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emic"이 전세계 공통, 2020년 키워드이겠지만 "펜데믹" 친척 하나 더 꼽자면 "인포데믹."

손가락 가볍게 태핑 몇 번하면, 세계 석학의 포스트 코로나 예측 강연이며 '그들만의 리그'였던 포럼이 문을 열어 준다. [전문가와 강적들]의 저자, 톰 니콜스는 '가짜 정보'에 기꺼이 속는 일반인에게 이를 갈며 '전문가성'을 강조했지만 솔직히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경우, 소음, 잡음 구별이 어렵다. 건강과 영양 분야 신간의 성실한 독자인 나에겐 특히, GMO식품이나 채식주의에 관한 이야기들이 어렵다. 읽을수록 주관이 바로 선다기 보다, 인포데믹 폭격 받은 기분이 든다. 




일부러 두 권을 나란히 읽는다.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화살표를 끌고 가는 책들이다.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와 [비거닝]이 그것들이다. 식 권하는 전자를 쓴 박태균은 '한국식품영양 학회,' '농어업특별대책 위원회,' '축산물선진화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왔다. 예비독자들도 눈칫밥으로 짐작할 수 있듯 저자는 . "채식: 육식" 비율을 8:2로 유지하는 식단이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이며, "육식이 장수에 기여한다(19)"고 주장한다. 비거니즘만으로는 Ca, Fe, Zn 등이 부족하기 쉽고, 특히 "붉은 비타민"이라는 별명의 B12를 아예 섭취할 수 없다는 구체적 근거도 제시한다. 역으로 고기만 취해서는 K가 부족하기 쉽다 한다. 전체적으로 "골고루"를 권한다.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는 적절한 사진 자료 덕분에 카드 뉴스 보는 듯, 건강 잡지 읽는 듯한 속도감을 준다. 그래도 정보량이 어마하니, 메모지 준비하고 읽기를 추천함. 저자가 "16년간 식품의학분야 전문 기자"로 일하며 축적한 방대한 자료를 대방출했으니 거저 얻어가긴 미안하다.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는 '육식이냐, 채식이냐?'의 이분적 질문에서 확장해서, 육류와 관련된 유해물질 및 음식궁합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총 10명의 필진의 공동 프로젝트인 [비거닝]은 두 번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10개의 에세이 중 이라영 선생님의 친근한 문체에 가장 끌렸다. 두번 째 읽으니 조한진희 선생님의 글에 가장 크게 공감한다. 이런 글이 내겐 인포데믹의 홍수에서 "경전" 을 걸러낼 혜안을 열어준다. 조한진희의 생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문장을 인용해 본다. 


"채식을 개인의 미각, 의지 문제로만 보았을 때 개인의 불평등한 '위치성'은 지워진다. 채식은 계급, 빈곤, 장애, 성별, 민족, 전쟁, 종교, 문화 등 사회의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작동하는 정치적 영역이다. (154쪽)"


● "채식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개인의 식탁에 초점이 맞춰지는 방식으로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 채식은 나은 선택지를 가진 이들의 고귀한 윤리적 액세서리가 아니다. (159쪽)"



이 주장에 덧붙이는 광고문구가 와 닿는데, 저자가 사는 지역 재래시장에 가면 "돼지양념 불고기 100g에 990원," "유기농 쌈채소 100g당 2000원"의 가격표를 볼 수 있다 한다. 폐지 줍는 할머니가, 고철 주었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그 돼지양념 불고기를 사가는 풍경을 저자는 씁쓸한 시선으로 본다. 지인 이야기도 더한다. 조한진희 선생님의 지인은 "하루의 첫 끼니이자 마지막 끼니로 오래된 값싼 고기와 일주일치의 절망을 소주에 섞어 먹는다 (151)." 고. 




채식 열풍이 불고 있는 유럽에서는 대륙 수준으로 채식 운동이 벌어지고, 심지어 1월을 Veganuary로 제안하고 있다. 지구 남반부 어느 곳에서는 Covid-19로 인한 국경 봉쇄에 따른 식량수급 불안정으로 예전보다 혹독한 1월을 예견한다. 조한진희 선생님이 지적하는 채식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는, 즉 '위치성'에 따라 기울어져있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하는 예시이다. 


[비거닝]은 얇지만, 실속있는, '채식 은근히 권한다'며 욕 먹어도 좋으니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 채식과 GMO식품에 대한 고민은 "~ing"로 남겨두고, 다음에 계속 공부를 더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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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1-09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한쪽은 식량부족
다른 한쪽은 에이아이 확산으로
닭오리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