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강철군화』로 이 작가를 처음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 '잭 런던은 사회주의자야'라는 한 마디로 이 미국의 숨겨진 문호를 판단하기란 힘든 일이다. 『야성의 부름』을 비롯한 그의 다른 작품을 만나야, 역자도 '모순 투성이'라고 인정하는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잭 런던의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그의 작품이 다른 고전들보다 특별히 뛰어나다고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가 『강철군화』에서 보여준 통찰력은 한 세기 그 이상이다. 그가 예견한 현실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다른 모습으로,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에, 그저 경의감을 품을 수밖에 없다.......

 

 감히, 이 소설에 대한 리뷰는 올릴 자신이 없으니, '밑줄긋기'를 통해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어떤 소설은 직접 읽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는, '이 힘든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유'이다.

이 원고가 특별히 가치 있는 것은 그 끔찍한 시대의 `느낌`을 1912년에서 1932년 사이 그 격한 시대를 산 사람들의 심리를 이보다 생생하게 그려낸 글을 우리는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그들의 실수와 무지, 의심과 공포와 오해, 도덕적 망상, 격렬한 열정, 상상하기 힘든 야비함과 이기심을 말이다. (10쪽)

여러분은 현실의 단단한 땅을 떠나 비행선에 말(言)을 태우고 공중에 떠 있습니다. 제발 땅으로 내려와 여러분이 말하는 철학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말해주십시오. (25쪽)

그들은 무자비한 산업기계에 매여 살아요. 그것의 비애와 비극은 그들이 마음의 끈에 매여 산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그들이 본능적으로 보호하려고 드는 어린 생명이죠. 이런 본능은 그들이 가진 그 어떤 윤리보다 강해요. 내 아버지만 해도! 내 아버지는 나의 입과 내 형들과 누나들의 입에 빵을 넣어주기 위해 거짓말, 도둑질, 온갖 치욕스런 짓을 했어요. 아버지는 산업기계의 노예였고, 그게 아버지의 삶을 짓밟았고, 끝내는 일만 하다 죽게 만들었어요. (70쪽)

한 사람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고 있는데도 사회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제 갈 길만 가고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75쪽)

세계 역사상 지금처럼 격렬하게 변화한 때가 없습니다. 산업계의 빠른 변화가 종교, 정치, 사회 구조에도 빠른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무시무시한 변혁이 사회의 신경조직과 구조에서 일어나고 있스니다. (…) 제 말은 거대하고 위협적인 어떤 그림자가 지금 이 땅 전역에 드리우기 시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하신다면 그것을 과두제의 그림자라고 부르지요. (119쪽)

당신은 편집자들을 잊고 있군요. 그들은 자신들이 유지하는 방침의 대가로 봉급을 받아요. 그들의 방침은 기존 체제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것은 결코 싣지 않는다는 거죠. 주교님의 발언은 기존 체제의 도덕성을 강력하게 공격한 거였어요. 그건 이단이죠. 그런 이단적인 발언을 더 못하게 하려고 그분을 연단에서 끌어냈어요. 신문들은 그분의 이단을 침묵의 망각 속으로 일소할 거예요. 미국의 언론이요? 미국의 언론은 자본가계급에 기대어 살을 찌우는 기생충들이에요. 언론의 기능은 여론을 조작해 기존 체제에 봉사하는 것이고, 그 봉사를 썩 잘해내고 있죠. (131쪽)

지금은 더 많은 걸 깨달았네. 그 모든 감자와 빵, 버터, 고기가 내 것이었지만, 내가 그것들을 얻기 위해 일한 적은 없다는 걸 말이지. 그러자 모든 게 명확해지더군. 다른 누군가가 일해서 만든 것을 내가 빼앗았다는 사실을. 가난한 사람들 사이로 내려오니 그렇게 빼앗긴 사람들, 빼앗겼기 때문에 굶주리고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더군. (215쪽)

그 문제에 있어서는, 혁명의 힘 역시 이 무시무시한 20년 내내 다름 아닌 정의감에서 나왔다. 그것 말고는 우리의 희생과 순교를 설명할 수 없다. 바로 그 이유로 루돌프 멘델홀이 사회주의를 위해 영혼을 불태우다 생의 마지막 밤을 자신의 멋진 백조 노래와 함께 마감했다. 바로 그 이유로 헐버트가 마지막까지 동지들을 배신하기를 거부하다가 고문에 못 이겨 죽어갔다. 바로 그 이유로 안나 로일스턴이 모성의 축복을 거부했다. 바로 그 이유로 존 칼슨이 글렌엘런 은신처에서 무보수로 충직하게 일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천재 바보 막론하고 어떤 인간을 혁명 동지들 속으로 밀어넣은 원동력은 정의를 향한 위대하고 지조 있는 갈망에서 나온다. (313~3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보게 될 J.K. 롤링. 난 해리포터 시리즈를 한 글자도 읽지 않았으니 오히려 그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리라.

 

 

 

 

 

 

 

 

 

 

 

 

 

 모두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이다. 『강철 무지개』는 내가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인 '절정(이육사)'의 한 구절에서 따와서 더욱 기쁘다. 그리고 『나쁜 봄』은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문학적 시도가 대단했다. '것'을 배제하다니,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안된다.

 

 

  카렐 차페크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정작 그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다. 잭 런던처럼, 그는 나에게 찾아와 나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문학, 작가라는 나의 숙명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들... 소중하다. 담아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사회는 유전 사회다. 부모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자식의 인생도 변한다. 즉, 부모의 위치에 따라 가난이 유전되거나 , 부와 명예가 유전되거나, 지식이 유전되거나, 무지와 부도덕이 유전된다. 어떤 집안의 사람은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라는 이유로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도 차별과 가난 속에서 살고 있고, 또 다른 집안의 사람은 아버지가 회사 사장, 정치가라는 이유로 오만과 편견에 빠진 채 살고 있다. 분명 이것은 불공평한 처사이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해답을 내지 않겠다. 그저 이것을 하나의 예언이라 받아들일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타락이 대물림되고, 무너져 가는 집안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작년 타계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년 동안의 고독』의 줄거리와 다를 바 없다. 이 환상적 소설은 우리에게 주어진 경고다.

 

 마콘도,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곳은 문명의 손이 닿지 않는 순수한 개척지였다. 그런데 맬키아데스를 비롯한 집시들이 마을을 세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에게 문명의 힘을 전파하자, 그 순간부터 문명이 그를 고독과 무기력으로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나처럼 순진한 독자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몰랐을 것이다. 그의 맹목적인 문명 추구가 집안에 대물림되어, 부엔디아 집안이 멸망할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행동이었는지, 죽는 순간에야 알았다(죽을 때까지 모른 이들도 있었다!).

 

 또한, 문명은 마콘도 마을 사람에게 고독을 안겨주었다. 본격적으로 마콘도 마을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기차가 들어온 이후였다. 기차는 집시들이 가져온 진기한 물건 대신 바나나를 싣고 왔으며, 호기심에 찬 사람들 대신 무자비하게 학살된 3000명의 노동자들을 싣고 갔다. 전쟁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때마다 마을 사람들을 고독과 고통에 빠뜨렸다. 한 부엔디아의 고독이 집안 전체의 고독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마콘도 마을, 나아가 콜롬비아, 마침내 전 인류를 고독하게 만든다. 여기서 고독이란, 죽음 이상의 고통으로, 서로의 소통이 단절된 상태를 말한다. 장님처럼 서로를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아니, 장님보다 못하다. 우르슬라는 장님이 되서도 자신이 장님인 것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 집안을 유지했으니까.

 

 한 세대씩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지만, 우르슬라는 부엔디아 집안의 주축이 되어 5세대까지 살아남는다. 마치 성서의 '창세기'를 보는 듯, 세대를 거칠수록 집안 사람의 수명은 줄어든다. 1세대는 115세(남편은 유령)였는데, 마지막 세대는 신생아(개미에게 잡아먹힌다)다. 돼지꼬리 달린 아이, 그것은 마지막 징조다. 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부엔디아 집안은 끝났다. 돼지꼬리 달린 아이는 근친상간의 상징이니까. 타락의 끝에서 부엔디아 집안, 마콘도는 그렇게 최후를 맞는다.

 

 끝으로, 오랜만에 나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 큰 찬사를 보낸다. 이토록 현실과 비현실을 적절하게 버무려놓은 작가는 앞으로도 없으리라. '마술적 리얼리즘'이 뭔지 확실히 알았다. 주제 사라마구를 통해 알았고, 마르케스를 통해 완성했다. 이 소설의 재미와 의미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직접 느껴보라는 말밖에 없다. 유전되는 고독을 느껴보라. 벗어나려고 해도 지독하게 발목을 잡는 이 저주를 풀어보라. 과연 당신은 벗어날 수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멋진 속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S 수능특강 영어영역 영어 - (본문, 단어장, 해설 3권 합본), 2014년 EBS 수능특강 시리즈 2014년
EBS(한국교육방송공사) 편집부 엮음 / 한국교육방송공사(중고등)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수능과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와 변별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문을 유형별, 소재별로 구별하여 꼼꼼하게 분석한다. 개인적으로 EBS 영어영역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수능 연계율도 체감상 가장 높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