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책 날개에서 저자 약력을 보고 [코로나 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부터 읽을 걸 그랬나 잠시 후회했다. [감염도시]가 논픽션 장르라는 설명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Covid-19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을 기대했다. 게다가 저자 스티븐 존슨은 기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전염병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감염도시]를 다 읽고 나니, 4권 중 제일 먼저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얻는 게 많았다.
우선, 저자 스티븐 존슨의 자유로운 글쓰기. 그는 전기문도 아니고 역사소설, 잡지 기고문도 아닌 독특한 장르의 글을 개척한 것 같다. 실제 영문학도로서 빅토리아 시대 소설에서 전염병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석사 논문 주제 삼았던 그인지라 픽션인 듯 논픽션 스타일로 썼다. 19세기 런던은 급습했었던 콜레라를 둘러싼 이야기를 역사적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가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썼다. 게다가 그는 지면의 상당 부분을 당시 수인성질병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콜레라의 감염경로를 밝렸던 존 스노라는 인물에 할애한다.
자수성가한 저명한 의사였던 존 스노는 어떠한 사명감 혹은 야망에, 콜레라가 도는 도시를 돌며 사람들에게서 물 시료를 채집하고 병력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했던 것일까? 19세기 대다수의 보건전문가와 대중들이 '독기'이론을 믿었을 때 홀로 '수인성 감염병'의 경로를 주장했던 것일까? 왜 스티븐 존슨은 이러한 존 스노에게 절제되었으나 숨길 길 없는 존경심을 보내는 것일까?
어쩌면 작가로서의 스티븐 존슨의 작업 방식이나 위상이 존 스노의 그것과 닿은 지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집요함, 고집, 철저함. 닮은 꼴이기 때문에 더 집중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