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보면,  만나고 싶어지는 작가들이 있다. 내 경우, 올리버 색스, 이윤기(그리스로마 신화 번역과 집필하신) 작가. 안타깝게도 두 분 다 소천하셨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브래드 에반스Brad Evans나, 록산 게이Roxane Gay에게 매료 당했지만, 꿈에서라도 만날들 모국어 아닌 언어로 얼마나 대화를 이어가겠는가? 


그리고 이라영이 있다. [정치적인 식탁]을 읽는데, 이런 신선(+신랄)한 작가, 만나고 싶었다. 소심한 내 기준으로는 "쎈" 언어로 검술을 펼치는 이라영은, 현란한 전문용어로 철갑 두른 여느 지식인들과 사뭇 다르게 쓴다. 생각은 해봤어도 남 눈치 보느라 차마 꺼내지 않았던 이슈들을 이라영은 퍽퍽 직구로 날려준다. 급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라영을 검색해보니, 오호! 대단한 다작가였다. 활동 분야도 다양(예를 들어, 최근엔 [비거닝]의 필진으로, 이전엔 생협에서 낸 출판물에)하고 관심사도 문어발인 작가. 


실제 작가는 그 질문, "책을 참 빨리 쓰시나봐요?"를 많이 받아 봤다 한다. 아니라고 했다. 출간을 염두하고 쓴 것도 아니고, 계약하고 마감일 잡힌 후 쓴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 동안 꾸준히 계속 써온 글들을 손봐서 방출(?) 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이라영 작가가 말하길,"들어오는 건 많은데, 내 마이크는 작고, 내 말 듣겠다는 사람도 없고, 혼자 (글 쓰며) 쏟아내온 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이제 차곡차곡 폴더(글 곳간)을 열어, 방출 중이라 한다. 


이런 귀한 이야기는 12월 21일, 오늘 "알라디너 TV" 실시간 북토크를 통해 들었다. 이라영 작가님도 대단하지만, 진행한 이다혜 기자도 "크러쉬" 받을만 한 분이다. 유쾌한 두 분의 대화를 듣느라 70분이 훌쩍 지났다. 



이라영 작가, 이다혜 기자 모두 소형 산타 클로스 모자를 쓰고 연실 "맞아요. 맞아요." 맞장구 치고, 웃고, 테이블을 (살짝 내려) 치고, 부지런히 책을 뒤적이며 대화하는 모습, 보기만 해도 흥분되었다. 시소의 박자 타듯, 대화의 쿵짝 리듬이 참 잘 맞는다. 


이라영 작가는 오랜 타국 생활 덕분일까? 아니면 알라디너 TV 실시간 토크가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마스크(+산타 모자)를 쓰고 이뤄짐으로써 연기하는 분위기가 났던 탓일까? 눈치 따윈 없어! 하는 식으로 껄껄 깔깔 시원스럽게 웃어 제끼고 성격 마구 드러내며 대화하는 이라영에게서, 문체에 솟은 날카로움을 상쇄시키는 부드러운 매력을 느꼈다. 


대방출 할 글 목록, 글 곳간을 차곡 차곡 채워온 이라영 작가, 앞으로 더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 내 곳간을 채울 키워드부터 찾아야겠다는 자극 받는다. 그 동안 채우기야 많이 채웠지, 방향 안 잡고 키워드를 못 세웠던 게 문제다. 



알라딘 TV 생방 중에 (강원도 출신인) 이라영 작가가, "강원도 출신 여자, 이런 자리에서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어떤 맥락의 대화였을까?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뱉어낸 말이겠지? '이런 자리'는 무얼 뜻할까? 이 말을 뱉은 이는 어떤 사람일까? 본인이라면 "이런 자리"에 마땅 속해 있어야 하는 일인이고, 특정 지역(서울 외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이런 자리"에 어색하다고 여겼다면 왜 일까?


■ 미셸 푸코 책 번역도 하고, 강의도 하는 허경 박사가 강의 중 지나가며 전했던 말이 생각난다. 왜 명절 때, "강원도 언제 내려가냐? 서울 언제 올라오냐?"고 말하냐며 서울 중심주의(?)를 비난했다. 위도로 따지자면 강원도가 더 높기 때문에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표현이 맞지 않다며, 왜 서울을 중심으로 생각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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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게 있었군요. 봤으면 좋았을텐데. 아까비.

2020-12-24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