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헤르만 크레버스 에디션 (필립스 레코딩) [오리지널 커버 15CD]
브람스 (Johannes Brahms) 외 작곡, 오테를로 (Willem van Otter / Australian Eloquence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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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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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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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재에 작품성은 엉망인 요즘 일본 소설에 비교하자면, 이 작품은 정말 명작이다. 사회에 금기시 되는 것을 30대 주부의 심리와 현실에 끼워 맞춰 공감시키는 능력은 오롯이 이 작가의 뛰어난 필력 덕이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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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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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해야할 청춘의 반짝임과 부서짐의 이야기. 오가와 요코의 초기작으로, 투명하게 밝은 것과 슬프게 어두운 것의 대비가 분명한, 그녀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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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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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과자처럼 부서지기 쉬어서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나 너무 독점하면 가슴이 아파지는 것.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186)

인간은 사랑은, 어쩌면 혼자만의 궤도를 도는 고독한 위성과도 같다고 말하는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참 좋아한다.  

두어 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뮤, 스미레, 상징… 몇 가지 키워드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들은 없다. 다만, ‘인간은 결국 고독한 위성’이라는 강렬한 주제 만은 잊히지 않는다. 

60년대생 오가와 요코가 이야기하는 청춘의 ‘사랑’도 이와 비슷한 결을 띤다. 

사랑은 오로라같이 맑고 투명하게 빛나지만 결코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 말은 비단 사랑뿐 아니라 청춘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청춘-사랑-식욕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서늘하지만 넓고 매끄러운 기분 좋은 그 빛의 막에 온몸이 푹 싸이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도록 들지. 그래서 양손을 하늘을 향해 힘껏 뻗는 거야. 하지만 오로라를 잡을 수는 없어.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맑고 투명하니까. 갈 곳 없는 양손은 허무하게 허공만 헤맬 뿐이야.” (172) 

최근 오가와 요코의 소설론 에세이를 읽고 나서인지, 이제는 그녀의 소설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는 것처럼 그 구조나 연결 부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녀가 심어 놓은 장치라든지, 허무한 엔딩이라든지, 불친절한 요소들이 납득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소설들에는 비슷한 공식들이 존재한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사람들을 깊이 연민하는 슬픔. 그것에 대한 그녀 나름의 해설과 해결 방법에서 그녀의 마법이 비로소 드러난다. 

그녀는 사진집이나 풍경, 논픽션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함몰되는 얘기는 쓰지 않는다고.

그래서인지 섬세하게 정제한 글들에는 특유의 생생함 그러나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실감이 포개져 있다. 열려 있지만 닫혀 있는, 혹은 닫혀 있지만 열려 있는, 이 모순들을 아주 솜씨 좋게 배열하는 작가다.    

계속 읽다 보면 그녀가 즐겨 쓰는 기법들도 발견할 수 있다. 생물, 동물, 자연 현상에 대한 디테일하면서도 하드보일한 묘사다. 그러나 거기에도 그녀 만의 서정을 담아 멋지게 균형을 잡는다. 

가령, 우리는 ‘뚱뚱하다’ 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그녀는 뚱뚱하다는 표현 대신 ‘지방이 부드럽게 저마다의 곡선을 이루며… 그것을 만질 때 닿는 부드럽고도 푹신한 감촉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표현한달까.  

오늘 아침에도 오가와 요코의 소설집 ‘바다’를 읽었다. 역시나 훌륭한 소설집이었다. 

한편, ’슈거타임’은 연재용으로 시작된 초기작으로, 내가 읽은 그녀의 소설 중 제일 덜 탁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식욕’과 ‘청춘’을 연결한 그녀다운 기발함과 신선함, 아름다운 문체와 풍경, 글의 단단함은 변함이 없었지만 일본의 90년대 청춘을 지금의 눈으로 읽기엔 다소 고루하고 진부한 느낌도 있었고, 탈일본적인 느낌을 갖고 있던 그녀의 소설이 여기선 ‘일본’이라는 틀에 갇혀서 그녀 스스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녀가 묘사하는 남동생이나 남성상에 매혹되곤 했다.  

언어만으로, 현실적으론 절대 멋있을 수 없는 사람을, 약하고 볼품 없는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 그녀의 필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고헤이는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순간 이대로 계속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속눈썹은 나비의 촉각처럼 가늘었다. 한 번 눈을 깜빡이면, 그 가느다란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리며 눈가에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속눈썹이 스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31)

대학생 가오루의 병적인 ‘식욕 이상’과 미스터리한 연인, 가련한 남동생…. 그것에 얽힌 시리고 달콤한 청춘의 반짝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이야기로 남겨 두고 싶은 뭔가‘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던 것처럼, 내 조악한 평가야 어찌 되든 작가가 쥐어짜서 썼을 만큼 꼭 들려주고 싶은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제일 큰 의미이자, 핵심 아닐까.

남겨 주어 고맙소. 

사실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설탕 과자처럼 부서지기 쉬어서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나 너무 독점하면 가슴이 아파지는 것.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186)

서늘하지만 넓고 매끄러운 기분 좋은 그 빛의 막에 온몸이 푹 싸이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도록 들지. 그래서 양손을 하늘을 향해 힘껏 뻗는 거야. 하지만 오로라를 잡을 수는 없어.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맑고 투명하니까. 갈 곳 없는 양손은 허무하게 허공만 헤맬 뿐이야.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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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 - 읽고 쓰기에 대한 다정한 귓속말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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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겐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는 매우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가진 일본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신비하고 독창적이라 머릿속을 훔쳐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본인은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다는데, 그것을 자신의 관찰력과 상상력을 더불어 직조하는 ‘기술’은 타고난 재능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국내에서 오가와 요코를 다룬 기사나 인터뷰가 없다는 사실이 늘 애석하다. 내가 보기에 하루키 만큼 추앙 받아야 할 작가인데, 그녀의 책들은 마니아들에게나 읽히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국내에 그녀의 에세이가 두 종 번역되어 있다는 점이다. 2021년에 #걷다보면괜찮아질거야 가  출간되었고, 작년엔 그녀가 자신의 작품 세계나 소설 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말한 ‘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 이 전작과 같은 김난주 역자에 의해 번역, 소개되었다.

‘걷다 보면….’은 일상 에세이에 가까웠는데, ‘첫 문장이….’ 는 내가 궁금했던 그녀의 소설 작성의 방식 등을 소개하고 있어 귀하게 읽었다. 머릿속을 샅샅이는 아니더라도 회로라도 관찰할 수 있었달까. 

오가와 작가는 자연 과학, 이과적 두뇌를 가진 작가다. 수학과 과학, 자연, 논픽션에 관심이 많고, 사물이나 인간을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그녀는, 건조하면서도 한없이 쓸쓸하고, 모래성이 무너져내리는 꺼끌한 허망함 속에서도 한 방울의 밀도 높은 눈물이나 진한 여운을 오래도록 흩뿌리는 글을 쓴다. 책을 덮고 나면 먹먹한 감정 때문에 머리가 얼얼하고 가슴이 욱신거려 견딜 수가 없다.  

"정말 슬플 때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고 하죠. 그러니 소설 안에 '슬프다'하고 쓰고 나면, 진정한 슬픔을 다 그릴 수 없어요. 언어가 벽처럼 앞을 가로막아, 마음이 그 너머로 날아가지 못하니까요. 그건 사실은 슬프지 않은 거예요. 슬프다고 느낄 때의 사람 마음 속이 어떤지는, 사실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라는 그릇을 사용해서 언어로 표현하려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소설이지요." (81)

오가와 작가의 글의 기저엔 항상 어떤 '슬픔'이 깔려 있다. 인간을 향한 연민. 애처롭고 안쓰러운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슬프다'라는, 언어 자체가 가두고 있는 감정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나 문학에 관심이 많고, 죽은 자들, 죽어가는 자들을 뒤에서 묵묵히 관조하면서 삶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끌어 모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격조 높은 방식으로, 그러니까 그녀 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고매한 마음가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얇은 책은, 그녀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발상의 근원, 그녀 만의 창작 방식, 그리고 왜 그런 '끝' 혹은 엔딩으로 여운을 남기지 않으면 안된 이유 등을 이 책을 통해 내 나름대로 찾아볼 수 있었다. 

만약 오가와 요코를 만나면 묻고 싶은 게 있었다. 그녀가 쓴 꽤나 기묘한 소설 '아이리스'에 대해서.
 
거기 등장한 혀가 없는 조카의 행방에 대해 너무 묻고 싶은데, 그녀는 과연 답을 해줄까.

"저의 곤궁한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는 정말 아주 좁고, 그 요소들은 사소하고 자잘합니다. 그러니 저의 작은 사고회로를 뒤집어엎을 수 있을 만큼 엉뚱한 곳으로 저를 데려가주는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재미가 없죠. 마지막 장면을 예상할 수 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작은 소설밖에 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을 찾는 내게, 이 책에서 작가가 계속해서 반복했던 말을 떠올려 본다. 

'관찰'

그녀도 답을 모를 것 같다. 그 조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관찰하고 옮겼을 뿐인 자로서.

"자신이 경험한 과거를 쓸 필요는 없죠. 타인이 흘린 기억을 상상하면 되니까요. 과거를 본다는 것은, 작가가 관찰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소설 속에서도 화자는 늘 관찰자입니다." (98)

문득 하루키의 말이 떠오른다. 관찰만 하고 평가는 아주 조금만 내리는 것이 작가라고. 

표본실, 병원, 인질의 벙커 등 제한된 장소와 풍경 안을 첨예하게 관찰하고 그 강렬한 잔상을 저마다의 가슴의 거울로 비춰 보이는 오가와 요코.

그녀의 소설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본다.

정말 슬플 때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고 하죠. 그러니 소설 안에 ‘슬프다‘하고 쓰고 나면, 진정한 슬픔을 다 그릴 수 없어요. 언어가 벽처럼 앞을 가로막아, 마음이 그 너머로 날아가지 못하니까요. 그건 사실은 슬프지 않은 거예요. 슬프다고 느낄 때의 사람 마음 속이 어떤지는, 사실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라는 그릇을 사용해서 언어로 표현하려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소설이지요.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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