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완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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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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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때 푹 빠져 읽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역자이자 『하얀전쟁』을 비롯한 많은 책을 내셨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지적 허영 때문에 막상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진 않았다. 이미 일리아스, 오딧세이아, 그리스 로마 신화 쯤이야 초등, 중등, 고등, 대딩, 계속 번역판을 달리해서 읽어오지 않았던가? 이미 아는 이야기일텐데......하는 꽤나 건방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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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말 도서관에 들렸다가 우연히 서가에서 한 권 남은 책은 하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5권이었기에 신화해설가로서의 이윤기와의 만남은 더욱 강렬했다. 선생님은 53세의 나이에 어려운, 그러나 왠지 필연이었을 결단을 내렸다. 바로

그렇다. 나도 나의 흑해를 건너자! 나도 나의 쉼플레가데스(충돌하는 섬)를 지나자! 나도 금양모피를 수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14쪽) 

이 결심 후, 그리스를 일주일간 탐색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준비 작업에 돌입해 카메라 다루는 법을 익히고, 여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서 아내와 함께 다시 그리스로 떠났다고 한다. 하얀 대리석 신전 기둥 떄문에 제대로 눈 뜨기도 어려운 아크로 폴리스를 배경으로 찍은 50대의 이윤기 선생님이나, 그보다 더 나중에 찍었을 사진 속에서나 이윤기 선생님은 신화 속 영웅처럼 남다른 포스를 풍긴다. 참 사람이 커 보인다. 멋져 보이신다. '들어가는 말'에 무려 24장(사진 페이지 포함)을 할애하면서 그가 진정 젊은이들이자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명심하자. 잔잔한 바다는 결코 튼튼한 뱃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신화적인 영웅들의 어깨에 무등을 타면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다. 내가 영웅 신화를 쓰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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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어가는 말"을 곱씹어 거듭 읽었다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본전은 이미 빼고도 남은 셈. 문학가이자 신화탐험가인 인간 이윤기를 느낄 수 있는 진솔한 장이다. 그 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이윤기식 담대하면서 발랄한 유머감각 - 옛날 한 옛날, 그러니까 힘센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을 할 일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는 대목에서 책 읽다가 소리 내어 웃었다-, 멋진 비주얼 자료 등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거리가 엄청나다. 5권을 읽고, 이 시리즈의 팬이 되어버렸다. 5권 먼저 읽고 1,2,3,4 내리 읽는 역순 여행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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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맺음말은 이윤기 선생님이 아닌 그 자제분이 썼다. 영웅은 단명한다? 이윤기 선생님께서는 향년 63세에 영면하셨다. 너무나 아쉽다.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읽은 한 권의 책이 날 이틀째 요동케 한다. 튼튼한 뱃사람으로 생을 살고 싶은데, 나는 나의 파도가 무엇인지나 파악하고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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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2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5권만 빼고 나머지 다 가지고 있습니다. 1, 2, 3권은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산 것이라서 표지가 지금 나온 것과 달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