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랑 친구였던 그 화가 알아?"
신문 기사 제목이다. 솔직히 내게도 툴레즈 로트렉은, "빈센트 반 고흐의 친구"였다. 하나를 더하자면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다가 요절한 예술가? 예술의 전당에 [툴레즈 로트렉 전] 직접 보고 오기 전까지는 별로 궁금한 것도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전시회 다녀오기 전보다 더 모르는 게 많아져서 웹사이트를 뒤지고 다닌다.
37세라는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50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는 툴레즈 로트렉. 그의 초인적 헌신에 경탄하고 부러운 나머지, 자학적 농담도 해봤다. "나도 스마트폰만 아녔으면 5000페이지는 넘겼다구!"
그런데 역으로 5000여점이라는 압도적 아카이브가 서글프다. 아래 사진을 먼저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귀족혈통이었던 만큼 말과 가까울 특권을 누렸던 툴레즈 로트렉. 그러나 그는 자유롭게 말을 타기 어려웠다. 대퇴부 골절로 인한 성장 중지로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았다. 물랑 루즈를 드나들며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인 여인들과 친분을 맺거나 흠모했을 텐데....... 그림 그리기가 그에게 숨구멍, 숨쉬기, 자기 증명의 방식이었을거라고 상상해본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입구, 그 숱판 툴레즈 로트렉의 작품 중에 포토존에 소개한 작품은 포스터이다. 아이코닉한 인물은 브리앙이라는 가수라는데, 그가 툴레즈 로트렉에 보인 태도를 통해 나는 로트렉의 인성을 상상해본다. 의뢰를 받아 제작한 브리앙의 공연 포스터를 보고 공연장(?) 주인이 소위 빠꾸를 놓자, 브리앙은 그러면 나는 노래를 안 하겠다고 해서 로트렉의 포스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Zone에서 두 장의 빈 센트 반 고흐 모델의 그림도 보았는데, 한장은 술 마시는 장면, 한 장은 구속복 차림의 반 고흐였다. 고등학교 때, 반 고흐 작품집을 보고 싶어서 학교 오후 보충수업을 빼먹었던 기억이 겹치면서 마음이 아련하게 아파웠다. 도롱뇽 벼슬처럼 솟아오른 구속복의 실루엣과 그 안에 갇혀진 외로운 예술가. 마음이 아팠다. 마찬가지로 알콜 중독으로 섬망증까지 와서 정신 병원에 갇혔었던 툴레즈 로트렉. 그는 "그림으로 자유를 샀다"했는데, 비유법이 아니었다. 기억에 의존해서 멋지게 말과 기수의 모습을 화폭에 옮겨냄으로써 주치의에게서 '퇴원OK' 허가를 받아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 듣기만 해도 마음이 저렸다. 정신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와중에 그가 택한 그림의 소재가, 말, 자유롭게 달리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말이었다는 사실이.......
툴레즈 로트렉의 시선, 사람보는 눈을 작품을 통해 상상하는 기쁨은 컸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Rose가 Jack에게 매료당하며, 말한다. "You see people."
그 대사를 자주 생각한다. Somebody가 되기 어렵다면, 아니 Somebody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면
"You see People"사람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툴레즈 로트렉은 사람을 보는 화가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그는 더 이상, "빈센트 반 고흐의 친구가 아니다. 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