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를 단숨에 읽었다. 그가 수년간 밤 잠 못자고 자료를
분석하고, 가족과의 따뜻한 일상은 커녕 일상의 안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취재원을 만나고, 다시 수년 간 계속될지도 모르는
소송의 불쾌감을 감내하며 쓴 책인데, 단숨에 읽기가 미안하기는 했다.
얼마나 많은 실패와 헛수고를 거치고 거쳐 이만큼 건져서 목숨 걸고 이야기하는 건데, 어떻게 쉽게
읽나 하는 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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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2011년이라면 어른의 나이였을 텐데, 농협 전상망 마비 이면에 "북한의 소행이
추정"된다는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음은 또 어찌 미안해야 할 것인지. 농협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210억 원을 대출 사기 당하고도 그 돈을
찾겠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농협에서 해외 대출을 담당했던 직원이 출근한다고 집을 나섰는데 저수지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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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는 유난히 "저수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많이들 저수지에서
죽었다. 혹은 라면 먹다가도 죽었다. 활자로만 접해도 섬뜩하다. 실제 주진우 기자와 함께 진실을 추구하자며 목소리를 내려던 제보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저수지'에의 공포 때문이기도 하다. '저수지'로 은유되는 피의 보복. 동시에
"저수지"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추정되는 부정축적한 국민의
돈을 숨겨놓은 진실 너머를 상징한다. 그래서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의 부제가 "저수지를 찾아라"이다.
가카를 오래 추적해와 살냄새(물론 구린 돈냄새에 가려 살냄새가 흐려있겠지만)까지 근접한 주진우
기자의 평으로는 가카는 조폭의 전략을 쓴다고 한다. 이명박이 시장일 때 부시장으로서 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뇌물혐의로 구속되었던 양윤재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요청으로 사면받아 내고, 이후 장관급 대우를 해주는 조폭 스타일이라 한다. 뒤를 봐준다. 공범을 만들고 심어둔다. 극한 경우
'저수지'행으로의 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