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언제나 수많은 해석을 낳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석이 많아질수록, 명작에 대한 훌륭한 해석을 담아놓은 책을 찾아지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것은 연구자들뿐만이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책 앞에 '주석 달린'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음으로써 명작의 해석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신뢰할 만한 책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종류의 책들이 몇몇 있다. 나는 그것을 '주석 달린' 시리즈라고 부르고 싶다. 실제로 제목에 넣어질만큼, 주석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를 소개해 본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명작의 저자만큼이나 주석가의 위치도 연달아 상승한다는 것이다.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도 주석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니, '주석 달린' 시리즈에서는 저자뿐만이 아니라 주석가들의 이름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동화로 알려져 있던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해석할뿐만이 아니라, 공연 작품으로서의 『오즈의 마법사』의 역사까지도 아우르고 있어서, 주석가의 해설은 어찌 보면 작품을 중점으로 한 당대의 문화사를 소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 옆쪽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글씨의 주석들은 친절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많아서 불필요한 느낌을 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본문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내가 '주석 달린' 시리즈가 좋은 이유는 이 시리즈가 작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데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오즈의 마법사』와 『앨리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모두 북폴리오의 주석 달린 시리즈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이 때부터 나는 더 이상 두 소설이 단순한 동화가 아니며, 특히나 『Alice』는 수학자 루이스 캐럴의 면모가 다분히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는 참 재미있는 말장난이 많아서 유쾌하다. 마틴 가드너는 친절하게 말장난을 해설해주어서, 더 재미있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와 『앨리스』는 내가 집에 소장하고 있고, 또 읽었던 책이다. 그래서 나는 '주석달린' 시리즈에 대해 한 마디 더 할 수 있는데, 작품 중간중간에 있는 삽화가 독자를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본문과 더불어 삽화를 보며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셜록 홈즈....... 아직도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전설의 탐정이다. 아서 코난 도일은 홈즈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연작 형식으로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홈즈는 하나의 완벽한 인격체가 되었다. 그래서 셜록 홈즈 마니아, 이른바 '셜록키언'들은 작품 자체뿐만이 아니라, 주인공 셜록 홈즈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주석 달린' 시리즈는 그것까지 생각해서 셜록키언을 위한 책을 출판했다. 추리소설에도 많은 주석이 달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과연, 나는 코난 도일의 작품도 단순히 이해할 수는 없는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갑자기 이상한 점을 느꼈다. '주석 달린' 시리즈는 변함이 없는데, 출판사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북폴리오 출판사에서 현대문학 출판사로 '주석 달린' 시리즈가 옮겨 간 까닭은 왜일까? 뭐, 아무렴 상관 없다. 나는 존재하고, 출판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니까. 『주석 달린 허클베리 핀』의 경우, 내 집에도 삽화가 있는 번역본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 책을 사고 싶다. 5만원 대가 넘는 무시할 수 없는 가격대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주석'이라는 단어가 주는 미묘한 정감 또는 권위감일까? 나는 '주석 달린' 시리즈를 보면 왠지 마음에 들고, 주석과 함께 읽고 싶은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또 다른 번역으로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기쁘기도 하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작품이다. 케네스 그레이엄의 『주석 달린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다. 이 소설은 아동 문학의 고전으로서, 출간된 이후로 줄곧 사랑 받는 작품이다. 이 책도 동화로만 알려지기에는 너무나 값진 책인듯 하다.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작품이지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참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권위 있는 주석과 좋은 번역으로 계속 '주석 달린' 시리즈가 출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기회가 있다면 영어 원서로도 만나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