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동료가 선물해준 책이 [종의 기원]. 멕시코 친구였는데 당연히 영어 원서였다. 친구 성의엔 미안했지만 점차 서가 뒤편으로 밀려난 그 책은 지금 지적으로 태만한 주인의 애정을 갈구하며 숨죽이고 있다. 


책을 좋아하지만, 편식이 심해서 철학책을 잘 못 읽는다. 편식이 아니라 그냥 취향도 없이 참을성이 부족한 거다. 엉덩이 붙이 고 앉아서 한시간에 한장을 읽더라도 곱씹어 문장을 삼킬 참을성도, 아밀라아제도 없는 거다. 그냥 마음이 급해서 영양제 뚜껑이 열려 있어도 못 꺼내는. 


몇 달 전, 선물받았는데 결단만했지 아직 시도도 못한 책이 있다. [정신의 삶 (The Life of Mind)] 한나 아렌트. 책 읽다 이해가 안 가면, 바닥을 뒹굴며 제 분을 못참아하던 초딩시절이 떠오르며, 나 이러다 머리카락 웅큼웅큼 빠지는 거 아냐? 싶어서 시도도 못한다. 



그래서 살짝 비껴가기. 입문서 격으로 그녀의 삶을 다룬 책부터 접한다. 그것도 이왕 소프트하게 하는 거, 소프트하게 그래픽 노블로. 




"한나 아렌트를 읽는 법"


아렌트는 의식 있는 파리아pariah이자 풍자가로서 어떠한 규칙에도 얽메인 적이 없으며,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래서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아렌트에 관해 쓴 글을 읽으면 우리는 아렌트보다 글쓴이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다시 아렌트로 돌아가자. 그리고 다시.비평가의 글을 읽고, 아렌트로 돌아가기를.반복하면 된다(238쪽).


두 번의 탈출,

from 독일.

from 프랑스.

그런데 층위가 다른 그 세번째 탈출은? 한국아렌트학회 회장 김선욱교수가 이 책의 방점이 세 번째 탈출에 있다 하는데, 읽고도 확실히 문장으로 설며하기가 어렵다. 이래서야 [정신의 삶]에 입문할 수 있을까? 2020년이 가기 전에 [정신의 삶] 읽기를 새해목표 중 하나로 미리 올려놓고. 리뷰 끝! "우리는 아렌트보다 글쓴이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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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9-12-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나 아렌트 좋아하는데 책은 논문 하나 읽은 게 전부이네요, 불성실함에 자책하며 내년에는 꼬옥 이렇게 다시 약속을 해봅니다. :)

2019-12-20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3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