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공하신 분들이, 다른 아티스트의 연주를 잠시 듣기만 해도 (그와 자신의) 인생관이니 곡해석까지 공명한다고 전율할 때 얼마나 부럽던가? '그걸 어떻게 알지? 고수들끼리 통하는 걸까? 음악 외 다른 영역, 내게 더 친숙한 영역에서 나도 그런 공명하는 타인을 "척 하고" 알아볼 수 있었던가?'
암튼, 엄청 부럽다. 선율 듣기만 해도 동지인지를 "척 하고" 알아본다는 그들의 경지가.
고집스럽게 세자릿 수, 백번은 족히 들었을 곡이 있다.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Tchaikovsky, Violin Concerto D major Op. 3.
반복해 듣다보면, 내게도 그 '경지'의 전율 순간이 올까싶어서 촌스런 질투심으로 듣고 또 듣고. 이 분의 연주, 저분의 연주, 수백번 되듣기.
언젠가 온라인 투표에서 한국의 팬들은 최고 음반으로 정경화의 연주를 꼽던데
비주얼에 혹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데이비드 가렛David Garrett이 최고다. 심지어 그의 스승이라는 펄만의 연주보다 나는 이 조각미모 천재의 연주가 좋다. 차이코프스키라도 좋아했을 듯.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먼의 연주. '바이올린 한 대로 연주하는 음색인가? 풍부함에 놀란다'는 평이 압도적이던데 실로 그렇다. 풍성하다. 빛으로 치면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한복치맛단처럼 퍼지며 파고드는 음의 향연.
https://youtu.be/CTE08SS8fNk
https://youtu.be/kEJfbEUgFC0
최애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 Jay Oh. 현재 뉴욕필 종신단원이다. 소속사에 내한 공연 문의드렸었는데 2019년 내한은 무산되었나보다. https://nyphil.org/about-us/artists/joo-young_oh
아침엔 김봄소리 님의 연주를 들었는데, 그림으로 치면 세밀세밀 세밀화. 오밀조밀 조밀화. 아름답고 곱지만 치고나가는 박력이 부족해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못 느끼겠다. David Garrett 연주에 귀가 익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재능있는, 노력하는 이들 덕분에 사는 기쁨을 느끼고 또 고마워한다.
무엇으로 이 고마움을 갚을까.
음악으로, 그림으로, 쌀알로, 감자 한 포대로 사람은 서로를 돕고 격려한다.
받고만 가고 싶진 않다. 더욱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