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넘치는 젊은 인류학자가 2010년대 카자흐스탄에서 수행했던 자신의 연구를 들려주던 중, 몸짓과 목소리에 두려움을 담길래 의아했던 적이 있다. 공안에게 밀착 감시받고 근방에서 폭탄테러를 경험하는 등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순간들을 회상하는 그의 앞에서, 모험소설 소비하는 독자인 양 생글거렸던 무식함을 후회한다.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를 권해 준 이 지역 정치철학 연구자에게 서문 읽다가 충동적으로 "무척 흥미롭습니다"라고 메시지 날리지 말았어야 했다. 목숨을 걸고 증언해 준 사람들만큼이나 학자로서 자신도 많은 걸 걸고 쓴 대런 바일러(Darren Byler)의 책에 "흥미롭다"라는 표현이 불경하다는 걸 알았다.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를 읽는 중간중간, [이퀼리브리엄], [1984] [ 멋진 신세계]에서 묘사한 디스토피아가 겹쳐 떠올랐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가상 현실계(소설과 영화 속)의 디스토피아가 21세기 현실에서 소위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China's high-tech Penal Colony)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데 경악, 혐오, 공포감을 느끼리라. 그럼에도 저자 대런 바일러는 [1984]나 [멋진 신세계]를 어디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IF" 가정법이나 비유적 수사, 저자 자신의 사적인 목소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담담하게 기술했다.
대런 바일러는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를 문헌 연구는 물론, 2011년부터 2020년, 신장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미국 시애틀에서 수행했던 연구(특히 심층 인터뷰와 현장조사)에 근거해 썼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자행되고 있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수준의 폭력이 현실의 이야기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신장 재교육 수용소를 거쳐갔던 이들의 사례 연구(case study)를 축으로 챕터를 연결한다. 감시 자본주의 하, "자동화된 인종화의 일상성"이 얼마나 끔찍하게 진행형이며 벗어날 길 없이 내리누르는 탄압과 촘촘한 감시망이 구축되기까지 어떤 이해관계가 얽히고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 읽기를 권해준 신장위구르 연구자(+알라디너) 김 ** 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