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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 삶이 바뀌는 신박한 정리
이지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0월
평점 :
작년에 500여 권 처분하면서 이별 리스트에 올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도 [공간의 위로]는 버릴 생각은 단 일초도 안 했다.원제가 더 멋진데, [SoulSpace]이다. 마음에 그리는 삶을 현실화하는 데 공간이 얼마나 마법적인 힘을 발휘하는가 설득하는 책이었다. 위로와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저자 소린 벨브스가 운영하는 'Xorin Homes' 홈페이지 https://xorinhomes.com/를 둘러보면알 수 있겠지만, 그는 상위 0.1% 금손들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tvN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 시청자들도 비슷한 뉘앙스의 불편감을 후기에 담기도 한다. 정리정돈 귀찮아 할 뿐인 연예인들 집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신박한 정리"는 뉴스 외에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대단한 프로페셔널리즘을 순박한 미소로 겸손히 가려왔던 이지영이 책을 냈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라는. 한 두달을 기다려서 대출했다. 이 책은 여전히 도서관에 대출예약자가 6인씩 꽉 차있다.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의 정리를 애타게 바라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서문에서 이지영은 본인이 IMF를 겪으며 온 가족 뿔뿔히 헤어져 살다가 단칸방이라도 가족이 모여살았을 때의 기쁨을 이야기한다. 그저 가족이 함께 한다는 자체로 '집'이라는 공간이 사람에게 큰 행복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당신의 공간을 정리해드립니다]에는 18평에 여섯 명이 사는 의뢰인이 등장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3가족이 한 집으로 모여 살다보니 살림살이가 많고 어수선한 집이었다. 그 집의 막내따님이 이지영에게 '가진돈 100만원이 전부'라며 의뢰해왔을 때, 이지영은 12명의 직원과 하루를 꼬박 들여서 그 18평 집을 변화시켰다 한다. IMF 때 '이산가족'으로 살았던 기억이 의뢰인에게 투영되었을지 모르겠다.
낮은 자세로 겸손한 이가 이지영 뿐인가? 신애라의 긍정 에너지는 의뢰인들을 전혀 기죽이지 않는다. 내가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
[당신의 공간을 정리해드립니다]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담아가는 지적은, 아파트 한국 사회, 욕망도 비스무리해진 이 땅의 사람들, 평형과 아파트 브랜드로 구별되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심지어 공간을 꾸미는 방식도 안타까울 만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지영은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우선시하여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