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 곤지 찍은 우리 언니, 부케 든 우리 이모 돌려 보는 그림책 우리 문화 1
이선영 글, 윤희동 그림 / 계몽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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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곤지 찍은 우리 언니 부케 든 우리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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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은 몇 권의 책은 무엇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네."라는 CM송 가사와 함께 '무엇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책사랑'을 제게 가르쳐 준 출판사가 계몽사입니다. 세계명작 전집을 30년만에 복간했을 때 냉큼 사들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남다른 애정으로 기억하는 계몽사에서 "돌려보는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했다니 놓칠 수 있어야지요. 말그대로 "돌려 보면 한 권에 두 가지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랍니다. 그 첫 권, <연지 곤지 찍은 우리 언니, 부케 든 우리 이모> 편은 전통 혼례와 현재 결혼 문화를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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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작가는 또래의 소녀, 서현이와 동이가 각각 과거와 현재에서 혼례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서술하도록 설정했습니다. 동이나 서현이, 누구의 이야기를 따라가더라도 결국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서로의 꿈 속에서 결혼식 이야기를 전하거든요. 작가는 또한 과거의 혼례와 현재의 혼례를 그리면서 어휘도 섬세하게 차별화하였습니다. 먼저 전통 혼례를 소개하는 동이의 경우, "낯을 씻고, 고까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시집가는 동이의 언니도 "사부작사부작" 혼례복을 입고 "다소곳이 댕기도 드리웠"다고 표현하네요. 정겨운 우리말에 어울리게 윤희동 그림작가가 전통혼례의 잔치분위기도 잘 살려 그려주었네요. 읽는 재미, 그림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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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는 이모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나섭니다.  2년을 알콩달콩 연애했다는 이모와 이모부는 결혼 당일, 유난히 더 선남선녀로 보입니다. 서현이도 드레스를 입고 또각구두까지 신고 이모의 결혼식을 추하해주러 가지요.  신랑이 당당한 걸음으로 입장한 후, 이모가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합니다. 주례사에 혼인 서약도 하고 친구들의 축가도 받으니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네요.  신부가 부케를 던지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모두가 기다리던 뷔페식을 함께 하는 풍경은 2014년의 우리에게 더 익숙한 풍경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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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동이네 언니는 연애가 아니라 집안 어르신께서 정해준 상대와 결혼을 하지요. 신랑을 말을 타고 등장해서 신부와 절을 한 후 표주박에 술을 담아 마시며 백년해로를 맹세하지요. 정성껏 준비한 잔치음식을 하객 모두와 나누어 먹는데, 국수는 잔칫상에 빠지지 않았다지요? 긴 국수 가락처럼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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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결혼식 의상도, 배우자를 정하는 방식도 결혼식 의례도 많이 다르지만 동이와 서현이가 경험한 결혼식 모두, 새로운 커플의 안녕과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잔치임은 똑 같지요? <연지 곤지 찍은 우리 언니, 부케 든 우리 이모>는 설명을 더하기 위해 중간에 사진자료를 수록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혼례의 모습을 어린이 독자들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겠네요. 사실 이 혼례 양식은 단절되거나 진화된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양식임을 아울러 이해했으면 합니다. "돌려보는 그림책"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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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5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그림, 길미향 옮김 / 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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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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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마워, 사랑해"를 떠올리겠지요?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면서 저는 "괜찮아."란 말이 새롭게 들리더라고요. 지치거나 의기소침해진 스스로에 대한 위안도 되고, 때론 누군가를 인정해주는 격려의 목소리가 되기도 하니까요....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되뇌이다 보면, 누군가 등을 토닥토닥 해주는 따스한 느낌이 올라와요. 미친 경쟁주의, 속도감의 이 세상, 꼭 일등해야 후련하고 남들 걸어다닐 때 비행기 타고 다녀야 성취감 느낄까요? 조금 느리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되뇌이며 뚝심가지고 가고 싶어요. 길다면 길 인생의 길을.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에도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친구들, 다섯이 등장해요. 완벽하진 않지만, 부족한대로 이 다섯은 한 지붕 아래 살지요.
한 친구는 배에 구멍이 숭숭 나 있고,
또 한 친구는 거대한 몸이 꼬깃꼬깃 주름져 있어요.
어떤 친구는 몸이 물렁해서 늘 피곤하대요.
거꾸로만 다녀서, 아예 발목에 핸드백을 걸고 외출하는 친구도 있어요.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엉망진창 못난이' 친구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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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친구의 공통 삶의 모토는 무위자연인가봐요.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꼭 해야하는 일도 없고, 특별한 일도 없고, 특별해지려 노력할 이유도 없고...그냥 살았어요. 덜컹거리지만 따뜻한 집에서 함께 말이예요. 뭔가 나른해지려는 가운데 참신한 캐릭터가 등장해요. "낯선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 친구는 잘생겼을 뿐 아니라 소위 '완벽함'의 화신이었어요. 오똑한 코에, 늘씬한 몸, 심지어는 머리카락마저 길고 탐스러웠다지요? 다리는 또 얼마나 늘씬하고 곧게 뻗어 있고, 패션 감각도 뛰어났는지요. 완벽한 친구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다섯 친구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경악하는 반응을 보여요. 단순히 부정하는 것 뿐 아니라, 다섯 친구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으려고 했지요. "할 일을 생각해 내야지!"하며 변화를 유도했지만 핑계만 대는 다섯 친구들을 "쓸모가 없다"고 규정해버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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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인지 포도주인지' 경계를 가르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진 다섯 친구는 완벽한 친구의 모욕에도 격렬히 반응하지 않아요. "그럴지도 몰라"라며 오히려 수긍하지요. 이어, 조근조근 자신의 부족함이 오히려 채워줌의 강점이기도 함을 말해줍니다.

 

몸에 구멍이 숭숭 난 친구는 구멍으로 화를 흘려보내기에 화를 내지 않는대요.

꼬깃꼬깃 주름진 친구는 주름 사이마다 추억을 간직하고요.

거꾸로 친구는 남들이 못 보는 것까지 볼 수 있대요.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다섯 친구는 자신들이 못난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훈훈해졌지요. 되려 혼자 덩그라니 남은 완벽한 친구는 바보가 된 기분을 느꼈다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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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냐에서태어나 2007년에는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은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다섯 친구와 완벽한 친구를 대비함으로써 "괜찮아, 괜찮아"라는 다독거림의 메세지를 독자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 포용과 느긋함의 미학에 동의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빈 방에 혼자 덩그라니 남아, 괴로운 듯 얼굴을 가리고 있는 완벽한 친구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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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 성향의 사람은 조금 못나 보이는 사람들과 교점없이 따로 가야하는 것일까요? 다섯 친구는 완벽한 친구만 남겨두고 자신들끼리 나름의 장점을 대견해하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완벽주의자 성향의 친구가 KO패 당하는 듯한 설정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아쉽더라고요. 완벽성향은 완벽성향대로, '술 탄듯, 물 탄듯' 성향은 그 느긋한대로 서로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었을텐데요.그래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는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의 메세지를 전하기에 충분히 훌륭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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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임산부 요가 - 아기는 건강하게, 엄마는 날씬하게
박서희 지음 / 리스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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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임산부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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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임산부의 날"은 10월 10일, 그만큼 엄마 뱃속에서의 열 달이 평생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헐렁한 임부복으로 감추려 들었던 부풀어 오른 배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곡선으로 칭송받고, 임산부들의 'D라인 패션쇼'도 열립니다. 열 달 동안, '조신하게' 몸을 사리며 하던 태교는 옛말이 되어, 임산부 발레, 임산부 요가, 임산부 아쿠아로빅 등 예비 엄마의 몸태교도 적극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요가 학원에서 쉽게 임산부 요가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고요. 일생에 어쩌면 한 번(한국사회가 극도의 저출산 국가임을 고려했을 때) 뿐일지 모를 10달의 임신기간 동안에 이왕이면 임산부의 몸과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에게 임산부 요가를 배워보고 싶은데, 연습실로 나가기 여의치 않다면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 책과 CD를 스승 삼아보면 어떠할까요?

소피아는 무용을 전공한 전직 슈퍼모델이자 건강관리 전문가로서 15년째 요가에 헌신해왔다합니다. 요가 수련과 티칭을 하면서 많은 임산부들을 만나왔던 그녀 자신이 이제 예비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최고의 교과서 삼아, 대한민국의 예비 엄마아빠들에게 요가를 전파하고자 책을 펴냈네요. 바로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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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라는 대전제 아래,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는 개월별 맞춤요가, 증상별 치유요가, 커플 요가, 산후요가 파트로 크게 나누어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스컴 출판사 특유의 세련되고 아름다운 편집과 요가 선생님 소피아의 비주얼 덕분에 페이지를 넘기는 손과 눈이 즐겁습니다. 중간중간 '소피아의 임신 다이어리'나 '임신 중 체중과 식단 관리' '임산부 요가 Q&A' 등 요긴한 정보가 많아서 어느 페이지 하나 쉽게 넘기기엔 아쉽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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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요가 수련에 들어가기 앞서, 임산부 요가의 좋은 점이나 기본 자세 등에 대한 소피아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제시됩니다. 한 마디로 임산부 요가는 태아뿐 아니라 예비 엄마에게도 꼭 필요한 현명한 태교법이지요. 평상시 호흡에 집중하고, 바른 자세를 취하는 자체로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임신해서도 손바닥에 문어빨판이라도 달린 듯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 두드리는 예비엄마들은 아래 사진을 보면 뜨끔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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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이 쉽게 오는 임신 초기,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지만, 늘상 발과 발목을 풀어준다면 마치 운동한 것과 같은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왕 하려면 소피아 선생님처럼 포엥트와 플렉스 동작 확실하게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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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에서는 개별 동작을 정확하게 익힌 후, 개별 요가동작을 연결하여 하루 30분 정도 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도 시기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뱃속에서 엄마를 통해 호흡하는 아기를 생각하며 꼬박꼬박 따라 하면 분명 큰 성과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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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 요가 책이야 많이 보아왔지만 <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에서처럼 커플 요가를 아름답게 제시한 참고서는 보지 못했어요. 커플 요가는 단순히 몸뿐 아니라 정서적 힐링과 안정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운동이랍니다. 예비엄마아빠가 태담을 나누며 서로의 발을 애정어린 손길로 마사지해준다면 뱃속의 아가도 그 온기 다 느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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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다고 몸매를 포기할까요? 힙업 운동 못할까요? 소피아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서서도 누워서도 엎드려서도 힙업 운동이 가능하네요. 임신=몸매 망가짐의 생각에 전환을 가져오는 동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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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특히 임산부와 산모를 위한 요가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동작으로 공들여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작을 잘못 취하게 되면, 몸의 균형이 오히려 깨지고 역으로 나쁜 증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운동역학과 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 스승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지요. 소피아는 현재 숙명여대 체육학과 박사과정 재학생으로 이 분야에서 식견을 쌓아왔어요. 정확한 동작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임신 기간과 출산 후에 여성을 괴롭히는 대표적 증상인 '부종'예방 및 완화를 위한 정확한 동작을 시연해보입니다. 역아를 제 위치로 돌려주는 자연 운동법도 소개해줍니다. 한 번을 하더라도 설명을 잘 읽고 제대로 따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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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임산부 요가>에는 태교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는 소리바다 1개월 무제한 이용권과 30분 요가 동영상 CD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임신한 지인에게 정성어린 손편지와 함께 선물하기에도 좋은 아이템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지요. 엄마 행복의 필요조건이 바로 건강인만큼, 산전 산후 건강 요가로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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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 새끼 우리시 그림책 15
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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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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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무던히도 단순하다 싶었습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표지에는 파란 색을 배경으로 달랑 검은 염소 새끼 한 마리 뿐입니다. 그런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분명 혼자가 아닙니다. 눈빛에 장난기를 가득 담아 대상을 응시하고 있거든요. 곧 뭔가 재미나고도 생기발랄한 사건이 벌어질 것같아 독자는 책장을 열기도 전부터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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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야 염소야 / 나랑 노자아."하면서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네요. 새침쟁이, 먹음쟁이 염소는 귀로 눈까지 가리고 못 본 체, 못 들은 체. 새침떠는 염소를 점잖게 지나치면 강아지가 아니게요? 강아지 염소 귀를 앙앙 잘근 물면서 놀자고 보챕니다.  염소 새끼가 골을 부리네요.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삽화를 위해 무려 삼 년이나 공을 들였다는 김병하 작가가 어찌나 실감나게 잔뜩 골이 난 염소를 그렸던지, 염소가 종이를 뚫고 독자를 향해 달려들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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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뿔대가리 내밀어 강아지를 콱 떠받으려 해봤자, 요놈의  꾀보쟁이 강아지는 어찌나 날랜지 살짝꽁 비켜서 염소의 속을 더 뒤집어 놓습니다. 자꾸자꾸 떠받으려해도 밧줄이 짧다보니, 기를 쓸수록 약만 더 오릅니다. 여기서 익숙한 그 대사, "용용 죽겠지. 날 잡아 봐아라"가 등장하네요. "용용 놀리는 강아지"와 "엠엠 내젓는 새끼 염소"의 능청망청 귀여운 다툼을 김병하 작가는 어찌나 사랑스럽게 그려놓았는지요. 꼭,  아슬아슬 화를 돋우면서도 경계를 넘지 않고 아웅다웅 다투는 꼬마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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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렇게 "용용 죽겠지" 놀림 당하다가 약이 올라 염소 새끼가 제풀에 어찌될까 걱정스럽던 차에, 클라이맥스!  사실 권정생 선생의 원작 시에는 등장하지 않는 설정인데, 시의 행간까지 고민하여 읽어낸 김병하 작가는 염소를 묶어둔 말뚝이 뽑혀지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뽑힌 말뚝을 바라보는 염소와 강아지 둘 다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는 게 불 구경, 싸움 구경이라고 독자는 은근 신이 납니다. 용용 약올림만 당하던 염소가 이제 말뚝에서 풀려났으니 강아지를 어찌 요리할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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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는 똥줄 빠지게 달아나고, 염소는 작은 뿔이랍시고 반 뼘 길이도 안 되는 뿔을 들이밀고 죽어라 쫒아가는데 독자는 즐겁기만 합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넓디 넓은 언덕을 염소와 강아지와 함께  뛰어노는 듯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염소와 강아지 얼굴에서 모두 재미만 가득합니다. "나 잡아봐라," "그래 너 잡는다"하며 노는 폼이 부럽도록 재미나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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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 갑자기 나타난 제트기, 깜짝 놀라 깨갱거리는 강아지를 염소가 폭 감싸주었네요. 놀란 두 친구, 이젠 골대가리도 다 잊고 그냥 좋습니다.  언제 싸웠냐는 듯, 그냥 즐겁습니다. '내 편, 네 편, 내 친구, 친구할만하지 않은 아이' 야박하리만큼 철저히 잘 구별하는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는 상당히 다르지요? 놀다보면 미움도 다툼도 웃음으로 사르르 녹아버리는 옛 정서에 독자는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권정생 선생은 불과 열다섯의 나이에 썼다합니다. 권정생 선생 사후, 2011년에 발견된 이 시를 창비 출판사가 김병하 그림작가의 그림을 입혀서 멋지게 소개해준 덕분에 독자는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놀이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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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하 그림작가의 깜짝 선물 하나, 시를 쓴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림책 속에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어스름 해 질 녘, 염소 새끼와 강아지를 끌고 마을로 돌아가는 이의 모습에서 권정생 선생님이 보입니다. 물질적으로는 척박하고 어려웠던 시절, 그래도 따스한 온기로 세상을 품었던 소년 시인 권정생의 모습이 독자에게도 보입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야 말로 청명한 가을하늘 만큼이나 마음의 잡티를 싹 씻어내 줄 맑디 맑은 힐링그림책이네요.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동시그림책을 읽고 그 정화의 즐거움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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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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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 갖춘 교양인을 자부하며 '논어?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면서도 막상 그 제목 정도만 알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런 <논어>를 30여 년간 수십 번 읽고, 어떤 구절을 무려 수백 번을 암송했다는 신창호 교수 (고려대)가 <한글논어>를 펴냈다. 그가 "독해했던 <논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시도 (p.8)"로서, 논어를 한글로 번역해주었다. 아니 번역이란 단어는 야박하다. "술이부작 述而不作의 정신으로 한 현대적 재해석이자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생산(p.9)"이다.

부록까지 총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한글논어>의 1부에서는 공자의 삶을 담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어>를 독해하기 전에 공자의 인간됨, 사유의 핵심 궤적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창호 교수는 사마천의 <사기>를 빌어 공자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1부를 읽다보니 세상에 인간의 도리, 상식을 전하고자 하는 대의에 비해 제대로 등용되지 못한 공자의 천하주유(天下周遊)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는 나무를 선택하여 서식할 수 있다. 나무가 어찌 새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했다는 공자의 말에서 생각이 짧은 독자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공자의 깊이를 엿보았다.

2부에서는 논어의 본격 독해를 시도한다. 논어는 사실 공자가 살아생전 혼자 저술한 책이 아니다. 신창호 교수는 논어를 집단 지성의 산물이자 일종의 지적 대화록이라고 말한다. 공자의 제자나 후대 학자들이 쓰다 보니 20편 각 편과 각 장이 통일성을 띠기보다는 개별적 경향을 보인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논어의 1편, "학이"에서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다. "효도와 우애야말로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사람답게 대하는 길을 실천하는 기초 윤리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이 인성과 덕성을 갖추었기에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세상에 인간의 도리를 설파할 수 있었다.

 

제2편 배움을 바탕으로 정치를 실천한다.’는 유교 논리를 담은「위정」, 마찬가지로 예악을 활용하여 정치를 잘하는 요건을 논한 「팔일」, ‘열린 마음으로 선행을 베풀다’라는 의미의 「리인」이 제 4편에 배치되었다. 공자의 제자를 위시한 인물평이 주를 이룬 제5편 「공야장」과 제6편「옹야」,공자가 지향하는 뜻과 행실에 관한 문장이 많은 제7편「술이」,제8편 성현의 덕을 기술한「태백」이나 공자의 덕행을 기술한「자한」, 10편「향당」에서 제20편 요왈 까지 20편이 2부에 실려 있다.

 

한자를 가급적 쓰지 않고, 한국적으로 사유하려 노력하며 해제했단 신창호 교수의 노력 덕분인지 <한글논어>는 형이상학적이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추상적이지 않고,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한마디로 이 시대 한국인들 역시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고민했던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공자의 말씀을 스승삼을 수 있다. 그래서 공자가 살아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개탄하였어도 사후 존중받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스승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 아닐까? 공자는 3000여명에 이르렀다는 제자를 가르칠 때 - 네 가지, 글을 하는 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 최선을 다하는 충실함, 타자에 대한 믿음- 을 기본축으로 삼고, "억측하지 말 것, 독단하지 말 것, 고집하지 말 것,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말 것(64)"을 강조했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서 2014년의 제자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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