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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PD의 뮤지컬 쇼쇼쇼
이지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결혼하면 극장 한번 가기가 힘들어진다는 선배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모든 공연이 인터넷으로 예매되는 편리한 세상에 그냥 가면되고,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을 다들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겪어보니 이상하게도 그렇게 된다. 맞벌이다보니 주말이면 밀린 가사도 해야하고, 양가 인사도 다녀야 하고, 이런저런 집안 대소사도 참석해야 하고 말그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는 사회의 규범과 의무를 준수해야만 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후회되는 것이 더 많이 여행다니지 못했던 것, 그리고 공연문화를 좀 더 즐기지 못했던 것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PD의 뮤지컬 쇼쇼쇼> 이 책은 현재 SBS 예능국 PD인 저자가 전문가 입장이 아닌 뮤지컬 마니아로서 쓴 것이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자의 직업과 뮤지컬을 놓고보면 그렇게 동떨어진 느낌이 아니듯 뮤지컬을 대하는 시선이 예리하다. 책에는 총 30여가지의 뮤지컬이 등장하는데 클래식 대작, 신나는 뮤지컬, 사랑, 삶의 진실, 판타지(모험)등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기본적인 줄거리부터 뮤지컬에 대한 개인적 감상(직업은 못 속인다고 OST, 무대 세트, 조명, 스모그 같은 연출방식 까지도 상세하다)과 함께 연기자나 작곡가에 대한 설명등도 흥미롭다.
'오페라의 유령'을 외모지상주의와 스토킹의 관점으로 서술한 것이 특히나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팬텀에게서 오페라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은 만큼 미녀와 야수처럼 해피앤딩이어도 좋았을 것을 그녀가 선택한 사람은 돈 많고 잘생긴 라울이 아니던가. 더구나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삶이 부분적으로 여주인공과 닮은꼴이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빌리 엘리엇' 공연에서는 쑥쑥 자라는 빌리들 때문에 캐스팅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단다. 결국은 머리 쥐나게 아이들을 찾아다니기보다 아예 '빌리 아카데미'를 만들어 훈련시켰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다. 무대에 올랐던 빌리들은 변성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은퇴한단다.
'사랑을 비를 타고' 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진 켈리 주연의 영화 'Singin' in the Rain' 인줄 알았다. 이런... ^ ^;; 근데 대한민국 토종 창작 뮤지컬이란다. 한국 뮤지컬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남경읍, 남경주 형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고, 실제로 두 사람이 공연을 가졌다. 공연할때마다 전화기가 남아나지 않아 집에서 쓰지 않는 전화기를 가져오면 반값에 공연을 볼 수 있다는데(무선 전화기만 충전기랑 같이) 참으로 훈훈한 소식이다. '텔 미 온 어 선데이'는 여자만의 모노 뮤지컬이다. 근데 뭐야. 친구들 하소연 들어주는 것도 지치는구만 공연가서까지 하소연을 들어야 하나? 90분동안 울다가 웃다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한다는데 어쩜 연기자로서도 큰 도전이겠구나 싶다.
결론을 말하자면, 저자의 주장처럼 뮤지컬은 쇼다. 그냥 신나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어려울 것도 없고, 공부할 것도 없다. 클래식에서 출발한 작품의 경우 오페라보다 부담이 적고, 영화로 만들어진 뮤지컬과 비교해보면 현장감이 살아 있다. 공연 문화의 특성상 연기자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웃고, 울고, 박수치면서... ^^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삶, 뮤지컬같은 인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쇼쇼쇼에 빠져보시라~ "아뉘~ 내 삶을 그냥 내버려둬~ 더 이상 간섭하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