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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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간


 


 

 

 

 

글발' 날린다는 사람들도 부럽지만, 요즘엔 워낙 글 잘쓰는 이들이 많다보니 용감한 글쟁이가 더 부럽다. 생각이건 치부건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어서 용감한 사람들 말이다. <집 나간 책>의 저자 서 민'이 그러하다.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라는 부제를 달았기에 서평 모음집이라 생각했는데, 로쟈 이현우나 여타 교수 직함 지식인의 책 읽어주는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일기인지 수다인지 모를만큼 다변에, 통상의 서평 구조를 비웃는다. 지은이 약력이나 집필의도 분석이며, 핵심내용 짚어주기와 조목조목 비판적 독해하기 등, 서평에 등장하는 ABC의 요소들이 '서 민'의 서평에는 자유롭게 들고 난다. 마치 의식의 흐름을 드러내듯이 , 서민이 그 책을 읽다보니 어떤 에피소드와 어떤 독서경험이 중첩되 떠올랐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서민의 집 나간 책읽기에서 ABC요소는 작가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배합된다. 예를 들어, <텔링 라이즈>(2009)를 소개하면서도 저자 폴 에크먼이 '보편적 얼굴 표정'으로 '감정 읽기'에 대가이자 FBI CIA가 인정한 심리학자는 식의 친절한 설명은 생략한다. 대신 뎅기열 거짓말로 얼굴에 붉은 열꽃이 피었을 신정환이나, "애국심이 투철한 검찰 덕분에 망신은 면한 (117)" 박태환, 동창회 가기 싫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마크 바우어라인의 <가장 멍청한 세대 (원제: The Dumbest Generation)>(2009) "젊은이들이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책을 읽지 않아서다. (49)"이라며 명쾌하게 한 줄로 집약해 독해한다. 사실 사이버컬쳐(cyberculture)에 휘둘리는 '멍청한 젊은이'들에게 퍼붓는 마크 바우어라인의 강도 높고도 지적 브루조아적 비판에 맞대응하는 반대 의견도 살짝 언급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3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장을 다 넘기고 나서야 감이 온다. 왜 인물과 사상사 편집실에서 서민교수의 서평모음집 제목을 <집 나간 책>으로 지었는지. 정작 저자 서민은 “책은 집구석에서 읽을지라도 앎을 통한 실천은 집 밖에서 해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편집진의 고민이라 해석한다. 하지만독서내공 1단짜리 초보 서평가의 눈에는 집 나간 책은 서민의 프리스타일 사유법에 대한 은유로 보인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르겠지만 못생겨서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싫어서 2세를 갖는 대신, 4마리와 동고동락하는 서민은 천안에 거주한다. 방송출연이나 강연 등 전국구 일정을 소화해야할 때 주로 기차 안,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나보다. 그렇다고 시간 때우기용 가벼운 책만 읽지 않는다. 소설, 에세이, 정치비평서, 전공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다 건드려본다. 고백하건데, 어려서 책을 사놓고 읽지는 못하게 한 아버지의 알 수 없는 철학 (211)” 때문에 고전은 물론이거니와 30여년간 책을 멀리 하다 뒤늦게(아마도 안정적 교수직과 사회적 지위가 확보된 이후?) 책읽기 자유형에 빠져들어서일까? 서민은 소개하는 작품은 전체적인 큰 맥락에 두고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기 보다, 자신의 개인사와 인맥과 엮어 개인화시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인상이다. , 흥미롭게 다가온 대목이 있으면 발췌하며 자신의 삶과 엮어 소개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서평집이라지만 현학적인 언어의 거품을 걷어내고 솔직하고 자유분방해서 재미있다. 서민이 운영한다는 알라딘 서재에 친구추가 신청을 해놓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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