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계속 엄선해서 배출하고, 서가에 공간 생기니 또 다시 책을 들이고.....약이 없는 병이다. 다시 솟아 오른 책 더미에서 [검은 개]부터 뽑아들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제일 먼저 멀리한 장르가 소설이었다. 그런데, 책 덕후들의 서재를 기웃거리다보면 결국은 소설이 공통의 축인 것 같았다. 읽지 않아왔던 교만을 반성하며 [검은 개]를 탐독했건만, 이것은 왠 철학책이던가! [TENET] N차 관람하듯, N차로 읽어야 한단 말인가! 




이웃 서재를 드나들며 뒤늦게 알게 된 이언 매큐언의 작품들을 차근차근 독파해왔다. 미셸 투르니에, 아멜리 노통브 이후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이름을 더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나, [검은 개]만큼은 줄거리 이해도 어렵다.


화자인 지식인 중년 남성이 아내의 부모에게 흥미를 느껴 장인장모님 이야기를 한다. 떠오른 줄거리 아래로 들어가보면, 유럽정치사(세계대전, 이념충돌, 홀로코스트, 세상의 표리부동(내세우는 가치와 실제의 간극)뿐 아니라 세대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새벽에 읽을 땐 몰랐는데 아침에 다시 생각해보니 이책엔 유난히 자식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주인공만 해도 여덟 살에 부모님을 잃었고, 주인공의 조카 역시 폭력적 부모 밑에서 반 버림 받았고, 장인장모님의 냉전(?)에 그 자녀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방치되었다. 이언 메큐언은 가족에서의 관계보다 더 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과거의 혼란(전쟁, 살상, 이념적 대립, 이념형과 실제의 괴리), 이미 일어났던 일로 인해 현재 세대, 그리고 나중 세대들이 감내해야 할 숙제가 늘어간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나? 내가 유럽인이었다면, 유럽의 역사와 현 정치상황을 좀 더 잘 안다면 [검은 개]를 이해하는 수준이 달랐으려나? N차 읽고 나면, [검은 개]의 "검은 개"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 지금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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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0-09-04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선해서 방출하기는 모든 장서가들의 고민이네요

2020-09-05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5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