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음이 바쁘다보니 노트북을 떠나기가 불편했던 걸까? 그저 게을렀던 걸까? 공연장 많이 못 찾았다. 12월 31일 마지막 날이기에, 좀 사람 많은 공간에서 놀아보자는 심정으로 혜화동의 "판트스틱전용관"을 찾았다. 전용관이라지만 실은 이 부근 상권이 쇠락해가는지라 바로 옆 건물 1층은 비어있고, 부근 빌딩 상황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호기롭게 빌딩 한 층 전체를 전용관 삼았다니 그만큼 퀄리티 보장된 공연이란 뜻일까? 





공연장 찾기 전 궁금해서 다른 선배(?) 관람객들의 리뷰를 살펴보니, 배우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쉬웠다는 평이 많다. 12월 31일 석정홀딩스빌딩 4층에서 라이브로 펼쳐진 공연의 팜플렛에도 배우들의 실명을 찾을 수 없다. 궁금하면 못 참는다. 검색하다보니, 이 공연 워낙 전국 방방곡곡에서 오랫동안 공연되어 온지라 배우들이 계속 바뀐다. 

마찬가지로 인근에 전용관을 확보하고 롱런공연 중인 "사랑하면 춤을 춰라"가 배우들을 아이돌화하여, 배우들 사인이 들어간 굿즈등을 판매하는 것과 사뭇 다른 전략이다. 




배우가 궁금하다는 것은, 그 만큼 배우들이 열연했다는 뜻일 테다. "국악" 뮤지컬을 표방하는 작품인 만큼, 해금, 가야금도 등장하고 심지어 사물놀이용 징이나 꽹과리도 동원된다. 한국무용 살짝, 비보잉 살짝, 살짝 살짝 춤 사위도 등장한다. 

창으로 "오빤 강남 스타일"하고 노래도 부른다. 성실한 배우들이 온 노력으로 작품의 빈틈을 메우는구나하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음향 조율이 안 된 건지, 너무 소리가 커서 정작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사 전달력이 떨어졌다. 

무대 전환의 속도나 진행, 무대 공간 활용, 

줄거리.

예전에 이 작품이 인기를 끌었을 10년전쯤, 아니 7~8년 전쯤의 모양새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고민을 좀 더 했더라면, 좀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을텐데.


2020년을 하루 앞 둔 마당에, 1990년대 풍의 공연이라니,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관객들이 진심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듯 보였다는 점이다. 엉덩이를 부채로 툭 치고, 막대기로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상대의 모자를 통통 두드리며 도발하는 그 간단한 제스처가 수십회나, 80분 동안 수십 회나 반복되는 데도 반응이 뜨거웠다. 


다시 말하지만,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해금불던 배우는 관객 대부분에게 생소했을 해금의 소리를 제대로 들려주었고

까불이 캐릭터로 등장한 배우(구글링으로 사진 스캔 해보니 오래 이 작품에 출연중인 듯 하다), 

창을 담당하던 체구 작은 배우(이분은 무용 전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래보다 춤이 아주 좋았다)

등등

배우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박수 열심히 치고 왔습니다. 


"환타스틱"이 2020년형 공연으로 거듭 성장하기 위한, 디테일과 줄기 모두 변화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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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0-01-02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두번 봤어요 전용관이 혜화로 옮겼군요 스토리는 좀 약하지만 보는 동안 유쾌했어요

얄라알라 2020-01-03 13:04   좋아요 1 | URL
사랑하면 춤을 춰라
도 맞은편 부근에 전용관에서 공연되는데
요건 좀 더 성인 취향에 춤이 전문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