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싶은 토끼
칼 요한 포셴 엘린 글.그림, 이나미 옮김 / 박하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잠자고 싶은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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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라는 신조어나, "음쓰 버리는 척하며 별다방"이라는 캡션을 달아 사진을 올리는 육아맘들의 SNS를 보면 웃음만 나오지는 않는다. 얼마나 육아가 힘들면 '독박육아,' '전투육아'라는 표현을 쓸까 싶고……. 육아 스트레서stressor 중 상위 5위에 들 항목으로 '재우려 해도 해도, 잠 안 자는 아이'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아빠 입장에서는, '종일 놀아 줬는데 (아기야, 너) 피곤하지도 않니? 도대체 왜 안 자니? 너 자고 나야, 엄마아빠 불금 영화관도 가고 쉬지!' 하는데, 아이는 안 잔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눈을 말똥말똥 뜨며, 놀아달라고 성화다. 아이 재우는 데 애먹는 부모에게 희소식이 있으니 여기 입증된 '슬리핑 북 (베드타임 픽쳐북)'이 나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아마존에서 1위에 오른 '재워주는 책'으로서 제목 또한 <잠자고 싶은 토끼>이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칼 - 요한 포셴 앨린'은 "저 또한 한 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들이 평화롭게 잠들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그리고 평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잠자고 싶은 토끼>를 적절히 호라용하고 사랑해 주시기를 바라며, 이 책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한구그이 모든 아이들이 잠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아름다운 기원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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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여느 책과 달리 사용법이 첫 페이지에 적혀 있습니다. 효과를 보려면, 아이들 에너지가 거의 소진된 때 읽어주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본문에서 굵은 단어나 문장은 강조해서 읽고, 초록색 단어나 문장은 천천히 부드럽게 읽고, 아이의 이름을 직접 대입해서 문장을 채워 읽어주는 것이 요령입니다.

솔직히 어른 독자의 입장에서, 내용 자체만으로는 <잠자고 싶은 토끼>가 매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페이지마다 수록된 단어 수가 너무 많아서, 읽어주는 엄마* 아빠가 더 힘이 들거든요. 그런데 저자 말로는 <잠자고 싶은 토끼>의 문장과 단어를 특정 심리적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선택해서 조합했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지금, 그네가 앞뒤로 흔들, 흔들, 흔들거려서 / / 무척 편하거든."이라는 문장을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주는 데는 어떤 심리적 목적이 숨어 있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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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 따지고 보자면, <잠자고 싶은 토끼>, 그다지 흥미롭지 않습니다. 졸리지만 잠은 오지 않는 아기 토끼 로저가 주인공인데, 잠들기에 도움을 청하러 하품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게 주요 줄거리이거든요. 가는 도중에 나른한 달팽이나 졸린 눈 부엉이를 만나 "지금 잠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충고를 듣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이런 답이 돌아오지요. "몸 구석 구석 힘을 빼 보는 거야. 그냥 히늘 쭉 빼는 게 중요해." 등등의 답변 말이에요. 마지막에 로저는 하품 아저씨의 마법의 가루를 맞고 집에 와서 잠 들어요. 꼬마 독자들도 엄마아빠가 <잠자고 싶은 토끼>를 읽어주는 와중에 로저처럼 잠 들어버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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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1위라고는 하지만, 한국인들의 베드타임 정서에는 2%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실제 <잠자고 싶은 토끼>를 읽어주는데, 어른이 더욱 지루해지거든요. 그런데 이게 다 잠을 오게 하는 심리적인 장치라나봐요. 줄거리가 재미있거나 말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 재우는 게 중요한 목표니 이 책 매일 읽어주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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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향한 로망

 

 노름판에서는 회차가 거듭될 수록 자꾸 판돈이 커질텐데, 인생판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꿈이 작아진다. 소심해진다. 이제 자꾸 작아져서 '서재 갖고 완결판 내기'가 새해 소망이 되다니. 비우고 살기를 실천하는지라 종이 달력을 계속 버리는데, 2016년 알라딘에서 선물로 보내온 달력만큼은 그냥 버릴 수가 없었다. 나의 로망, 작가들의 서재 사진을 어찌 그냥 버리리. 사진으로나마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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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열망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되, 그 상상을 실현시켜줄 공간을 확보하라. 이 메시지야말로 <공간의 위로>의 저자 소린 벨브스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던가.

1단계: 열망하는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라.
그리고
2단계: 그 꿈을 실현시켜줄 공간을 확보하라.
다시 말해
 
나만의 서재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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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버나드 쇼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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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브론테, 브론테 자매가 귀족 출신이었던가? 서재에 깔린 양탄자가 폭신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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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링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수긍도 반박도 못하겠건만

고급스러움 뚝뚝 떨어지는 서재 분위기만 보아서는 제국주의 시대 많이 누리고 산 관료의 서재 이미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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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품격이 느껴지는 서재. 그나저나 오스틴 시절에는 저 깃털달린 펜이 꽤 비쌌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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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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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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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퉁의 서재는 왠지 이런 분위기 일 것 같았는데,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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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서재가 가장 탐났다. 그래서 노란 테두리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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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집 -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
카테리나 라차리 지음, 실비아 마우리 그림, 김현주 옮김 / 그린북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인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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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라는 부제는 과장 아니냐고요? 이 얇아 보이는 그림책에 어떻게 인류의 주거문화, 거주 공간을 압축적으로 담아 낼 수 있겠느냐고요? <인류의 집: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의 표지만 보았을 때, 독자들의 마음속에 올라오는 궁금증일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겨 탐독, 탐색하다 보면 '어리석은 걱정 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걸요? 심지어는 이 그림책을, 배울 거리가 알차게 압축된 백과사전처럼 느낄지도 몰라요. 제가 그랬거든요. 전문적인 내용을 어쩌면 이렇게 쉽고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바로 저자 카테리나 라차리가 실제 건축학을 공부하였고 친환경적인 집과 생활에 열정을 품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예요. 저자는 인류의 '건축 여행'으로 독자를 이끌면서, 궁극에는 지구 환경을 살리는 생태적인 주택과 도시 소개에 큰 비중을 둡니다. 즉 <인류의 집: 동굴에서 초고층 빌딩까지>를 읽은 독자만이라도 자라서 친환경 건축과 생활공간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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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조상부터 동굴이건 움집이건, 인간은 일정 공간을 안전한 쉼터로 삼아 왔지요. 21세기의 현대인 역시 일생을 놓고 보았을 때,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그런데 막상 우리 현대인은 '집'하면 건축가나 인테리어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제대로 관심 기울여 보지 않아요. 저자는 책 첫머리에서 작지만 중요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져서 그 무관심에 경종을 울린답니다. '집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문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런저런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집이라는 친근했던 대상이 해독을 기다리는 비서(秘書)처럼 신비롭게 느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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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집과 주거문화란 결국 인간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면서 문화적 존재로 성장해왔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지요. <인류의 집>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집들이 인류의 적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게 해준답니다. 예를 들어, 알프스의 집이나 그리스 섬에 있는 집은 겉보기에는 조금 비슷한 면이 있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기능적인 면에서 세세한 차이가 있지요. 비가 아주 귀한 그리스 지역에서는 암석이 아주 부드러워서 두꺼운 벽을 직접 파서 옷장으로 사용한다니, 그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않나요?  반면 알프스 지역에서는 추귀가 가장 큰 도전거리였기에, 요리와 취침 등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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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소화하기에 쉬운 내용만은 아니에요. 세계 다양한 지역이라는 공간의 광활함에 집의 역사라는 시간성까지 더해서, 독자가 소화해야할 정보량이 상당하거든요. 다행히도 일러스트레이터 실비아 마우이가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를 주어 집을 그려주었어요. 양문형 냉장고를 열듯 양쪽으로 펼쳐보거나 한쪽으로 두루마리처럼 주르륵 풀어내릴 수도 있게 다양한 재미를 주었어요. 덕분에 426미터 높이의 뉴욕 파크 에비뉴의 길쭉한 형상도 더 상상이 잘 됩니다.

*

이렇게 인류의 집 변천사를 살펴보면, 자연히 미래의 주거 문화가 궁금해지겠지요? 저자는 '에코'를 키워드로 미래의 주거문화를 제시합니다. 태양 전지판 등을 활용해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건축자재로 친환경 재생 재료를 주로 쓰는 친환경 하이테크가 널리 쓰일 것입니다. 단, 우리 모두가 지구 환경을 살리는데 뜨거운 관심을 지속적으로 둔다는 전제 아래서말입니다. <인류의 집>, 두고두고 사전처럼 펼쳐보며 영감을 받고 싶은 알찬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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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로드 오사카 테이스티로드 시리즈
김광일 외 지음 / 아토북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테이스티로드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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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맛 기행의 책을 읽는데, 참 별것이 다 궁금해진다. 요리법이나 요리재료가 아니라, 저자들의 조합이 궁금해지다니 말이다. 여행을 통한 식문화 탐험이 취미라는 김광일, 교토출신 정보통 엔도 코나츠, 김광일과 마찬가지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공부한 김보라, 그리고 사진을 주로 제공한 김호익과 김상익, 백지원. 이 여섯 명의 필진은 어떤 이해관계로 만났을까? 아니 어떤 기획 의도를 공유하고 <테이스티로드 오사카>를 만들어나갔을까? 이 여섯 명 중에 노골적으로 케이크 사랑을 드러내는 빵 애호가는 누구일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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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로드 오사카>는 오사카 여행 안내서의 요리 섹션을 확장해놓은 듯한 편집을 골자로 하면서도, 중간중간 오사카 음식의 문화사를 끼어 넣었기에, 잡지와 음식인문학의 애매한 중간항에 놓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래서인가?  읽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애매하다 . 여느 음식 관련 잡지나 에세이보다는 분명 읽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만큼 상세한 설명 덕분에 얻어갈 실용적 정보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적에 따라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이 확연하게 달라질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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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스티로드 오사카>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독자라도 다양하게 만족하게 해줄 오사카 맛집 가이드라고 할까? 예를 들어, 오사카 단기 여행을 주목적으로 이 책을 뒤적거리는 독자에게는 가격 정보와 유용한 일본어 몇 마디가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음식의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오무라이스'에 얽힌 이야기나 일본의 육식금지령과 이후의 육류요리법을 기억하며 읽을 테고……. 오사카 여행이 잦거나 오사카에서 오래 거주했던 이라면, 기억의 지도를 헤집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며 책장을 넘길 테고. 그만큼 <테이스티로드 오사카>는 오사카의 골목골목을 샅샅이 뒤져 담았고, 직접 먹어본만큼 목소리를 담아 오사카 음식을 전한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일본 맛집 가이드인만큼, 라멘을 위시한 국수요리와 빵과 케이크 등에 특히 집중된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고, 줄 서서 기다리고, 먹어보고 쓴 글인지라 생동감이 느껴지고 신뢰가 간다. 딱 하나, 옥에 티라고 생각되는 점은 사진이다. 잡지 스타일 편집과 문장인데 반해, 사진은 꽤 어두운 톤을 유지한다. 사진의 구도와 크기 역시 제각각이다. 좀 더 밝은 음식 사진을 실었더라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아졌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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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재발견 첫번째 이야기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자들의 우연하고 기발한 발견들 딴짓의 재발견 1
니콜라 비트코프스키 지음, 양진성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딴짓의 재발견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자들의 우연하고 기발한 발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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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자들의 우연하고 기발한 발견들"이라는 부제가 붙긴 했지만 <딴짓의 재발견>에 소개된 28가지 발견들은 "알지 않았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들이기는 하다. 몰랐어도, 알아도 독자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질 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 발견을 한 과학자들은 억울할 수는 있겠다. 우연이건 노력의 필연적 산물이건, 독특한 발견을 해냈다는데 이를 알아주거나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쉬울 테니 말이다. 엉뚱한 발견을 해낸 과학자들은 그래서 니콜라 비트코프스키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리학 교수이자 그가 쓴 <딴짓의 재발견> 덕분에 일반 대중들도 과학자들의 괴짜 짓을 때론 어이 상실, 때론 존경의 마음으로 읽을 수 있으니까. 작자는 '과학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관심보다는 이론으로서 과학사를 '학습'하려고만 하는 경향이 안타까워서 괴짜 과학자들의 엉뚱한 발견을 찾아내어 책으로 엮어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의외로 딴짓을 많이 벌였는지, <딴짓의 재발견>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다. 그중 1권을 먼저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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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비트코프스키는 국립도서관이라는 망망대해를 탐험지 삼아, 과학사와 과학자 관련 서적을 열렬하게 읽어 재꼈다. '망망대해'로 비유할 만도 할 것이, 교과서에 깔끔하게 정리된 과학사의 주요 사건과 업적에 가려져, 사실 많은 부분이 언급되지도 주목받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과학적 사실, 과학사의 진실"이라고 믿있던 사실에도 의문을 제기해준다. 덕분에 <딴짓의 재발견>을 다 읽을 즈음, 독자는 '과학사史 = 이성과 객관성이 승리한 역사"인 동시에 "마술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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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계의 뒷담화 모음집이라고 할까? <딴짓의 재발견>을 읽다 보면, 진지한 이성의 화신으로서의 과학자라는 이미지 대신에 엉뚱한 매력의 괴짜 과학자가 상상된다. 예를 들어, 번개 치는 날의 연날리기 실험으로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특별히 좋아한 실험이 '여자의 눈에서 나온 불꽃으로 영혼이 불에 탈 수 있는가?'였다니 어찌 놀랍지 않은가? 엉뚱하기로는 '신과학의 창시자'라는 갈바니를 빼놓을 수 없다. 갈바니는 아픈 아내를 위해 개구리의 넓적다리로 수프를 끓이다가 동물전기의 존재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과학계의 신동 아이작 뉴턴은 어렸을 때 이미, '지푸라기와 머리카락, 입김으로 떡갈나무의 뿌리 뽑기' 실험을 시도했고, 혈액 순환의 메커니즘을 밝힌 고전의학의 대가, 윌리엄 하비는 마녀감별시험에서 감별사 역할을 하는 동시에 두꺼비를 연구했다고 한다.  노벨 물리학상 (1927년) 수상자인 '찰스 윌슨' 안개 상자를 통해 집요하게 구름을 만드는 데 몰두하여, '구름 윌슨'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과학계는 애써 이런 "지나치게 낭만적인" 실험을 무시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딴짓의 재발견>에 소개된 스물 여덞 명의 과학자들은 제각기 괴짜스럽기로는 두 번재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엉뚱한 연구와 발견을 하는데, 그 와중에 공통점을 꼽을 수 있다. 바로, 딴짓의 기저에서 순수한 호기심과 과학적 열정이 작동했다는 점. 그것이야 말로 과학자를 과학자되게 하고, 놀라운 발견이 이뤄지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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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재발견>이야말로, 요즘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 '통섭형 인재'의 특질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앞서 말한,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은 물론이거니와 과학, 문학 예술을 넘나드는 관심과 재능이 이 책에 소개된 과학자들의 공통 요소이니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에드거 알랜 포를 더이상 단순히 작가로만 보지 않게 될 것이며, 대륙이동설의 베게너 역시 단순 과학자 이전에 타고난 탐험가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열정과 호기심은 통한다. 예술과 과학, 이성과 감성, 낭만과 철저한 객관주의 역시 하나로 수렴될 수 있음을 괴짜 과학자들의 발견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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