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고양이 라임 그림 동화 24
크리스토스 지음, 릴리 슈맹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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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독을 하는 편이라, 장르에 따라서는 1권 읽는 데 60분도 넉넉하다. 그런데 일단 휴식모드 조명 해놓고 스마트폰 손에 쥐면, 어플 옮겨 다니는 사이 120분이 훌쩍 사라진다. 배터리 잔량 보고 뜨악해서 폰을 내렿놓지만 이미 책 책 1권 읽을 시간은 스스르 증발해버렸다. 꺼이꺼이. 


mohamed mahmoud hassan/CC0


1일3식 챙기듯 책 읽어온 어른이 이 지경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스크린에 터치만 하면 새로운 영상과 소리를 뻥뻥 터뜨려주는 스마트 기기가 있는데 책은 무슨! 게다가 코로나 19로 공공도서관 출입이 사실상 불가(Driving Through제외)해진 상황에서 수천, 수만권 책들이 주는 장엄한 신비감은 무슨 얼어죽을! 책과 친해지기 어려운 세상이다. 



[책 읽는 고양이]의 주인공 블라디미르가 "책 읽는 재미 앍기 어려운 세상"에 사는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블라디미르는 엄마를 따라 도서관을 처음 찾았다. 별거 없어 보이는데 엄마는 책이 "마법과 같다"고 말했다. 기대감에 들뜬 꼬마 고양이는 책을 공중에 던져 보았지만 날아오르지 않고 툭 떨어졌다. 책에 큰 소리로 말을 걸어보았지만 책은 조용했다. 책을 건드려보았지만 아빠의 테블릿 PC처럼 현란한 영상으로 화답해주지 않았다. 

별 거 없었다. 그냥 책으로 집짓기 놀이, 괴물 만들기 놀이나 하련다.



도서관에서 간혹 커피 흘린 책, 찢어진 책 발견할 때마다 조용히 분노하는 나로서는 솔직히 이 그림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꼬마 고양이들이 대범해서.... 거리낌 없이 도서관 책들을 던지고, 쌓고, 구부리고, 진열순서와 상관없이 헤집어 놓는다. 더욱 놀라운 건, 엄마 고양이가 이를 보고도 전혀 제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림책이기에 어떤 상상도 가능하지만, 꼬마들이 읽고 흉내낼까 조마조마. 



다행히 꼬마 고양이 블라디미르는, 더 이상 책을 던지고 쌓고 구기며 놀 필요 없어졌다. 엄마가 서가에서 찾아와 읽어준 그림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세계로 유영하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게 되었으니. 꼬마는 책이야 말로, 한 공간에 머물면서도 시공을 초월하게 해주는 마법임을 깨닫는다. 


[양들의 침묵]을 꽤 어렸을 때 보았다.  청불이었을 영화에서 잔혹한 장면보다도 이상하게 내 머릿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것은 주인공 한니발 렉터 박사가 TV나 신문 등 잔재미거리가 없어도 상상만으로도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손에 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볼 거리 하나 없는데 생각만으로 지루할 틈이 없는 게 뭔지 굉장히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야 말로 그렇다는 걸 [책 읽는 고양이]라는 꼬마용 그림책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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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에 빠지기엔 너무 유혹적인 것들이 세상에 많죠. 특히 아이들이 그래요.
그래도 알라디너들은 꿋꿋이 책을 읽죠.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가 있어서 그런 것도 이유가 될 듯해요.

2020-07-2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