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보는 영화 중간부터 기웃거리다가 푹 빠져들어 끝까지 보고 나니, 오호! 그러면 그렇지! 뭔가 다르더니, 스티븐 킹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구나. <1922> 은 옥수수밭 표지의 소설 <Full Dark, No Stars>에 수록된 중편소설 <1922>와 동일한 제목이다. 영화에도 옥수수밭이 등장한다. 땅에 대한 애착?, 집착?에서 살인이 벌어졌다. 1922년, 어느 날.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곤히 잠들었다가 깨서 저항하는 엄마의 목을 딴다.
불과 8년만인 1930년, 공범으로서의 아들은 이미 8년 전에 사망했고 살아남은 아비의 머리카락은 회색으로 새었다. 한 때 우람했던 농부이자 살인자의 왼팔 아래, 손은 절단되어 없다. 주검이 된 아내의 몸을 쥐들이 놀이터 삼았고, 쥐는 살인자의 손을 물어 뜯었다. 불과 8년 만에 살인자는 땅은 물론, 농장과 집 그리고 전 재산을 술로 잃었고 건강했던 몸도 마음도 잃었다.
1930년의 남자는 1922년 남자가 했던 선택을 후회한다. 다른 길도 있었다고 읊조린다. 영상으로도 이 정도의 압박감으로 살인자의 죄책감과 괴로운 심경이 전해지는데, 실제 소설을 읽으면 대단하겠구나. 스티븐 킹은 정녕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Full Dark, No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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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으로 열연한 토마스 제인 (Thomas Jane, 1969년 2월 22일 ~ )은 상남자 포스를 폴폴 풍기는 중년인데, <1922>에서 굉장히 독특한 발음으로 연기한다. '내 성에 차지 않으면 너희를 잘근잘근 씹어주겠다'는 증오심을 보컬화에 담았는데 소리를 이 사이로 꼭꼭 씹어뱉는 발음을 하는데, 영화를 보다 자꾸 겹쳐 생각나는 지인이 있어서 의아했다. 그 분도 그렇게나 꼭꼭 씹듯 발음하던데 기저의 심리 상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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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어 기억하는 여인을 이번 기회에 이름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Molly Parker. <1922>년에서 남편과 아들의 습격뿐 아니라, 죽어서도 들쥐떼의 습격을 받는 가련한 여인 역을 맡았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창백하고도 맥 없는 연기로 고위직 정치인의 연기를 했던 그녀의 제 자리는 차라리 이런 시체,혹은 혼령 연기였던 것 같다. 아무튼 시체로서의 분장과 연기가 인상 깊었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별도 없는 한 밤에>를 혹시나 시간 여유가 많고 많다면 읽어야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