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도시 - 대규모 전염병의 도전과 도시 문명의 미래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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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호흡기로, 생명의 줄타기로서 코로나를 경험하고 있는 분들과 또 의료진에게 염치가 없다. 하지만, 5개월 째 기특한 자가격리 중인 나로서는 Corona는 온라인 채널이 전해주는 추상의 정보이기도 하다. 간혹 관련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나, 북미 및 유럽발 뉴스를 보지만 어디까지나 온라인 채널일 뿐이다. 철저히 "Untact"하다보니, 세계 유동성까지 막아 놓는 이 전염병이 추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활자중독을 어쩌지 못하고, 또 책을 들였다. 4권. 출판사와 저자가 각기 다른데도 표지 디자인에 일관성이 느껴진다면 과잉 반응일까? 팬더믹으로서의 전염병이 주는 경고인지 붉고 검다. 검붉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검붉은 [감염도시]부터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책 날개에서 저자 약력을 보고 [코로나 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부터 읽을 걸 그랬나 잠시 후회했다. [감염도시]가 논픽션 장르라는 설명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Covid-19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을 기대했다. 게다가 저자 스티븐 존슨은 기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전염병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감염도시]를 다 읽고 나니, 4권 중 제일 먼저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얻는 게 많았다.


우선, 저자 스티븐 존슨의 자유로운 글쓰기. 그는 전기문도 아니고 역사소설, 잡지 기고문도 아닌 독특한 장르의 글을 개척한 것 같다. 실제 영문학도로서 빅토리아 시대 소설에서 전염병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석사 논문 주제 삼았던 그인지라 픽션인 듯 논픽션 스타일로 썼다. 19세기 런던은 급습했었던 콜레라를 둘러싼 이야기를 역사적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가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썼다. 게다가 그는 지면의 상당 부분을 당시 수인성질병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콜레라의 감염경로를 밝렸던 존 스노라는 인물에 할애한다.

자수성가한 저명한 의사였던 존 스노는 어떠한 사명감 혹은 야망에, 콜레라가 도는 도시를 돌며 사람들에게서 물 시료를 채집하고 병력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했던 것일까? 19세기 대다수의 보건전문가와 대중들이 '독기'이론을 믿었을 때 홀로 '수인성 감염병'의 경로를 주장했던 것일까? 왜 스티븐 존슨은 이러한 존 스노에게 절제되었으나 숨길 길 없는 존경심을 보내는 것일까?

어쩌면 작가로서의 스티븐 존슨의 작업 방식이나 위상이 존 스노의 그것과 닿은 지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집요함, 고집, 철저함. 닮은 꼴이기 때문에 더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책에서 19세기 영국에서 콜레라가 돌 때, 과감하게 우물 손잡이를 제거했다는 에피소드 정도로만 존 스노를 소개한다. 그런 에피소드 만으로는, 존 스노가 아래의 지도를 그리기까지 얼마나 많이 가가호호 방문을 하고 편견과 싸우면서 콜레라의 감염경로를 밝히려 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온라인의 시대로 넘어갔다지만, 존 스노의 접근법과 창의적 발산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 스티븐 존슨 역시, 존 스노의 지도를 현대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한다. 한 마디로 "21세기판 스노의 지도"(293)이 필요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위험 가능성이 높은 도심 공기를 감시하는 센서들로 엮은 정교한 감지망, 환자들에게 나타난 이상한 증상을 보고하는 병원의 1차 진료 담당자, 수질 오염 징후를 감시하는 공공 급수 시설 등에서 얻은 데이터"(293)로 그린 디지털 감염병 지도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느끼지만 나는 감탄하면서 질투하는 쪽이다. 이번에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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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6-2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갖 과학기술의 ‘결정체‘라는 device들이 잔뜩 있어도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여실히 느끼는 요즘의 트럼프독재치하의 아메리카입니다. 결국 노가다가 관건이라고도 생각이 들구요.

2020-06-25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