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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사진1: ‘보이지 않는 손’의 애덤 스미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대학교 교재, 기타 경제관련 서적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개념 ‘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에 있어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라는 문구는 저의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최근,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제관련 도서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책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도서들이었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터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위기 경제학>,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 등등.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최근에 시작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언제나,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다만, 2008년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에 열광하던 사람들을 비추던 조명이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로 옮겨졌을 뿐.

 

 그렇다면 유토피아 경제학(저자의 표현을 빌려)은 이러한 비판들 속에서 어떻게 이른바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존 캐서디의 <시장의 배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배반>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1부의 내용이 바로 유토피아 경제학이 어떻게 주류 경제학으로 발전되어 왔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 예를 들어보면, 정보의 문제가 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계획경제를 주도할 경우, 경쟁다운 경쟁이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러한 상태에서 어떻게 정부가 적정 가격을 알 수 있겠으며,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품을 얼마만큼 만들지 무슨 수로 알 수 있냐는 것이죠.

 

하이에크가 지향했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산 경제 체제에서 중앙의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들은 사용할 수 있는 원료와 노동력을 어디로 돌릴지 결정하기 전에 우선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고 싶어 하며 그것을 가장 싼값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지식은 개개의 소비자와 사업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계획 당국의 캐비닛 속이나 컴퓨터의 파일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생산량의 조절을 시장 체제에 맡기면 회사가 길거리로 나가서 소비자에서 무엇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야 하는지 직접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이에크는 지적했다. 그런 정보는 가격이 알려 주기 때문이다. (p.59)

 

 즉, 경제시스템에서는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가 적정 가격인지, 어떤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등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필요한데 그것을 정부가 다 관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제로 과거 동구권의 사례를 통해 증명됩니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실직자는 언제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자연실업률’이 있습니다.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있고, 보수가 더 나은 직장을 구하거나 다른 도시로 이사하기 위해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이러한 ‘자연실업률’까지는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당시, 케인즈 학파 경제학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좀 더 참아 낼 인내심만 갖춘다면 실업률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약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정부가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아래로 끌어내리면,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기업도 가격을 인상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 악성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는 결국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로 복귀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는 일시적인 상충 관계가 상존한다. 하지만 영원한 상충 관계는 없다.” 프리드먼은 그렇게 말했다. (p.107)

 

 이러한 주장들 외에서 수많은 이론과 개념들을 통해 유토피아 경제학은 발전해갑니다. 거기에 다양한 수학적 모델과 이론들이 더해지면서 이들의 이론이 ‘과학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높은 경제성장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기존 경제이론을 뒤엎고 미국이 1990년대 인플레이션 없이 장기호황을 누리게 되는, 이른바 신경제에 접어들면서 유토피아 경제학은 정점에 올라섭니다.

 

 결국, 유토피아 경제학의 핵심은 1) 자기중심적인 개인의 이기적 행동이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2) 효율적인 시장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 마지막으로 3) 개인은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한다는 것, 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어긋나는 사례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최근 한국의 담배시장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담배시장에는 K사와 P사, B사, J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B사와 J사 두 회사는 기존 2,500원의 담배가격을 2,7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유토피아 경제학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들은 두 회사의 제품을 외면하게 되고, 두 회사는 다시 가격을 인하하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B사와 J사의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B사와 J사가 가격을 내리지 않고, P사가 가격을 올린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K사 마저도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요. 물론 담배시장이 시장참여가 자유롭지 않다는 특수한 시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 기업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 경쟁사들도 함께 가격인상을 선택하는 경우를 우리는 훨씬 더 자주 봐왔습니다.

 

 

 

<사진2: 자본주의 시장은 태생적으로 불안하다고 주장한 하이먼 민스키>

 

 2부에서는 이러한 유토피아 경제학의 대안으로 현실 경제학이 이어집니다. 2부 역시, 1부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론과 개념이 등장하지만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합리적 비합리성’입니다. 합리적 비합리성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전체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407 : 네이버캐스트를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레몬시장’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레몬시장이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저급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말합니다.)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정보는 늘 불완전하기 때문에(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문제는 시장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다.) 시장 실패는 언제든 경제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다.” 라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숨겨진 정보로 인한, 혹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시장은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불량품이 넘치는 ‘레몬시장’으로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합리적인 쏠림이나, 정보 폭포 이론, 휴리스틱스 등의 개념들을 통해서 개인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유토피아 경제학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사진3: 1999년 타임지 표지를 장신한 앨런 그린스펀(가운데), 로버트 루빈(좌), 로렌스 서머스(우)>

 

 이어서 이 책의 3부에서는 앞서 다루었던 내용들이 어떻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동안 뉴스나 신문, 경제관련 도서들 등을 통해 자주 접했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3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저자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룬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융위기를 일으킨 원인으로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존 캐서디는 사람들의 탐욕도 중요한 원인이기는 하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시스템의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2006년 당시 미국 최대의 모기지 발행 기관이었던 컨트리와이드의 회장 겸 CEO인 안젤로 모질로의 경우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컨트리와이드는 1969년 설립된 이래로 프라임 대출만 발행하는 보수적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그들 역시 ‘매칭 전략’을 택했다. 경쟁사들이 어떤 상품을 제공하면 그들도 따라서 같은 상품을 제공하는 전략이었다. 다른 회사가 새로운 유형의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 컨트리와이드도 따라서 했다. 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특정 상품을 내놓으면 그들도 그렇게 했다. 죄수의 딜레마로 말하자면 컨트리와이드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p.312)

 

 결국, 2008년의 경제위기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며 앞으로 이러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은 유토피아 경제를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시장의 효용성뿐 아니라 그 한계까지 인정하고, 하이에크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존재뿐 아니라 그것의 몰락 가능성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경제 철학이 필요하다. 현실 기반적인 경제학은 바로 그런 철학을 제공한다. 현실기반적인 경제학은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실패 개념을 중심에 놓고, 인간의 상호 의존성과 합리적 비합리성이 시장 실패에서 맡는 역할을 인정한다. 더 이상의 재앙을 피하려면, 정책 입안자들은 발상을 바꾸어 이런 실용적인 철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p.429)

 

 라고 주장하며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항상 양극단에 서있었습니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이번의 경제위기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좋은 경험이 될지도 모릅니다. 해제에 실린 우석훈 박사님의 말씀처럼

 

어떤 경제학자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부분적으로만 옳고 부분적으로는 틀렸다. 마찬가지로 어떤 시장도 그 자체로는 절대 선이 될 수 없으며, 제도나 사회에 의해 보완될 때만이 파국을 면하게 된다. 그걸 모르는 경제학자는 없다.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린 것은, 같은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선이다. (p.470)

 

 오른쪽과 왼쪽만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디라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반증과 비판이 자유롭게 오가는 사회, 우리사회가 그런 사회로 변화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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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 넘쳐난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에서 혼자서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지쳐간다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상황들 속에서 <트렌드 코리아 2012>와 같이 앞날을 예측하고 전망하는 도서들은 다소 정보를 걸러내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예측과 전망들이 빗나갔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정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트렌드 코리아 2012>는 그러한 관점에서 읽어 보아야할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미래를 전망하고 맞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면, 아마 이러한 도서들의 가치는 고작 1년에 불과하겠죠. 그리고 평가 역시 1년 뒤에 이루어져야 하며, 예측과 전망이 어긋났을 경우에 이 책의 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리와 준비를 위해 읽는다면 반드시 미래를 맞춰야할 이유도 없을 것이며, 결과를 굳이 따져봐야 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2011년의 키워드 'TWO RABBITS'

Tiny makes big;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Weatherever products; 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Open and hide; 개방하되, 감춰라.

Real virtuality; 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Ad-hoc economy; 즉석경제 시대

Busy break; 바쁜 여가

By inspert, by expert;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Ironic identity;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Tell me, celeb; 스타에게 길을 묻다.

Searching for trust; 신뢰를 찾아서

 

 그러면 먼저 2011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2011년의 키워드는 'TWO RABBITS' 였습니다.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변화하는 날씨와 시장, 개방하되 감춰라, 실재 같은 가상과 가상 같은 실재, 즉석경제 시대 등.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이에 대한 평가와 함께 2011년을 정리하는 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대부분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원전 사고부터 시작해서 이례적인 한파, 그리고 서울 도심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까지 일어나면서 ‘변화하는 날씨’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유명 경제연구소가 2011년 10대 상품으로 ‘꼬꼬면’을 선정했는데, 이는 ‘스타에게 길을 묻다’에서 이야기한 바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상당부분이 2011년만의 트렌드인가? 하는 물음을 갖게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올해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한 곳은 언론사였습니다. 해마다 사상 최대, 최고라고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죠. 이처럼 이미 우리는 여러해 전부터 변화하는 날씨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네일아트나 에스프레소 머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트렌드들이 어느 특정 해에만 해당되는 트렌드가 아니라 그 해에 두드러진 트렌드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미래나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도서들의 단점이라고 생각됩니다만) 2011년 트렌드, 2012년 트렌드, 2011년 키워드 등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당 년도에 시작된 트렌드이거나 해당 년도에 특별히 두드러진 트렌드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거시적인 트렌드들은 매우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트렌드들을 단기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 <트렌드 코리아 2012>를 읽지 않고, 단순히 2012년의 키워드 'DRAGON BALL'을 들었을 경우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느닷없이 이 책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어 이 책에 대해서 다소 실망한 것처럼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책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습니다. 우선, 이 책은 해마다 발간되는 책이기 때문에 지난해에 예측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 검증하고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의 전반부를 2011년의 내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 한해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한 가지, 상당수의 많은 전망서(?)들은 경제라던가 비즈니스와 같은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경제, 정치, 교육 등 분야별, 산업별 등으로 구분지어 이야기하는 반면, 이 책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소셜 커머스를 Ad-hoc economy(즉성경제)로 묶어낸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2년의 키워드 'DRAGON BALL'

Deliver true heart; 진정성을 전하라.

Rawganic fever; 이제는 로가닉 시대

Attention! Please; 주목경제가 뜬다.

Give'em personalities;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Over the generation; 세대 공감 대한민국

Neo-minorism; 마이너, 세상 밖으로

Blank of my life; 스위치를 꺼라.

All by myself society; 자생 자발 자족

Let’s ‘plan B’; 차선, 최선이 되다.

Lessen your risk; 위기를 관리하라.

 

 그러면 ‘DRAGON BALL’을 키워드로 꼽은 2012년은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진정성을 전하라, 이제는 로가닉 시대, 주목경제가 뜬다.’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이는 한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뒤돌아 볼’ 시기라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앞만 보며 무작정 달려 왔지만, 이제는 한번쯤 뒤돌아 볼 때라는 것입니다. 무조건 가장 비싸고 좋은 제품, 서비스가 아니라 정말로 진정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택하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성분이 아니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로가닉이 주목을 받고, 세대갈등을 극복하고, 행복에 대해 고민해보고, 마이너의 손을 잡아주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매해, 새해가 되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적인 면만 보더라도 분명히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총선과 대선을 한해에 치르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많은 정치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상황이 경제적인 면이나 정치적인 면이나 사회적인 면으로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이 책 <트렌드 코리아 2012>를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평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됩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다만,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진정성’이라는 것이 통(通)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의 저자 김난도 교수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작년 한 해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랑은 받은 이유는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비결이나 비책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위로와 따뜻한 글이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죠. 2012년은 그러한 진정성이 통(通)하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 승리하고, 진정성 있는 기업의 제품이 팔리고,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진정성이 외면 받지 않는 한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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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구성 - 글로벌 경제위기 제2막의 도래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1968년 크리스마스이브, 아폴로 8호는 달 궤도를 돌았던(인류가 만든) 첫 번째 우주선이었다. 아폴로 8호가 지구로 돌아오는 중에 지상 관제사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누가 우주선을 운전하나요?” 이 질문을 들은 우주비행사 빌 앤더스(Bill Anders)는 “아마 아이작 뉴턴(Issac Newton)경이 조정하고 있을거야”라고 대답했다. (경영의 미래 p.5)

 

 경영학자 게리 해멀 교수는 현재의 경영 시스템이 20세기 초반에 경영법칙을 창안한 이론가나 사업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경제체제는 누가 이끌어 가고 있을까요? 각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 금융기관의 금융가들, 세계 기업들의 CEO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하지만 넒은 범위에서 보면, 현제 경제체제는 애덤 스미스, 존 메이너드 케인즈, 밀턴 프리드먼 등 과거의 경제학자나 사상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경제위기는 대부분 비슷한 원인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버블, 과도한 채무,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등. 때문에 경제위기를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위기의 재구성>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부터 유럽의 재정위기, 그리고 인플레이션,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미국 가계의 과다차입과 과소비 및 부동산 투기, 자유방임적 금융 자유화를 배경으로 한 증권화 파생상품의 남발, 달러 기축통화제 유지를 위한 무리한 달러 강세정책 남발과 이로 인한 대외 불균형 심화. 사실, 이러한 요인들은 이미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요점만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 금융위기의 원인을 쉽게 이해 및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버블이 붕괴되면서 대형 금융기관들이 무너지면서 금융위기가 시작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붇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특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면서, 환율갈등으로 문제가 번지게 되고 결국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범(?)인 금융기관들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볼커 규제안과 돗드-프랭크법이 성립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미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금융위기는 결국 유럽으로 번지게 됩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랑스는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과 저성장, 과다채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의 주요 은행들은 그리스 등 재정위기 국가들에 대해 막대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현 경제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 유럽의 경제위기에서 가장 핵심에 위치한 독일은 경우에도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독일경제는 지난 5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실질성장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반복해오고 있다. 또한 내수위주 성장에서 수출위주 성장으로 변화해오고 있다. 특히 가계소비지출은 2000년 이후 거의 증가세를 멈추고 있다. 그로 인해 2000년 이후 연평균 1% 미만의 저상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더 이상 미국이 무한정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중국을 비롯한 일본과 독일 등 수출과 상품수지 흑자에 의존해 성장을 해온 나라들은 내수활성화를 통한 성장으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중략>독일은 정부채무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p.200)

 

 이처럼 유로존의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프랑스와 독일마저 경제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른바 PIIGS 국가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현재의 유럽위기는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국, 유럽 채무위기 해결의 본질은 최대 채권보유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과감한 채무탕감을 통한 손실을 부담하는 것과 유럽 각국이 경기가 하강하더라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줄이는 것뿐입니다.(p.175) 하지만 최근 신문의 경제기사나 뉴스에서 보듯이 각 국의 입장차이로 인해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양적 통화확대책 등으로 화폐의 실질구매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2011년부터 인플레이션의 문제가 붉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달러 약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식료품 가격상승이 이루어지고, 원유, 철광석 등 여타 상품가격의 상승도 유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은행과 정부는 물가와 힘든 싸움을 해왔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금액의 가계부채, 그리고 이 가계부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리고 있는 것이 현재의 한국 경제입니다. 결국, 어떠한 나라도 현재 세계경제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죠.

 

 지나치게 간략하게 설명한 것 같습니다만, 이상의 내용들이 <위기의 재구성>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들이라 생각됩니다. 굉장히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매우 유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유럽 각 국의 경제상황을 과거의 경제상황과 함께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일반 독자들보다는 경제에 대한 지식을 어느정도(?) 갖춘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32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처럼 다소 딱딱하고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 차있습니다. 경제관련 도서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독자가 궁금해 하는 부분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서적들은 각주 등을 통해서 최대한 용어를 쉽게 설명하고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용어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을뿐더러, 특별히 쉽게 설명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일반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설명으로 좀더 대중적인 경제서적으로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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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모든 관계자가 공범이었다.

(p.409)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출판시장에는 이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위기 경제학>,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 등등,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금융시장을 넘어서 ‘자본주의’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자본주의 4.0>이라는 책과 이 용어가 주목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책들이 저마다 금융위기의 원인과 오류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그리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로 인해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이는 사실 원인보다는 금융위기의 ‘방아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무언가 본질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저는 이것이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정보는 이미 곳곳에 널려 있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넘치고 ‘금융’이라는 분야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분야이기에 미국발 금융위기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얕은 경제지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번 경제위기에는 파생상품시장이 관련되어 있고 파생상품시장의 복잡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읽게 된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모기지 시장의 부실이 어떻게 발생되었고,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떠한 이유로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졌는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에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당시 정부의 정책과 맞물리면서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떠한 문제로 인해 세계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이러한 내용을 무려 약 530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전개방식은 어려운 경제이야기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의 저자 베서니 맥린과 조 노세라는 무엇이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인지 콕 찝어 말하지는 않습니다만,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파생상품시장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상품인 CDO를 들어 보겠습니다. CDO는 부채담보부증권[負債擔保附證券,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으로 사전적 정의는 ‘회사채나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등을 한데 묶어 유동화시킨 신용파생상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단, 용어부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채권들이 한데 묶여 상품화 되는 경우에는 훨씬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결국 본질은 ‘빚’이라는 것이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빚’은 기피의 대상이었지 투자의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1980년대에 금융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가능해졌는데, 이러한 상품들이 주목받게 된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80년대 금융계에는 일대혁신이 일어났다. 예전에 무시되었던 채권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되었는데, 이런 혁신을 주도한 것이 MBS였다. 한마디로 모기지를 한데 모아 채권으로 증권화한 것이 MBS인데, 이러한 MBS를 혁신이라고 하는 이유는 비유동자산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로 MBS는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가정은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고, 모기지 대출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모두 상환되기까지 3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모기지를 바로 현금화하여 다른 주택구입자에게 대출해 줄 수 있었으며, MBS 발행기관들은 채권을 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올리고 위험도 전가할 수 있었고,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는 주택소유자가 대출을 갚게 되면서 장기의 안정적인 고정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마침내 주택소유라는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될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p.531)

 

 이러한 이유들로 MBS는 ‘혁신’이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대출, 기업 대출 등 온갖 대출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증권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CDO, CDO스퀘어드, 멀티섹터 CDO 등으로 이어지며 시장은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정말로 ‘혁신’이었을까요? 통제가 불가능하고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것이 과연 혁신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2009년 월스트리트 저널 컨퍼런스에서 폴 볼커가 밝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금융시장의 많은 혁신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의 생산성에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는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p.527)”

 

 저자들이 밝힌 두 번째 원인은 감독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파생상품시장의 복잡성으로 인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기업들의 로비스트들에 의해, 혹은 시장의 완벽함에 대한 믿음 때문에. 현대 사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바퀴에 의해서 굴러가는 수레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바퀴가 다른 한 쪽에 비해 비대해지면서 민주주의라는 바퀴가 자본주의라는 바퀴에 이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시장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면서 감독기관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의 창의성을 신뢰하는 자본주의자들이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긴 하지만, 현대 금융 이데올로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자들이 자유시장을 자유로운 인간들이 판단을 겨루는 경기장으로 보고 있다면, 현대 금융 이데올로기는 문제는 인간이 따로 판단할 것 없이 효율적인 시장에만 맡기면 알아서 풀릴 것처럼 얘기한다. 여기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칭송받는 시장은 증권시장이다. 현대 금융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과 시장의 자율적 통제가 어떤 시장참여자의 판단보다도 훨씬 믿을 만하다고 여긴다.(p.388)

 

 마지막 원인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탐욕’입니다. 집값이 끊임없이 오르리라는 기대, 그리고 그에 기댄 무분별한 대출, 그리고 그를 용인하는 금융기관과 정부,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금융가들.. 모든 사람들의 탐욕은 거품을 만들어 냈고, 그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나무는 아무리 키워도 하늘에 닿을 만큼 자라지 않는다.(p.243)’라는 말처럼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음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탐욕에 눈이 멀어 나무가 하늘에 닿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러한 원인들이 결국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사실, 원인들만 놓고 보면 다른 경제도서들과 그리 많이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단편적인 요소가 아닌 과거 MBS의 등장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무척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미국의 금융시장을 보며 ‘혁신’이라고 외치며 그를 따라가려고 했고 현재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투기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11년 말에는 3경 350조원(33,500,000,000,000,000원), 거래량으로는 37억 5200만 계약으로 예측돼, 2위인 유럽파생상품거래소 거래량(18억9700만 계약)의 두 배에 달합니다. 그리고 금융시장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위기에 묻히고 있으며, 이 책에 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 로버트 루빈과 래리 서머스 같은 금융가들은 여전히 세계경제 정상에 군림하고 있500,0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도 다녀갔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러한 위기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며 사람들의 고통은 그 때마다 반복될 것이라고 이라고 다. 이번 경제위기가 경제가 무엇인지, 금융의 역할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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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올해 8월 무디스, 피치와 함께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습니다. 이는 1941년 S&P의 설립 이래 70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았음에도 파장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 신용등급의 사전적 정의는 ‘한 나라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를 등급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당 경제 내에서 외화표시 채권 발행에 대해 어떤 경제주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신용등급'을 의미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국가 신용등급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라면 S&P의 이러한 조치는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까닭은 미국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와 이를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포기하고 달러를 끊임없이 찍어내기만 한다면 빚은 모두 갚을 수가 있습니다. 즉, 결국 미국이 빚을 갚지 못하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처럼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함으로써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매년 무역흑자를 외치고, 달러를 축적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로 쓰임으로써 미국이 누리는 혜택을 모두 열거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미국에게 의존하지 않고 달러를 보유통화로 축적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생활수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를 예측해보면 미국이 누리는 혜택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문의 여지 없이 미국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이 달러에 대한 식탐을 버린다면 미국은 더 이상 총생산보다 1조 달러나 많은 소비와 투자, 수출보다 1조 달러나 많은 수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별다른 대가 없이는 GDP의 6퍼센트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이 수출해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무렵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6퍼센트인 1조 달러였다. 금을 제외한 전체 보유고가 연간 5,000억 달러씩 증가하고 그 중 3분의 2가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상응하는 지출 감소액은 5,000억 달러를 약간 밑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효율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물론 비용 절감보다 효율 개선이 더 행복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효율 개선은 그저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국제수지를 개선하려면 경쟁국들보다 더 빨리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p.285)

 때문에 이에 대해 다른나라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중국은 위안화를 유럽은 유로를 기축통화로 만들려하고 있습니다. 이 책 <달러 제국의 몰락>의 저자 배리 아이켄그린 역시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국제통화가 공존한느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로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중국도 복수의 국제통화가 공존하는 시대를 추구한다. 중국의 의도는 달러의 왕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은 지나칠 만큼 달러에 투자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달러 투자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위안화에 보다 국제적인 역할을 얼마든지 부여할 수 있다. 인도의 루피나 브라질의 헤알같은 신흥국 통화들도 위안화가 나아간 길을 따를 것이다.(p.28)’ 라고 말한 것처럼 저자는 복수의 국제통화가 등장할 경우 세상은 적어도 금융상으로는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달러의 몰락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즉, 달러가 쉽게 몰락할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죠. 이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달러가 쉽게 추락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자 글로벌 외환시장의 전통적인 핵심 통화인 G3 즉, 달러와 유로, 엔화에 대한 투자를 대체할 통화로 S3가 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저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우선, 영국의 파운드와 스위스의 프랑이 보조적 지위를 넘어서기에는 영국과 스위스의 경제 규모가 너무나 작다는 것입니다. 국제금융계가 요구하는 규모의 채권을 제공할 만한 규모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경제규모가 이보다 작은 나라들은 말할 필요도 없음은 물론이구요. 일본은 이에 비해 경제규모가 확실히 크긴 하지만, 기존의 산업정책을 고수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입장, 10년에 걸친 경제성장 둔화와 제로금리로 인한 매력 상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령화가 진행 중인 인구구조상 일본의 엔화가 국제통화로 부상하기에는 힘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때문에 가장 기대를 할 수 있는 통화는 유로, 위안화, 그리고 IMF의 특별인출권입니다만, 이들 역시 많은 문제점과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달러에 견줄만한 위치에 오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합니다. 금과 다른 실물자산들은 저마다 한계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달러를 대체할 수는 없어 보이구요. 게다가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저마다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달러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요소입니다. 

 

 결국 저자가 ‘달러가 몰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그 몰락은 미국의 잘못이다. 중국이 달러를 몰락시키지는 않을 것이다.(p.29)’ 라고 밝힌 바와 같이 미국 스스로 무너질 수는 있어도 다른나라에 의해서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치적 분쟁에 의한 달러의 폭락입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문제인데, 이미 중국은 미국의 달러를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고,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달러의 폭락은 중국에도 좋지가 않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국과 중국의 역학관계상 정치적 분쟁에 의한 달러의 폭락은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두 번째는 시장패닉 즉, 시장심리의 급변으로 달러가 폭락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연준의 개입으로 달러의 가치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나라들 역시 미국과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이를 도울 것입니다. 즉,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 역시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가능성은 바로 미국의 재정정책입니다. 이것이 저자가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시나리오이구요. 현재 미국은 고질적인 재정적자 문제에 허덕이고 있으며, 재정 상황은 세 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첫째, 금융위기 전에 사정이 심하게 악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에 이루어진 감세, 의료보장 혜택의 증가, 두 번의 전쟁 등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극도로 심해졌다는 것이죠. 둘째, 금융위기로 인해 재정적자가 심화되었습니다.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규모가 너무 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2015년 무렵이 되면 의료보장비용과 연금비용 때문에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기축통화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누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이 책 <달러 제국의 몰락>의 전반부는 달러가 어떻게 파운드를 밀어내고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브레튼우즈 체제와 스미스 소니언 체제, 신(新)브레튼우즈 체제를 거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달러의 가장 강력한 경쟁통화인 유로는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그 이면의 정치적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설명합니다. 후반부에서는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분명히 달러라는 통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만한 도서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 책은 지극히 미국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하기에는 조금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국 다른 나라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것들 때문에 너무 큰 상처를 입어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원화가 국제통화가 될 수 없다면, 기축통화의 변화에 대한 대비라도 튼튼히 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은 우리나라가 외풍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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