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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 / 더숲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워낭소리>라는 영화가 많은 분들의 예상을 깨고 굉장히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도 <파수꾼>, <돼지의 왕> 등의 작품들이 많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영화시장에서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영화나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뿐만 아니라,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N사의 제품, 특별히 브랜드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아마 다들 어느 브랜드인지는 짐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이 N사의 제품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올레길, 둘레길, 등산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아웃도어 시장은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그 중에서 N사의 제품은 유니폼, 교복이라고 불리면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고요. 그런데 최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N사의 제품을 입는다는 이유로 이를 피하려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하킨은 ‘니치(niche)’라는 개념으로 위 이야기를 설명합니다. 니치의 사전적 정의는 (시장 등의)틈새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기존의 ‘틈새시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획일적인 대중’에서 ‘잡식성 대중’으로 변모하게 되면서 주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기업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주었던 ‘중간층’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지출이 확대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되고, 그러한 관심사에 대한 접근이 편리해지면서 과거의 통계방식에 따라 소비자들을 분류하고, 조사하고, 접근하는 전략은 더 이상 쓸모없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우리는 공통 관심사에 바탕을 둔 집단으로 스스로를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대 기업들이 우리를 위해서 선정해놓은 집단이나 속성들은 점차 거부당하면서 우리가 직접 선택한 사항들로 대체되고 있다. 요컨대, 우리는 둥지를 틀고 무리 지어 이동하는 철새들의 행동습성을 드러내는 셈이다. (p.238)
즉,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구분 짓는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스스로 무리를 짓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성별, 연령, 직업, 소득수준 등과 같은 인구 통계적 구분방식을 버리고, 소비자들의 무엇에 관심을 갖고, 누구와 소통하고, 어디에 소속되고자 하는지를 중심으로 지도를 그려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업이 만든 틀에 소비자를 맞춰 넣을 생각을 버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사례로 갭과 울워스의 쇠퇴, 폴리티코와 HBO의 성장, 그 외에 음반시장과 영화시장의 이야기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같습니다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상당합니다. 먼저, 마케팅 조사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마케팅 조사의 한계점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포지셔닝>, <마케팅 불변의 법칙> 등의 저자로 잘 알려진 알 리스 회장 역시 마케팅 조사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조사를 통해서 브랜드 명을 결정했을 경우 지금의 구글, 애플같은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케팅 조사에서는 소비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마케팅 조사를 실시했을 경우, 소비자들의 답변이 과연 ‘아이폰’을 이끌어 냈을까요? 뿐만 아니라 시장이 필연적으로 향하게 되는 방향과 소비자의 욕구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는 에너지 문제로 인해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 시장조사를 시행했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들이 에너지 문제로 인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를 원한다고 답했을까요? 이처럼 마케팅 조사에는 분명 한계점이 있고, 이를 기준으로 소비자를 구분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주류’가 쇠퇴하는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하면서 주류가 점차 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마케팅 조사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갭이나 울워스 등을 그 사례로 들고 있고요. 과연 저자의 주장대로 주류가 사라지고 있을까요?
매처럼 호전적인 온라인 정보에 대한 접근방식은 주류 문화의 잔재들을 빠르게 없애버리고 있다. 대중이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기 이전부터 주류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p.156)
저자의 주장대로 분명 인터넷은 산업구조를 크게 바꾸면서 많은 ‘주류’를 쇠퇴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인터넷이 많은 주류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기업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경쟁구조’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이라는 것이 주류를 쇠퇴하게도 하지만, 반대로 경쟁이라는 것이 ‘니치를 주류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사양했을 산업에서, 스타벅스는 천편일률적인 상품이 될 위험에 처했던 커피를 전문적인 뭔가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중략> 2009년 맥도날드 미국 사업부는 커피 전문점인 맥카페 브랜드를 출시했고, 광고 공세를 퍼부으며 스타벅스와 경쟁했다. 다음 해에 버거킹이 향후 매장 내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대응사격에 나섰다. (p.74)
인스턴트커피가 주를 이루던 커피시장에서 스타벅스는 시장의 변화를 가져왔으나, 그 후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사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고, ‘스마트폰’시장은 주류가 되었습니다. 즉, ‘니치’가 성장하게 되면 ‘주류’가 됩니다. 또한, 아무리 좋은 게임기를 만들어내더라도 다양한 수의 게임이 제공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게임 산업이라던가, 사용자가 많을수록 효용성이 커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및 온라인 게임 산업, 통신 산업처럼 반드시 주류로 성장해야하는 산업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저자가 언급한 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갭(GAP)’은 ‘자라(ZARA)', 'H&M', '유니클로(UNIQLO)' 와 함께 4대 SPA 브랜드로 꼽히고 있습니다. SPA 브랜드들은 최근 패션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들로 해마다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SPA 상위 10개 브랜드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4조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 중 상위 10개 브랜드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큰 액수입니다. 그 중에서 ‘자라(ZARA)’와 ‘H&M’의 매출은 '유니클로(UNIQLO)'와 ‘갭(GAP)’의 약 4배에 달합니다. 여기서 SPA 브랜드들은 저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소비자를 겨냥했기 때문에 갭이 몰락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모든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음에도 갭은 쇠퇴하는 데 반해, ‘자라(ZARA)’와 ‘H&M’, '유니클로(UNIQLO)' 등 SPA 브랜드들이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의 문제가 있습니다.
설문지 사회학자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에 손을 뻗기 전에, 노력을 집중시켜서 사람들이 다른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뭔가를 당신이 반드시 갖도록 하라. (p.324)
생태적 위치, 즉 틈새를 옮기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하는 전부다. (p.327)
저자는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행동과 취향에 관심을 쏟고, 끊임없이 틈새를 옮기는 전략을 취하는 기업과 개인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그러한 전략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이는 결국 저자의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들과 다르게’라는 주장은 이미 수많은 도서에서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무엇’만이 아니라 ‘어떻게’를 함께 제시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디 그런 도서가 쏟아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 이 책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어려운 내용이 없어 보이는데도, 문장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더군요. 혹시 저만 그랬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