에 "북한의 소행이 추정"된다는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음은 또 어찌 미안해야 할 것인지. 농협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210억 원을 대출 사기 당하고도 그 돈을 찾겠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농협에서 해외 대출을 담당했던 직원이 출근한다고 집을 나섰는데 저수지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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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는 유난히 "저수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많이들 저수지에서 죽었다. 혹은 라면 먹다가도 죽었다.  활자로만 접해도 섬뜩하다. 실제 주진우 기자와 함께 진실을 추구하자며 목소리를 내려던 제보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저수지'에의 공포 때문이기도 하다. '저수지'로 은유되는 피의 보복. 동시에 "저수지"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추정되는 부정축적한 국민의 돈을 숨겨놓은 진실 너머를 상징한다. 그래서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의 부제가 "저수지를 찾아라"이다.

가카를 오래 추적해와 살냄새(물론 구린 돈냄새에 가려 살냄새가 흐려있겠지만)까지 근접한 주진우 기자의 평으로는 가카는 조폭의 전략을 쓴다고 한다. 이명박이 시장일 때 부시장으로서 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뇌물혐의로 구속되었던 양윤재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요청으로 사면받아 내고, 이후 장관급 대우를 해주는 조폭 스타일이라 한다.  뒤를 봐준다. 공범을 만들고 심어둔다. 극한 경우 '저수지'행으로의 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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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던 책인데 잊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10 월 마지막 주, 책 놀음


  『라면을 끓이며』를 읽다 알게 되었는데, 김훈같은 大문호도 '써야한다'는 압박과 '언어화하기 어려움' 사이에서 고민하나보다. (작가라면 다 그러는 건데, 나는 일반인이어서 몰랐던가?) 아이슬란드의 어딘가를 산책하며 글쓰는 마음을 가다듬던 리베카 솔닛처럼 김훈 역시 동해에서, 혹은 서해의 한 섬에서 '글쓰기에 적합한 성스러운 공간'을 찾고 머무르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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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12개를 모으려 별다방 순례하는 이 가벼운 세속성은 어찌하누. 대비된다. 진득하게 앉아있거나 사뿐하게 걷지 못하니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없다.

2017년 역시 이렇게 지나간다. 쓴 게 없다. 그런데 읽는 행위만큼은 멈출 수 없다. 쓰지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게걸스럽게 계속 읽는다.

10월의 마지막 주에는 이 네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는 오전 3시간을 투자해서 방금 다 읽었다. 올리버 색스 교수의 글을 좋아하는 지라  그를 추모하는(?)『인섬니악 시티』도 같이 읽는다. 올 10월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플로팅 시티』와 "시티"가 겹친다^^:;

『세계가 인정한 전통육아의 기적』저자는 fund를 어디서 다 끌어왔는지 40년간 특정 국가를 지정해서 몇달 씩 현지에 머무르며 육아법을 조사해왔다고 한다. 이제 막 서문 읽기 시작해서 샬럿 피터슨 박사가 왜 하필 "평화지향의 사회" 육아법에 집중하는지, 무엇을 얻어냈는지는 며칠 후에나 그릴 수 있겠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와 겹치는 문제의식이 분명 있으리라 기대한다. 함께, 『여성은 출산에서 어떻게 소외되는가』를 2/3이상 읽고 있다. 전가일 박사는 한국에서의 자신의 출산 경험을 통해 의료화된 출산에서 소외된 여성의 주체성을 한탄한다. "현상학적 글쓰기"를 취했다고 하는데, 일화(anecdote)에서 더 시원시원한 이야기로 나갈지는 앞으로 남은 1/3의 글을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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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허물없이 지내온 분이 지나가듯 한 마디 휙 던졌을 때의 거리감, 혹은 당혹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한국에서 나이 50 넘어가면, 주소가 그 사람의 모든 걸 말해주는 거야. 다른 거 볼 필요도 없어!' 하긴, 두바이 수준은 아니겠지만 계층성이 자연스레 도시 공간, 주소에 새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생각에 속물성(?)’ 운운하는 자가 더 이중적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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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보다는 더 정치적으로 올바른표현을 선호하는 저는, 좀 더 순진한 모양인지 낯선 이들을 속성 판단할 때는 비언어적 신호뿐 아니라 읽고 있는 책 제목을 선호하죠. 특히나 지하철에서 까페 등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미루어 짐작할 때 책표지를 유용한 신호 삼는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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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에서 소개된 책 덕후 중에는 역으로, 남에게 읽힐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꼭 책 표지를 뒤집어서 안팎을 바꿔놓는 이가 있더군요. 허연 속을 드러낸 책 표지 안쪽 면에는 아무 정보가 없을 테니, 낯선 이가 섵불리 자신을 판단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으로서는 꽤 괜찮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책 표지 뒤집어 놓는이 분이 꽤나 까다로운 분이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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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으로 타인을 훑어보려는 생각의 연장인지, 전 한 주를 계획할 때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고 드러내 보입니다. 영문잡지 수 년간 전시용으로 정기구독하며 비닐 포장만 뜯어 서가에 전시해두던 습성이 어디 안 가는지라, 이렇게 책 목록 작성해두고도 막상 몇 줄 못 읽기는 합니다. 그래도 읽을 책을 확보해야만(+자랑질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이 병을 어찌해야 합니까?

10 3째 주에는 온라인 서점의 블로거들에게서 추천 받은 책들로 목록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마음은 힐빌리의 노래를 향합니다. 이 책부터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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