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송효정 외 지음 / 온다프레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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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도 다중이용시설이지만, 여태 도서관發 코로나 감염 뉴스는 들어보지 못한 듯 하다. 도서관에서는 대화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책 순환하기 전에 소독을 하는 사서분들의 노고 덕분이겠지. 오늘도 도서관. "새로 들어온 책"들이 한 줄 조르르 꽂혀 있는데,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우선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교만" "속단." 부제는 놓치고 '자기 긍정하라는 자기계발서인가?'할 뻔 했다. 부제가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구술집이다. 한림화상재단이 5명의 작가들에게 의뢰(? 제안?)하여, 일곱 분의 화상경험자들을 인터뷰했다. 


낮은 목소리, 낮은 자세. 


구술을 채록하는 작가분들도,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까 경험을 나누는 분들도 낮고 투명하다. 일인칭의 이야기지만 일곱 편의 인터뷰가 모이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료복지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유익할지 '화상경험자'를 보는 사회의 시선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사회고발 르포가 된다. 






"어떤 사람은 참 무심하게 이런 말을 툭 던져요. '야, TV 보니까 발로도 밥 잘 먹더라.' 내가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다면 발로 할 수도 있겠죠...전 세계에서 자기 발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얼마 없어요. 근데 말을 그렇게 ..."


"힘들어서 어떡하느냐 하는데 그 말이 전혀 공감이 안 됐어요. '그저 지나치듯 하는 말이구나. 차라리 말을 말지.' 그런 생각도 들죠. 그랬기에 더더욱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얘기해주는 거랑은 다르겠죠. 사람들이 습관처럼, 어떤 말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 의무감으로 "힘들었지?"라고 말해주는 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어찌 보면 '네가 나만큼 다쳤어야 할지'라든지 심지어는 '너도 나만큼 다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잖아요. 참..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진짜 못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더라고요...(중략)...그 때부터는 그 사람 상처의 경중을 떠나, '나만큼 아프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만나러 간 사람들이 오히려 내 멘토가 되는 거예요. 내가 위로하러 갔는데, 나를 위로해주더라고요." 



사회학자 엄기호 선생이 강조하는 "곁의 곁"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곁의 곁. 아플수록, 절망적일수록 곁의 곁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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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31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사랑인 올 한 해 많이 많이 감사했습니다 ^^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

얄라알라 2021-01-01 23:35   좋아요 0 | URL
초딩님, 제 서재까지 와주셔서 새해 인사 남겨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2021년, 외부의 변화 흐름이 어떠할지라도 책을 읽고 나누며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는 한 해 되시기를.(코로나 이야기였네요. 아무래도 2021년도 비슷하겠지요? 그래도, 함께 삶과 책 이야기를 나눌 분들이 여기 서재에 계시니 으쌰!)

2021-01-01 1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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