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리뷰 후기

1. 출판사 측에서 먼저 제본불량 도서를 교환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고객센터에서도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직 교환받지는 않았지만 먼저 남겨놓습니다.

2. 다른 분들의 댓글이나 출판사 측 답변을 보면, 제가 받은 도서가 제본불량이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정확한 확인 없이 ‘만듦새’를 지적한 일에 대해서 다시 사과드립니다.

3. 파본은 출판사, 온라인 서점 등에서 교환해준다는 것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객센터 등에 문의하지 않은 이유는 파본이 아니라 단순히 제본불량이라는 점, 책을 읽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 책 상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점 등 때문입니다.

4. 출판사와 알라딘 고객센터의 연락은 받았으나, 해당 리뷰를 삭제하거나 별점을 수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기엔 이미 여러분들이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글을 내리거나 수정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리뷰보다 이번 후기가 먼저 보이도록 남겨놓겠습니다.

5. 알라딘 측에서 ‘제가 남긴 리뷰’는 도서 내용에 대한 리뷰가 아니므로 상품페이지에서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 글이 상품페이지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제가 책을 교환받아서 글을 내렸다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테드 창의 『숨』이 아니라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에 대한 리뷰입니다.

 일단, 단순히 양장본이 좋아서 이번 ‘특별판’을 구매하시려는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게 아니면 조금 뒤에 구매하세요. (제본상태 불량도서는 출판사, 알라딘측에서 교환해준다고 합니다.)

 테드 창의 기존의 『숨』 반양장본이 있음에도 ‘양장, 어나더커버 특별판’을 구매한 이유는 순전히 ‘양장본’이 좋아서입니다.


 결론은 괜히 샀네요. 정.말.로. 하드커버에 홀로그램으로 디자인하고, 비닐로 포장까지 해서 안전하게 배송해주면 뭐하나요. 펼치는 순간 쩍. 하고 갈라지는 책인 것을. 정말 쩍하고 갈라집니다. 이 정도 제본 상태면 파본 아닌가요? 제가 파본을 받은 건 아닐 겁니다. 펼쳐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만듦새가 문제란 걸. (제가 받은 도서가 제본불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존의 『숨』 반양장본이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번 ‘특별판’은 저에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혹시 스티커?……. 비닐을 뜯었으니 환불도 어렵겠지요. 흠.


 이대로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져가면 책이 갈라지니 최상이 아니라고 하겠지요. 허. 금요일에 구매했는데.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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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9-09-0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특별판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궁.. 안타깝네요. 디자인도 좋지만 무엇보다 만듦새가 중요한데...

만듀우 2019-09-02 18:4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양장본 좋아하시는 분들도 엄청 많은데, 이러면 실망이죠.
저도 양장본을 좋아해서 금요일에 바로 구매했는데... 쩝.

맑은시내 2019-09-0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본 엉망이거나 만듦새 허접한 거 정말 싫어하는데, 주문했다가 얼른 취소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책인데 함부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출판사들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글 지우지 마셔요. 먼저 구매하신 서평 감사해요.

만듀우 2019-09-02 22:2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본 상태 안좋은 책들 안좋아합니다. 특히 ‘특별판‘, ‘애장판‘ 같은 판본이 제본 상태가 안좋으면 더 기분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리뷰 남겼습니다.

그런데, 밑에 ‘가넷‘ 님이 구매하신 책은 제본상태가 괜찮았다고 하시네요. 제가 운나쁘게 제본상태가 안 좋은 책을 받을걸까요.

가넷 2019-09-0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주문해서 받았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만듀우 2019-09-02 22:18   좋아요 0 | URL
그러면 제 책만 제본상태가 안좋았던 걸까요. ㅎㅎ;; 그러면 은근히 더 맘상하겠는데요.
‘알라딘 새로나온 책‘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바로 주문했었는데.

이박사 2019-09-0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본이나 제책 불량 등은 구매처에서 무조건 교환해주게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 같은 경우는 배송 과정에서 표지 파손되거나 책 손상되는 것까지 포함일걸요? 좀 번거로우시더라도 고객센터에 사진 보내서 문의하면 조치해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책은 중고서점에 내놓으시면 좋지도 않죠.

만듀우 2019-09-03 09:5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파본이 확실했으면 포장을 뜯었어도 교환해달라고 했을 텐데, 단순히 제본상태가 안좋은 경우라서요.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2019-09-03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19-09-0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제본 상태가 좋지 못한 도서가 섞여서 입고되어 배송된듯 한데요. 신경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만, 제본 혹은 인쇄불량 및 기타 제작상의 하자상품은 저희도 사전 확인이 어려운 점 조심스럽게 양해말씀 드립니다.
해당 도서 번거롭더라도 교환 가능하고, 회수 가능한 주소지 정보 1:1고객상담으로 알려주시면 확인 후 바로 접수하겠습니다.
이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부분은 나의계정>1:1고객상담으로 연락주시면 신속하게 안내 드리고 있으니 참고해주십시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만듀우 2019-09-03 09:58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 부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닐로 쌓인 도서의 경우 확인이 아예 불가능하겠지요. 다만, 그럼에도 기존에 갖고 있는 도서를 특별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구매했는데, 상태가 불량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묘향 2019-09-0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펼치자마자 쩍 갈라졌으면 그냥 파본이라서 무조건 교환 가능할 겁니다. 중고로 안 팔아도 되요.

아 위에 교환해 준다고 나왔네요 ㅎ

만듀우 2019-09-03 09:55   좋아요 0 | URL
쩍쩍 갈라지긴 하는데, 실제로 보면 파본보다는 제본불량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위의 내용은 장하준 교수가 2010년에 출간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담긴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읽었을 당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장하준 교수하면 떠오르는 책은 위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입니다(『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더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아마도 기존에 널리 알려졌거나, 우리가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명제 혹은 생각에 대해 비판 혹은 반대의 주장을 해왔던 장하준 교수를 가장 잘 보여준 책이기 때문일 거로 생각합니다.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된 책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뿐만 아니라,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 장하준 교수의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장하준 교수가 생각하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나 명제들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경제학을 설명해 나가는 일종의 개론서 말이죠. 이 책이 그런 책이 되겠지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제목처럼 경제학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경제사, 경제의 구성요소 등등. '경제학을 강의'하는 책이기 때문에 되도록 한쪽에 치우친 주장보다는 다양한 주장을 보여주려는 태도가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장하준 교수가 그리는 경제학은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됩니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적어보면.

 신고전주의 학파는 개인주의적 관점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 경제의 중심은 개인이 아닌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자(p.179)라는 것이죠. 이는 최근 화제가 되었던, 그리고 늘 논쟁을 가져오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업이 가장 중요한 주체라면 이에 대한 법인세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로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은 a)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가 축소된다, b)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c)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크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측에서는 a) 법인세를 낮춰도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b)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를 인상해도 미국과 같이 법인세를 낮추려는 국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 c) 그동안 경제성장의 혜택을 기업이 많이 가져갔다는 것 등을 주장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세수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1년 동안 걷는 총 세금 중에서 법인세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5번째로 큰 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법인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GDP에서 법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인소득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법인세율이 높지 않아도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이죠. 그러면 이는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게 됩니다.

 금융산업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시각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이전의 책들에서도 계속 해왔던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균형적'으로 비대해졌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문제들이 과거의 금융위기를 불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요. 우리도 이미 경험해 알고 있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던 것 중 하나가 금융규제인데, 과연 지금과 그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입니다.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친금융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융 부문이 너무 힘이 세지고, 그 종사자나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후한 보상을 안겨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 이후 금융 산업 내 무능력, 무모함, 냉소주의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대부분의 정치인과 규제 기관이 금융 규제 체제를 급진적으로 개혁하기를 꺼린 것은 단지 로비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 산업에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데올로기적 확신도 큰 이유이다. (p.299)

 끝으로, 전 우리나라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금융이나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죠. 그런데 그에 비해 정치·경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싫어하는 정치를 어려워하는 경제와 묶으니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뻔한 얘기가 결론입니다. 경제는 정치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고, 이는 우리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시장은 '1원 1표' 원칙으로 움직이는 반면 민주 정치는 '1인 1표' 원칙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민주 사회에서 경제를 탈정치화하자는 것은, 결국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더 많이 주자는 반민주적인 주장이다. (p.38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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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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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등식 A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먼 북소리` ≥ 남은 하루키 작품들의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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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7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하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소설 『설국』과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가장 유명한, 혹은 최고의 첫 문장을 꼽으면 빠지지 않는 소설들입니다.


 이번에 다시 읽은 『동물농장』의 첫 문장은 "그날 밤 매너 농장의 존스 씨는 닭장 문을 단속하긴 했지만 너무 술에 취해 작은 출입구 닫는 일은 잊어버렸다." 『설국』이나 『안나 카레니나』 같은 첫 문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멋진(?) 마지막 문장이라면 있습니다. 만약, 최고의 첫 문장처럼 마지막 문장에 대해서도 어떤 목록을 꼽는다면, 『동물농장』은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의 시선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또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왔다갔다 분주했다. 그러나 누가 돼지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별하기란 이미 불가능했다.(p.123)"



 책과 관련해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말을 무척 믿는 편입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했다고 해서 반드시 읽진 않지만, 기억해두려 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빨간책방'을 진행하기 몇 년 전에 TV의 책 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패널로 참여했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는 매주 고전을 한 권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한번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소개되었습니다. 그 책을 소개하는 사람은 『동물농장』 민음사판을 옮긴 도정일 교수였죠. 옮긴이가 소개하기도 하거니와 프로그램의 성격상 좋았던 점이나 자기 생각을 간략히 말하는 정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동진 평론가는 『동물농장』이 앞으로 계속 고전으로 남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간단히 옮기면, '『동물농장』이 처음 출간된 1945년에는 그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지금은 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이 책은 이 책이 지향하고 있는 한 부분의 특성 때문에 고전으로 끝까지 남아있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겠나 추측한다' 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태도가 무척 인상 깊었고, 그 같은 이유가 하나둘 쌓여 책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선택을 믿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동물농장』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분명 1917년 러시아 혁명과 당시 상황을 풍자한 색은 바래겠지만, 대신 권력과 헛된 희망이나 기대에 대한 풍자가 점점 짙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예컨대 흰색과 검은색의 스펙트럼에서 조금 이동한 것이지 완전히 다른 색이 되었다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풍자한 것인지 전혀 모른 채 읽었기 때문입니다.



 『동물농장』을 처음 읽었던 이유는 이번에 다시 읽은 이유와 같습니다. 얇은 두께. 꽤 오래전에 약속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있어, 도서관에 가서 그 안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으려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 무작정 세계문학전집 앞으로 갔죠. 그리고 고른 책이 『동물농장』(민음사, 1998)입니다. 고른 이유는 두 가지. 앞서 말한 얇은 두께와 권장도서목록에서 자주 본 것 같은 기억 때문입니다.


 평소라면 읽기 전에 어떤 책인지 찾아보기도 하고, 앞·뒤표지에 적힌 글도 읽어보고, 저자 소개 등도 빠트리지 않고 읽지만, 그때는 무작정 본문부터 읽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동물농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읽은 것이죠. 물론 소설을 다 읽은 뒤에 해설이라든가 저자 소개 등도 모두 읽었지만, 이와 상관없이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상 깊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에 섬뜩했고, 특히 마지막 문장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인간은 대부분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됩니다. 그래서 유혹에 약하고, 무언가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소설 속의 나폴레옹처럼 커다란 권력이 손에 쥐어졌을 때 어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느 누가 자신은 나폴레옹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삶이 고되고 힘들어 지쳤을 때, 혹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누가 눈앞의 희망을 의심할 수 있을까요? 의심보다는 소설 속의 복서처럼 눈앞의 희망을 믿고, 헛된 기대를 품고 묵묵히 따르는 게 쉽지 않을까요? 예컨대 매번 선거 때가 그랬던 것 같고, 몇 년 전 멘토 바람(?)이 불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독재자 나폴레옹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재자에게 지배당하는 복서가 될 수도 있고, 나폴레옹을 찬양하는 스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견제하고 부당함에 저항하고, 헛된 희망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힐 것으로 믿습니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고, 역사는 쉽게 반복되니까요.



 옛날에 품었던 꿈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한 것은 없었다. 영국의 푸른 들판이 인간의 발에 밟히지 않을, 즉 메이저가 예언했던 ‘동물 공화국’은 여전히 추앙 받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모른다. 지금 살아 있는 동물들의 생애 동안에는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상향은 지금도 다가오고 있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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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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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분량과 너무 얕지도, 너무 깊지도 않은 설명이 장점입니다. `과함`이나 `모자람`이 없는 러시아 문학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읽고 나면, 책에서 소개된 한두 권은 장바구니에 담길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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