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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집 -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
카테리나 라차리 지음, 실비아 마우리 그림, 김현주 옮김 / 그린북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인류의
집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라는
부제는 과장 아니냐고요? 이 얇아 보이는 그림책에 어떻게 인류의 주거문화, 거주 공간을 압축적으로 담아 낼 수 있겠느냐고요? <인류의 집: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의 표지만 보았을 때, 독자들의 마음속에 올라오는 궁금증일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겨 탐독, 탐색하다
보면 '어리석은 걱정 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걸요? 심지어는 이 그림책을, 배울 거리가 알차게 압축된 백과사전처럼 느낄지도 몰라요. 제가
그랬거든요. 전문적인 내용을 어쩌면 이렇게 쉽고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바로 저자 카테리나 라차리가 실제 건축학을 공부하였고 친환경적인
집과 생활에 열정을 품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예요. 저자는 인류의 '건축 여행'으로 독자를 이끌면서, 궁극에는 지구 환경을 살리는 생태적인
주택과 도시 소개에 큰 비중을 둡니다. 즉 <인류의 집: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를 읽은 독자만이라도 자라서 친환경 건축과
생활공간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인류의 조상부터 동굴이건 움집이건,
인간은 일정 공간을 안전한 쉼터로 삼아 왔지요. 21세기의 현대인 역시 일생을 놓고 보았을 때,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그런데 막상 우리 현대인은 '집'하면 건축가나 인테리어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제대로 관심 기울여 보지 않아요. 저자는 책
첫머리에서 작지만 중요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져서 그 무관심에 경종을 울린답니다. '집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문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런저런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집이라는 친근했던 대상이 해독을 기다리는 비서(秘書)처럼 신비롭게 느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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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집과 주거문화란 결국 인간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면서 문화적 존재로 성장해왔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지요. <인류의 집>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집들이
인류의 적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게 해준답니다. 예를 들어, 알프스의 집이나 그리스 섬에 있는 집은 겉보기에는 조금 비슷한 면이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기능적인 면에서 세세한 차이가 있지요. 비가 아주 귀한 그리스 지역에서는 암석이 아주 부드러워서 두꺼운 벽을 직접 파서 옷장으로
사용한다니, 그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않나요? 반면 알프스 지역에서는 추귀가 가장 큰 도전거리였기에, 요리와 취침 등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냈다지요.
솔직히 소화하기에 쉬운
내용만은 아니에요. 세계 다양한 지역이라는 공간의 광활함에 집의 역사라는 시간성까지 더해서, 독자가 소화해야할 정보량이 상당하거든요. 다행히도
일러스트레이터 실비아 마우이가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를 주어 집을 그려주었어요. 양문형 냉장고를 열듯 양쪽으로 펼쳐보거나 한쪽으로 두루마리처럼
주르륵 풀어내릴 수도 있게 다양한 재미를 주었어요. 덕분에 426미터 높이의 뉴욕 파크 에비뉴의 길쭉한 형상도 더 상상이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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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류의 집 변천사를
살펴보면, 자연히 미래의 주거 문화가 궁금해지겠지요? 저자는 '에코'를 키워드로 미래의 주거문화를 제시합니다. 태양 전지판 등을 활용해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건축자재로 친환경 재생 재료를 주로 쓰는 친환경 하이테크가 널리 쓰일 것입니다. 단, 우리 모두가 지구 환경을 살리는데
뜨거운 관심을 지속적으로 둔다는 전제 아래서말입니다. <인류의 집>, 두고두고 사전처럼 펼쳐보며 영감을 받고 싶은 알찬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