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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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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에 국내의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가 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남녀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나타낸 것은 ‘월급날(36%)’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남성의 경우 로또(28.2%), 카드값(24.6%), 배우자 또는 애인(22.6%), 퇴근(21.9%) 순으로 나타났으며, 여성의 경우 퇴근(30.8%), 카드값(24.9%), 주말계획(21.7%), 이직(17.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떠나서 많은 분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그려왔던 즐거운 직장생활과는 크게 다릅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해왔던 직장생활이 비현실적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비현실적’인 기업이 있습니다.

 

 … 2009년까지 12년째 <포춘> 선정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포함됐고, 2010년과 2011년엔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998년 구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지식 근로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답을 얻은 곳도 바로 'SAS Institute'였다. 2003년 미국 CBS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는 “직원을 왕처럼 대접하는 회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위클리비즈 인사이트」p.134)

 

  

 정보분석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세계 1위의 회사인 ‘SAS’에는 4,240명의 직원을 위한 유아원이 회사 내에 두 곳이나 있으며, 병원도 있습니다. 또한, 신입사원을 포함해 전 직원이 개인 사무실을 쓰며, 수영장과 농구 코트, 마사지실, 미용실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야근과 잔업 그리고 해고와 정년이 없으며 주당 근무시간은 35시간이죠. 직원들의 ‘칼퇴근’을 위해서 오후 5시 이후엔 전화를 자동응답기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꿈의 기업’이라고 할 만하지 않나요? 이러한 것들은 우리나라와는 동떨어진 꿈나라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비현실적’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국내의 한 출판사가 ‘6시간 근무제’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은 조금씩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이러한 일과 직장생활이 미래에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2025년엔 어떻게 변할까요? 저자는 이 책 <일의 미래>에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2025년의 생활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암울한’도 않와 ‘밝은’도 않 모두가 가능합니다.

 

 먼저 저자는 책에서 암울한 미래를 ‘수동적인 미래(Default Future)’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미래는 이렇습니다. 파편화되고, 고립되고, 외로움이 넘치고, 빈곤과 불평등에 무감각한 사회. 말 그대로 암울한 미래지요. 반면에 밝은 미래인 ‘만들어가는 미래(Crafted Future)’는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창조력이 넘쳐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아가면서 행복한 여가를 보내고, 나이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가지 힘으로 기술 발전, 세계화, 인구변화, 사회적 변화, 에너지 자원의 변화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힘은 클라우드의 보편화, 인구의 도시 집중, 이민증가, 행복감 감소 등의 좀 더 구체적인 32가지 변화로 나뉩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미래는 간단하게 ‘편리’하되 ‘편안’하지만은 않은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그리는 미래처럼 말이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때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그리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데스크탑 컴퓨터를 대체하고 통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근무시간이 유연해집니다. 그리고 초고속 여객기처럼 교통수단의 발달은 주말의 해외여행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이런 미래는 왠지 지금보다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미래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그리는 것은 우리가 ‘편안’이 아닌 ‘편리’의 관점에서만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편리’와 ‘편안’은 다르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편안하지는 않은 사회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스마트폰이 컴퓨터를 대체하고 재택근무가 증가하면, 아마도 일과 개인 생활의 경계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밤낮없이 동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밤새 업무에 시달릴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우리들의 생활은 매우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 생활이 상당 부분 사라졌죠. 그리고 최근에는 자신이 메시지를 확인했는지까지 상대방이 알 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할 때에는 ‘편리’와 ‘편안’의 두 가지 모든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저자가 주장한 것처럼 수동적인 미래(Default Future)가 될 수도 반대로 만들어가는 미래(Crafted Future)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두 미래가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저와 같은 ‘개인’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2025년의 미래를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으로 저자는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로 ‘유연한 전문 능력’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여러 분야를 조금씩 아는 제너럴리스트의 경우에는 기술의 발달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게 됩니다.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쌓는 ‘팔방미인’의 문제는 옆 사람이 경쟁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뭄바이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제너럴리스트의 가장 큰 경쟁자는 위키피디아, 구글 웹로그 분석(Google Analytics), 또는 보편적 지식을 대체할 온갖 기술 애플리케이션이다. (p.219)

 

 때문에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이 ‘깊이’입니다. 과거 19세기의 장인들처럼 깊이 있는 기술과 지식을 통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두 번째로 주장하는 것은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서로 연결된 글로벌 세상에서 혁신과 창의성은 다가올 수십 년을 대비해 계발해야 할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창의성과 혁신은 주로 다른 이의 노하우와 전문성, 네트워크와 연결되었을 때 이루어낼 수 있다. 즉, 진정한 혁신의 가능성은 진정한 통합을 통해 등장한다. (p.272)

 

 이처럼 세계의 50억 명 이상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가치들을 창조할 미래에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규모 수색대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대규모 아이디어 집단, 그리고 휴식과 활력을 위한 공동체와 만남을 구축할 것을 주문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탐욕스러운 소비자에서 열정적인 생산자로 변화할 것을 주장합니다. 고액의 연봉과 소비가 아닌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을 목표로 하라는 것입니다. 즉 일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더 균형 잡히고 의미 있는 업무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게 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에 더해 ‘변화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문명의 붕괴》에서 언급한 ‘잠행성 정상상태(creeping normalcy; 불규칙하고 아주 느린 변동으로 인해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 빠져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지 알아채고 그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며, 그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는 태도와 습관을 기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일의 미래>는 미래를 예측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저자도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미래에 대한 예측은 빗나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예측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해 나가면서 조금이라도 변화에 대응하고, 좀 더 주도적으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자기계발 도서보다도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도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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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정치경제학 -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이재훈 옮김 / 에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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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짝 예를 들어 그림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여기서 가운데를 중심으로 구분하자면 A와 B는 ‘좌’에 가깝고, C와 D는 ‘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A와 B를 비교하면, A가 B보다 더욱 좌에 가까운 것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A가 B를 비난합니다. 당신 ‘우파’가 아니냐고. D는 C를 비난합니다. ‘좌파’가 아니냐고. 자신보다 왼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는 좌파가 되고, 자신보다 오른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는 우파가 됩니다. 이런 모습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주목을 받던 지난날에는 시장의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의심을 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반대로 신자유주의는 ‘악(惡)’처럼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신자유주의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신자유주의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시각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이렇게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서로의 모든 것들을 부정해버린다면, 우리는 결국 끊임없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좌우, 상하 구분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복지를 주장한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는 아니며, 시장의 효율성을 주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신자유주의자도 아닙니다. 그리고 좌와 우 둘 중에서 반드시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좌에서 우까지 긴 선위에서 단 하나의 최적점의 찾아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긴 선위에서 각 상황과 환경에 맞는 점을 때에 따라 각각 선택해야 하죠. 이 책 <하버드 정치경제학>은 단 하나의 절대적인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죠. 예를 들어, 환율정책, 의료개혁, 사회자본, 환경문제, 세계화에 대한 시각차 등 명확하고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상황과 정책들을 논하여 독자 스스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현대경제학은 정치와 도덕철학의 한 부분으로 출발했으며, 정치 및 도덕철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훗날 단일 학과로 독립하여 갈수록 소원해지다가 마침내 정치와 도덕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에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총리가 집권하던 시절에 시장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p.287)

 

 “나는 수학 훈련을 거친 후 도출하는 사유의 맹점을 알게 되었다. 즉 논리가 역사를 대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삶이 만일 수학 모형으로 잘 표현된다면, 추상적인 것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동시에 삶은 창조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왕딩딩 교수)는 사상사의 관점에서 경제학의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초기의 경제학은 인문학의 일부분이었다. 당시 경제학은 사람에 관한 ‘과학’이었지만 그 후 경제학이 변천을 거듭하여 ‘사물만 보고 사람은 보지 않는’과학이 되어버렸다. 이 문제점은 너무나 크다. 오늘날 학문이 융합하고 통섭하는 시대에 경제학이 다시 ‘사람과 사람을 주목하는’과학으로 변모하고 있다.” (p.228)

 

 이처럼 현실에서 멀어진 경제학을 다시 현실로 가져와 정치, 인문, 과학 등 여러 학문과의 융합, 통섭을 통해서 새로운 지혜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논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통화정책을 둘러싼 두 논점, 준칙 기반 통화정책과 재량적 통화정책의 장단점을 함께 서술하고, 고정환율정책과 변동환율정책, 그리고 이 사이의 통화위원회제도, 달러통용화, 목표환율권제도 등 다양한 방법들을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 독자들이 다양한 정책들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종교와 경제, 사회자본과 같은 문화가 경제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자본은 범위가 매우 포괄적인데, 사회자본의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는 신뢰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뢰는 서로 익숙한 사람 사이의 믿음이 아니라 낯설고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를 말합니다. 이런 사회자본이 경제발전을 이끄는지, 아니면 경제의 발전이 사회자본의 발전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논의는 무척 유익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정책에 관한 논의 중 저자가 가장 비중을 두고 설명하는 부분은 2장의 의료 체계에 대한 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의료정책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의료문제 자체가 매우 특수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공화당에서는 의료개혁에 대해 대체로 반대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을 이를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즉, 공화당은 시장과 경쟁의 효율성을 통해서 의료문제를 해결하길 원하고, 민주당은 정부가 주도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문제는 일반적인 재화를 판매하는 시장보다 훨씬 특수한 성격을 띠고 있어 문제가 더욱 복잡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완전경쟁시장(수요자와 공급자가 많고 자본·노동 등의 이동을 방해하는 인위적 제약이 없는 경우의 경쟁)을 강조했다. 이러한 형태의 시장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협상하여 가격을 결정하며, 이때 결정된 가격은 재화와 서비스가 수요공급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희소성을 반영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지표가 된다. (p.193)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애덤 스미스는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협상하여 가격을 결정한다고 했는데, 의료시장에서는 이것이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에 따르면, 만일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인데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이 직면한 복리는 극도의 마이너스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면 전체의 복리를 최대화할 수 없다. 다시 생각하면 이들 물건은 생필품이다. 우리가 마실 물을 비싸게라도 사야 할 경우에 선택의 자유란 아예 없다. 즉 마실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비싸도 사야 하는 것이다. (p.295)

 

 이와 마찬가지로 의료시장에서는 수요자에게 선택의 자유란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입해야 하죠. 즉 공급자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효능의 약품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구입할 수가 없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에서 확실하게 결핵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치겠습니다. 결핵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국가에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그런데 이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데 너무 큰 비용이 들었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사람들은 대체로 결핵에 걸리질 않아 치료제가 필요 없습니다. 반대로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구입할 만한 여건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앞으로 고령화 문제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단번에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문제들을 여러 입장에서 진단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이 책 <하버드 정치경제학>의 최대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통화정책, 환율정책, 국제자본의 관리 문제 등 수 많은 정책에 대해 ‘결국, 어떠한 것도 완벽한 것은 없다.’ 로 결론을 맺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논점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결론은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 됩니다. 그리고 이때는 독자들 스스로의 기준선이 명확하지 않으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단점을 지적하자면, 약 320여 페이지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다 보니 흥미로운 주장들에 비해 그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1장 개방경제학에 관한 내용은 국제금융시장의 트렌드, 통화·환율정책, IMF의 역할, 최근의 유럽위기 등 상당히 전문적이고 쉽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잡한 개념이나 내용들은 생략하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너무 많은 내용을 생략하여 더욱 이해하기 어렵고 깊이가 부족한 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저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구요. 이 책을 읽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는 1장은 비교적 쉽지 않은 반면에, 2장, 3장, 4장, 5장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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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니치 Niche -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 / 더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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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워낭소리>라는 영화가 많은 분들의 예상을 깨고 굉장히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도 <파수꾼>, <돼지의 왕> 등의 작품들이 많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영화시장에서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영화나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뿐만 아니라,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N사의 제품, 특별히 브랜드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아마 다들 어느 브랜드인지는 짐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이 N사의 제품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올레길, 둘레길, 등산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아웃도어 시장은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그 중에서 N사의 제품은 유니폼, 교복이라고 불리면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고요. 그런데 최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N사의 제품을 입는다는 이유로 이를 피하려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하킨은 ‘니치(niche)’라는 개념으로 위 이야기를 설명합니다. 니치의 사전적 정의는 (시장 등의)틈새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기존의 ‘틈새시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획일적인 대중’에서 ‘잡식성 대중’으로 변모하게 되면서 주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기업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주었던 ‘중간층’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지출이 확대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되고, 그러한 관심사에 대한 접근이 편리해지면서 과거의 통계방식에 따라 소비자들을 분류하고, 조사하고, 접근하는 전략은 더 이상 쓸모없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우리는 공통 관심사에 바탕을 둔 집단으로 스스로를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대 기업들이 우리를 위해서 선정해놓은 집단이나 속성들은 점차 거부당하면서 우리가 직접 선택한 사항들로 대체되고 있다. 요컨대, 우리는 둥지를 틀고 무리 지어 이동하는 철새들의 행동습성을 드러내는 셈이다. (p.238)

 

 즉,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구분 짓는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스스로 무리를 짓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성별, 연령, 직업, 소득수준 등과 같은 인구 통계적 구분방식을 버리고, 소비자들의 무엇에 관심을 갖고, 누구와 소통하고, 어디에 소속되고자 하는지를 중심으로 지도를 그려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업이 만든 틀에 소비자를 맞춰 넣을 생각을 버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사례로 갭과 울워스의 쇠퇴, 폴리티코와 HBO의 성장, 그 외에 음반시장과 영화시장의 이야기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같습니다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상당합니다. 먼저, 마케팅 조사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마케팅 조사의 한계점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포지셔닝>, <마케팅 불변의 법칙> 등의 저자로 잘 알려진 알 리스 회장 역시 마케팅 조사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조사를 통해서 브랜드 명을 결정했을 경우 지금의 구글, 애플같은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케팅 조사에서는 소비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마케팅 조사를 실시했을 경우, 소비자들의 답변이 과연 ‘아이폰’을 이끌어 냈을까요? 뿐만 아니라 시장이 필연적으로 향하게 되는 방향과 소비자의 욕구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는 에너지 문제로 인해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 시장조사를 시행했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들이 에너지 문제로 인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를 원한다고 답했을까요? 이처럼 마케팅 조사에는 분명 한계점이 있고, 이를 기준으로 소비자를 구분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주류’가 쇠퇴하는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하면서 주류가 점차 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마케팅 조사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갭이나 울워스 등을 그 사례로 들고 있고요. 과연 저자의 주장대로 주류가 사라지고 있을까요?

 

 매처럼 호전적인 온라인 정보에 대한 접근방식은 주류 문화의 잔재들을 빠르게 없애버리고 있다. 대중이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기 이전부터 주류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p.156)

 

 저자의 주장대로 분명 인터넷은 산업구조를 크게 바꾸면서 많은 ‘주류’를 쇠퇴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인터넷이 많은 주류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기업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경쟁구조’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이라는 것이 주류를 쇠퇴하게도 하지만, 반대로 경쟁이라는 것이 ‘니치를 주류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사양했을 산업에서, 스타벅스는 천편일률적인 상품이 될 위험에 처했던 커피를 전문적인 뭔가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중략> 2009년 맥도날드 미국 사업부는 커피 전문점인 맥카페 브랜드를 출시했고, 광고 공세를 퍼부으며 스타벅스와 경쟁했다. 다음 해에 버거킹이 향후 매장 내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대응사격에 나섰다. (p.74)

 

 인스턴트커피가 주를 이루던 커피시장에서 스타벅스는 시장의 변화를 가져왔으나, 그 후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사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고, ‘스마트폰’시장은 주류가 되었습니다. 즉, ‘니치’가 성장하게 되면 ‘주류’가 됩니다. 또한, 아무리 좋은 게임기를 만들어내더라도 다양한 수의 게임이 제공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게임 산업이라던가, 사용자가 많을수록 효용성이 커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및 온라인 게임 산업, 통신 산업처럼 반드시 주류로 성장해야하는 산업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저자가 언급한 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갭(GAP)’은 ‘자라(ZARA)', 'H&M', '유니클로(UNIQLO)' 와 함께 4대 SPA 브랜드로 꼽히고 있습니다. SPA 브랜드들은 최근 패션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들로 해마다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SPA 상위 10개 브랜드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4조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 중 상위 10개 브랜드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큰 액수입니다. 그 중에서 ‘자라(ZARA)’와 ‘H&M’의 매출은 '유니클로(UNIQLO)'와 ‘갭(GAP)’의 약 4배에 달합니다. 여기서 SPA 브랜드들은 저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소비자를 겨냥했기 때문에 갭이 몰락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모든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음에도 갭은 쇠퇴하는 데 반해, ‘자라(ZARA)’와 ‘H&M’, '유니클로(UNIQLO)' 등 SPA 브랜드들이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의 문제가 있습니다.

 

 설문지 사회학자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에 손을 뻗기 전에, 노력을 집중시켜서 사람들이 다른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뭔가를 당신이 반드시 갖도록 하라. (p.324)

 

 생태적 위치, 즉 틈새를 옮기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하는 전부다. (p.327)

 

 저자는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행동과 취향에 관심을 쏟고, 끊임없이 틈새를 옮기는 전략을 취하는 기업과 개인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그러한 전략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이는 결국 저자의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들과 다르게’라는 주장은 이미 수많은 도서에서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무엇’만이 아니라 ‘어떻게’를 함께 제시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디 그런 도서가 쏟아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 이 책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어려운 내용이 없어 보이는데도, 문장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더군요. 혹시 저만 그랬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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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퍼즐 -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제이 B. 바니 &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떠한 책을 읽을 경우에는 저자가 수백 페이지에 걸쳐 말하자고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항상 머릿속에 그려가며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 <전략퍼즐>이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라는 도서가 소설의 형식을 빌려 TOC(제약조건 이론 - Theory Of Constraint)을 명확하게 전달하려 한 것처럼 <전략퍼즐> 역시, 독자들에게 한가지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1) 과거에 마케팅 수업을 듣던 도중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강의를 듣다보면 이런 생각 드시지 않으세요? 교수님들이 그렇게 경영에 대해서 잘 아시면 직접 사업을 해보시지, 왜 강의를 하시냐고.”

“…….”

“그런데요 여러분, 교수들은 어떤 전략이나 기업이 성공했을 때, 그게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고 정리하는 사람들이예요. 그렇게 결과를 놓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설명하는 것들은 잘해도, 어떤 전략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측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도출해 내는 건 여러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2) 최근 몇 년간 ‘창의성’에 관한 책들이 정말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하나하나 제목을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책이 출간되었고, 많은 독자들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책들 때문에 창의성이 향상됐다거나, 큰 효과를 거두었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책들이 창의적인 생각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독자의 창의성의 직접적으로 향상시키진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1)과 2)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이 책 <전략퍼즐>에서 저자들(제이 B. 바니, 트리스 고먼 클리포드)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론과 현실의 차이’입니다.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를 알고, 구글이 성공한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최고의 기업으로 칭송받던 소니와 노키아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의 내용도 결국 이러한 결과론적인 ‘케이스 스터디’라는 것이지요. 필립 코틀러, 게리 헤멀, 데이비드 아커 교수처럼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고 하더라도 미래에 어떤 기업이 성공하고, 어떠한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과 이론 간의 차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아무리 현실에 맞게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준비해서 교육한다고 하더라고 그 차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는 사업구조분석을 하고, 수익성을 고려해서 하나의 결과를 도출해 냅니다. 그리고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전략을 실행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기업이라는 것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조직체이다 보니 사업부마다, 팀마다, 혹은 개인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많은 제약조건과 갈등이 존재할뿐더러 현실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실제로 <마케팅 불변의 법칙>, <포지셔닝> 등을 저술한 알 리스도 경영자와 마케터 사이의 갈등을 다룬 <경영자 VS 마케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지요.

 

 이 책에서도 첫 장부터 그러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플라스티웨어라는 신기술을 놓고 석유가스부문과 연구개발부문, 그리고 포장부문의 전망이 엇갈립니다.

 

 “하지만 한 가지 신상품을 놓고 경영진이 그렇게 서로 다른 가정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 사례 연구에서는 무엇 때문에 경영진이 그렇게 서로 다른 가정을 하게 됐나요?” (p.29)

 

 그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사결정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어떠한 의도나 방식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죠.

 

 “산업구조분석이든 현재가치분석이든 이런 것들은 그저 도구일 뿐일세. 말하자면 망치 같은 거지. 망치를 그 목적에 맞게 사용법을 정확히 따라 사용한다고 해도 내구성 있고 아름다운 무엇을 만들기는커녕 고물덩어리를 만들 수도 있다네. 중요한 건 도구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거지. 분석 결과가 타당한지 결정하는 건 분석 도구를 사용한 사람이 갖고 있는 기술과 관심사와 동기라네.” (p.101)

 

 그럼에도 이 책의 주인공 저스틴 캠벨은 그러한 차이를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되어 문제가 됩니다. 바로 각 사업부의 의견을 묻고 조사하여, 그를 토대로 조직의 이해관계를 파악하려 했는데, 오히려 석유가스부문의 책임자인 스콧 베킷에게 설득을 당해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업부의 의견을 듣기도 전에 신사업은 투자 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A라는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고, B라는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각 상황마다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장의 마지막에 놓쳐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여 독자들의 생각을 이끌어 냅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분명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현실에 비해 이론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끝내 어떻게 줄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어떻게 넘기는지를 주인공 저스틴 캠벨의 모습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죠. 게다가 각 장의 마지막에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변도 끝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렴풋이 생각해낼 수도 있겠지만 답답함은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저자들도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수영에 관한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직접 헤엄을 치기 전에는 수영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경험만이 답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경험이라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겪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더욱이 세상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만지던 찰흙처럼 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겪을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임하느냐에 따라서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최소한으로 좁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직장인 혹은 경영자보다는 사회 초년생이나 경영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좀 더 유익할 거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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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몰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파트의 몰락 - 내 집 마련이 절실한 3040세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
남우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의·식·주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배워왔습니다. 여기서 주(住)라는 것은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주거 공간’의 개념인 것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요? 재테크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이 생겨나면서 아파트는 이른바 재테크의 가장 좋은 수단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주택이라는 것은 투자대상이 아닙니다.

 

 아파트란 상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아파트는 상품의 태생 자체가 자산 가치의 증대나 고급주택의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서민의 주거안정이나 주거복지의 목적으로 개발된 주택 형태이기 때문이다. (p.203)

 

 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아파트는 어디까지나 주거 공간이라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은 일반적인 투자상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다른 상품들에 비해 현금화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에 매입한 아파트의 가격이 그 다음해에 2억 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실질적으로 자산의 가격은 1억 원이 올랐으나, 이 1억 원은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즉, 자산을 처분하기 전에는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게다가 거래라는 것이 항상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가격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팔고 싶은 사람이 “자신이 받고 싶은 가격을 5억 원으로 정하고 시장에 내놓는다(매도인 호가).” 하지만 그것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아파트의 가격은 결코 5억 원이라고 할 수 없다. 반면 시장의 반대편에서 “사려는 사람이 그 아파트에 대해 3억 원을 지급할 의사가 있다(매수인 호가).” 고 해도 매도자가 3억 원까지 가격을 낮추기 전까지는 거래도 가격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p.220)

 

 즉, 자산을 시장에 내놓고, 원하는 거래가 성립하기 전에는 자산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지출을 확대할 수 없다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특히 아파트가 사람들에게 가장 환영받는 재테크 수단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람들에게가격의 엄청난 상승률에 있습니다. 이 책의 68페이지에 제시된 사례에 따르면 1978년 은마 아파트의 가격은 2,312만 원 이었습니다. 이것이 2010년에는 11억 800만 원으로 무려 4,792%가 상승한 것이죠. 이렇게 엄청난 상승률은 부동산을 가장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개념을 넘어, 가장 쉽게 일확천금을 쥘 수 있는 투기대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동산 불패신화가 영원히 계속될까요? 이 질문에 저자 남우현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오히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아파트의 몰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1차 상승기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부터, 1980년대 말 2차 상승기와 2000년대의 3차 상승기까지 과거의 자료들과 함께 해외, 특히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 상황과 미래를 전망합니다. 결국,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주택시장의 거품입니다. 소비재나 자본재에 비해 엄청난 주택가격의 상승률은 ‘거품’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거품이 꺼지면서 조정기를 거쳤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거품이 빠지기 전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거품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거품이라는 것은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주택시장의 가격을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금리상승은 불가피한데, 이는 대출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켜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게 되고, 이는 다시 가격하락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구입에 대한 핵심적 수요층은 35~54세로 볼 수 있는데, 이 연령층이 2011년부터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인구수 역시 2018년을 기준으로 하락하게 되고 고령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수요가 줄어들게 될 경우, 가격하락과 공급축소는 당연한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이처럼 아파트 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주택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가치를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고 말합니다.

 

 지금(2011년)부터는 집을 언제 팔고 언제 살 것인지 투자에 대한 관심보다는 주택(부동산)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태’이라는 공간이 과중한 원리금과 이자 부담으로 고통스러운 공간이 아닌, 그 본질인 가족과의 행복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현명하고 이성적 판단을 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바란다. (p.230)

 

 

 

 외국투자자들이나 외국의 경제기관들은 언제나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을 문제 삼습니다. 임금이 지나치게 하방 경직적이며, 노사관계 또한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노동시장에 주택문제가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OECD에서 발표하는 연간 근로시간에서 우리나라는 압도적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으로 연간 근로시간이 2193시간으로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300시간 이상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에서 누구의 말처럼 ‘숨만 쉬고 모아도’ 살 수 없는 것이 아파트(주택)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고 모아도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해결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자의 말처럼 실제로 주택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작은 바람은 가져봅니다. 직종에 관계없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성실하게 일한다면, 호화스러운 저택은 아니어도, 적어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내 집’ 하나쯤은 누구나 마련할 수 있기를.

 

 “가만히 앉아서 부동산 투기로 하루에 수백만 원씩, 아니 수억 원씩 벌어 챙겨먹는 주부들과 부동산 투기자들이 망해서 죽어가는 꼴을 보고난 뒤에야 내가 발 뻗고 죽을 겁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공산주의 세상이 더 나은 게 아니겠습니까?”-출처:1989년 5월 11일, 국민일보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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