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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터
댄 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스마터SMATER
최근 연예계 가십(gossip)
기사를 읽다가, "(내 애인은) 뇌가 예쁜 여자"라는 깜찍한 표현에 피식 웃었다. 알고 보니, 뇌가 섹시하다는 뜻의 '뇌섹남’이다란 말도
일상에서는 물론 방송에서도 많이 등장한다나? 사각 턱, 주걱턱, 늘어진 턱살, 홑꺼풀 눈은 이미 예전부터 수선하고 '개량' 가능한 대상이었는데,
이제 뇌까지 개량 가능한 대상으로 재구성되어가나보다. 일군의 과학자들과 사업가들은 아예 대놓고 주장한다. "당신의 삼두박근 이두박근처럼 두뇌도
훈련으로 강화 개량될 수 있습니다. 훈련 방법과 기술, 자본이 있는데 지능 더 높이시지 않으시렵니까?"하고 말이다. 과연 그 주장이 사실일까?
인지 훈련을 통해 지능이 향상될 수, 즉 똑똑해질 수 있을까?
과학전문기자인 댄 헐리(Dan Hurley)는 뜨거운 감자인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
훈련 효과"의 진위를 직접 밝혀보기로 한다. 우선 지능 연구 분야 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있게 소개한다. 지능은 타고나서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이들,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들을 여러 학회와 연구실과 사적 공간에서 만나 관찰하고 인터뷰한다. 물론 전문 분야의 논문도
탐독한다. 나아가 그 자신이 상위 2%에 해당하는 지능지수 136을 자랑하는 본인이 실제 실험대상(guniea pig)가 된다. 상업적인 뇌
프로그램을 체험해본다. 작업기업을 향상시키기 위해 야키와 부슈켈이
고안한 특수 컴퓨터 게임인 ‘엔백(N-back)'을
비롯하여, 루모시티(Lumosity)라는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 'Boot camp'라는 피트니트 센터에서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 니코티
패치 붙이기, 류트라는 악기 배우기, 고전적 방법이라 할 명상 등을 조합하여 두뇌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일까? 댄
헐리 스스로도 인정하듯 규율과는 거리과 먼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의 그가, 두뇌 훈련 과정을 꼼꼼하게 지켰을리 만무하다. 실제 명상은 도합
7회밖에 못했고, 니코틴 패치도 툭하면 붙이기를 잊어버렸고, 규칙적인 삶을 흉내내며 힘들어했다. 게다가 <스마터>의 마지막 챕터인
11장에서 밝히는 두뇌 훈련 결과 역시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뜨뜨미지근하다. IQ검사결과는 훈련 전에 비해 단 1점이 향상되었고 루모시티
점수와 듀얼 엔벡 능력은 대폭 향상된 반면, 채표 전개 검사에서는 정답률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유동지능을 나타내는 수치는
상승했다지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댄 헐리는 회색 중립지대에 서서 "더 똑똑해진 기분이다."라는 모호한 진술로
<스마터>를 마무리 짓는다.
속은 느낌. 과학전문기자답게 대중의 시선을 확 끌어다닐만한 주제를 뽑고,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하고 글을 버무리는 데
댄 헐리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듯 하지만, <스마터>의 도입부에서 제기했던 흥미로운 이슈들- 지능을 둘러싼 우생학 논쟁, 지능에 대한
문화생물학 통합적(biocultual synthesis) 설명 등-을 깊숙히 건드리는 데는 실패한 듯 하다. '모짜르트 이펙트'란 부제를 달고
불티나게 팔려나간 유아용 CD라든지, '기억력 제약회사'의 지능증진약품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유동지능이 높아질 수
있다'는데 한 표를 더한다는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책을 덮고도 모르겠다. 내가 불량 독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