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연못 구출 대작전 - 청개구리 박사의 환경 생태 이야기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 그림, 고향옥 옮김 / 대교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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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초록 연못에 큰 위기가 닥쳤어요. 지진으로 바닥이 갈라지고 비까지 내리지 않자 연못의 물이 줄어들면서 조그만 물웅덩이가 되고 말았어요. 연못은 황폐해지고 생물들이 죽어가네요. 신문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된 청개구리 박사님은 동물 친구들을 구하기위해서 초록연못으로 달려갔어요. 그곳의 상황을 관찰한 박사님은 동물들과 함께 숲에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물레방아를 만들어 강물을 퍼 올리고, 페트병 관을 통해 연못에 물을 보충했어요. 마침내 초록 연못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답니다.  

 "해물탕 같아~!!" 물웅덩이로 변해버린 초록 연못을 본 아이가 해물탕 같다고 그럽니다. 붕어랑 가제랑 각종 곤충들이 된장국물같은 웅덩이에 마구 뒤엉켜 있으니 그렇게 보일 수 밖에요. 청개구리 박사님이 초록 연못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메기나 물방개 같이 힘센 녀석들을 설득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이었어요. 때론 쉬워 보이는 것을 미루고 둘러 가야 할 때도 있는 것이랍니다. 지금은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겠지만 생물들이 사라지고 나면 결국 모두가 굶어 죽게 된다는 것이에요. 

두번째로 한 일은 물레방아를 설계한 것이죠. 그것도 인간들이 버린 페트병을 이용해서 말이죠. 여기서도 서두르지 않으면서 관찰하고 고민하는 박사님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페트병 하나라도 잘 쓰면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어요. 그건 숲 속 작은 곤충들도 아는 사실이랍니다. ^^ 다음은 박사님의 지휘 아래 물레방아를 만든 것이에요. 초록 연못 친구들을 돕기위해 숲 속 친구들 모두가 함께 도왔어요. 지난주에 유치원에서 바자회를 했답니다. 지구편 다른 곳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기위해서 말이죠. 청개구리 박사님이 초록 연못을 돕기 위해 달려왔듯이 숲 속 친구들이 기꺼이 도움을 주었듯이 나눔은 소중한 것이지요. 
 
<초록 연못 구출 대작전> 개구장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책이에요. 표지부터 엉성한듯 튼실해보이는 배를 타고 구조활동을 하는 장면이니까요. 우리 아이는 '잠만경'을 처음 보아서인지 오랫동안 관심있게 지켜보고 질문도 하고 그랬어요. 예전에 문구점에서 잠만경을 팔았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에도 있겠죠? 앞서 언급한 몇가지 교훈적인 점 외에 기억에 남는 것은 동물친구들과 함께 많은 곤충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세밀화보다는 단순하지만 특징을 잘 표현한 그림입니다. 물방개, 송장헤엄치개, 장구애비, 물장군등 수십종의 곤충들 그림옆에 이름이 붙어있네요. 너무나 친절한 그림책입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건 힘들단다. 하지만 말야,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재해가 많았어. 그렇게 때문에 바다와 강, 산과 계곡이 생겨난 거야." 

안타까운 것은 힘겹게 되찾은 초록 연못의 평화가 다시 위협받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오래지 않아 날마나 비가 내려 이번에는 연못물이 넘쳐 흐르게 되었어요. 박사님은 생물들을 구하기위해 다시 초록 연못으로 향해야만 했지요. 
네~ 오늘의 지구가 있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아주 오랜 세월 서서히 이루어진 것들도 있는 반면 공룡의 멸종으로 추정되는 운석과의 충돌이나, 화산 폭팔, 지진등 뜻하지 않은 일들도 있었구요. 하지만, 오늘날 심각하게 떠오르는 환경문제는 대부분 인간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들이에요. 숲 속 친구들이 힘을 모았듯이...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과 사람 또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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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PD의 뮤지컬 쇼쇼쇼
이지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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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하면 극장 한번 가기가 힘들어진다는 선배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모든 공연이 인터넷으로 예매되는 편리한 세상에 그냥 가면되고,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을 다들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겪어보니 이상하게도 그렇게 된다. 맞벌이다보니 주말이면 밀린 가사도 해야하고, 양가 인사도 다녀야 하고, 이런저런 집안 대소사도 참석해야 하고 말그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는 사회의 규범과 의무를 준수해야만 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후회되는 것이 더 많이 여행다니지 못했던 것, 그리고 공연문화를 좀 더 즐기지 못했던 것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PD의 뮤지컬 쇼쇼쇼> 이 책은 현재 SBS 예능국 PD인 저자가 전문가 입장이 아닌 뮤지컬 마니아로서 쓴 것이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자의 직업과 뮤지컬을 놓고보면 그렇게 동떨어진 느낌이 아니듯 뮤지컬을 대하는 시선이 예리하다. 책에는 총 30여가지의 뮤지컬이 등장하는데 클래식 대작, 신나는 뮤지컬, 사랑, 삶의 진실, 판타지(모험)등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기본적인 줄거리부터 뮤지컬에 대한 개인적 감상(직업은 못 속인다고 OST, 무대 세트, 조명, 스모그 같은 연출방식 까지도 상세하다)과 함께 연기자나 작곡가에 대한 설명등도 흥미롭다. 

'오페라의 유령'을 외모지상주의와 스토킹의 관점으로 서술한 것이 특히나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팬텀에게서 오페라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은 만큼 미녀와 야수처럼 해피앤딩이어도 좋았을 것을 그녀가 선택한 사람은 돈 많고 잘생긴 라울이 아니던가. 더구나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삶이 부분적으로 여주인공과 닮은꼴이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빌리 엘리엇' 공연에서는 쑥쑥 자라는 빌리들 때문에 캐스팅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단다. 결국은 머리 쥐나게 아이들을 찾아다니기보다 아예 '빌리 아카데미'를 만들어 훈련시켰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다. 무대에 올랐던 빌리들은 변성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은퇴한단다.  

'사랑을 비를 타고' 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진 켈리 주연의 영화 'Singin' in the Rain' 인줄 알았다. 이런... ^ ^;; 근데 대한민국 토종 창작 뮤지컬이란다. 한국 뮤지컬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남경읍, 남경주 형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고, 실제로 두 사람이 공연을 가졌다. 공연할때마다 전화기가 남아나지 않아 집에서 쓰지 않는 전화기를 가져오면 반값에 공연을 볼 수 있다는데(무선 전화기만 충전기랑 같이) 참으로 훈훈한 소식이다. '텔 미 온 어 선데이'는 여자만의 모노 뮤지컬이다. 근데 뭐야. 친구들 하소연 들어주는 것도 지치는구만 공연가서까지 하소연을 들어야 하나? 90분동안 울다가 웃다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한다는데 어쩜 연기자로서도 큰 도전이겠구나 싶다. 

 결론을 말하자면, 저자의 주장처럼 뮤지컬은 쇼다. 그냥 신나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어려울 것도 없고, 공부할 것도 없다. 클래식에서 출발한 작품의 경우 오페라보다 부담이 적고, 영화로 만들어진 뮤지컬과 비교해보면 현장감이 살아 있다. 공연 문화의 특성상 연기자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웃고, 울고, 박수치면서... ^^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삶, 뮤지컬같은 인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쇼쇼쇼에 빠져보시라~  "아뉘~ 내 삶을 그냥 내버려둬~ 더 이상 간섭하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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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역사 -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
조셉 커민스 지음, 김수진.송설희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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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제 5원소'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코벤 달라스(브루스 윌리스 분)와 리루(밀라 요보비치 분) 일행은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괴행성과 맞서기위해 다섯가지 원소들을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를 맡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물, 불, 바람, 흙을 상징하는 4개의 돌을 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제 5원소인 리루에게 문제가 생긴다. 그녀는 신성한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절대선'으로 지구에 우호적이었던 몬도샤 행성인의 유전자가 재합성되어 만들어진 인간이다. 지구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였던 그녀는 백과사전쯤 되는 정보를 알파벳 'A'부터 엄청난 속도로 받아들이던중 'W'에 이르러 'War'를 보는 순간 충격에 휩싸여 지구를 구할 의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부시고 싸우고, 죽이고, 파괴하고... "어짜피 파괴할 텐데... "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랬다.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뭐야 결국은 '피의 역사' 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써놓고도 너무 원색적인가 싶다. 어쨌거나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 한 나라 안에서도 지배세력과 피지배 세력간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이어져 온 것이 역사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 라는것이다. 그러한 교훈을 배우면서도 다시 되풀이되는 것이 역사라면...  할말이 없다. 

분명한 것은 모순된 인류의 역사속에서도 반짝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생명력'이다. 14세기 흑사병이 처음 시작된 후 5년이 지났을 무렵 유럽 인구의 1/3이 희생되었을만큼 세계가 황폐해졌으나 살아 남은 자들에게는 죽은 이들의 몫까지 축복이 남겨졌다고 한다. 흑사병 직전 심각했던 인구 과잉과 자원부족이 해결됨으로써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이다. 17세기 런던대화재도 마찬가지다. 화재 덕분에(?) 낡은 가옥들이 모두 사라지고 안전하고 아늑한 도시로 바뀌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단다. 무엇보다 낡은 하수구와 쥐들이 사라졌듯이 전염병도 함께 없어진 것이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처절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전쟁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수많은 희생자들과 맞바꾼 결과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잔인하지만 역사란 참으로 냉정한 것 같다. 

<만들어진 역사>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현재가 되었고, 현재는 미래인 동시에 역사가 된다. 다시말해 오늘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는 내일이면 미래에 도달한 것과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것과 같다. 어쨌거나 제목은 멋지다. 하지만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다. 내가 역사를 잘 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특정 사건에 대해 색다른 관점이나 파격적인 진실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한 내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깊이 있는 역사서라기 보다는 서양사 입문서(실제로 동양에 대한 언급은 베트남전이 유일하다) 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책 사이즈도 크고, 도판도 많은데다 무엇보다 쉽고 이해하기 쉽게 씌여져 있다. 고대 BC 218년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을 넘던 시대로부터 2001년 9.11 테러까지 사건들을 년대순으로 서술한 점도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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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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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철학책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다. 500페이지라는 두깨의 압박과 인문학 서적이라는 점때문에 소설책 한 권 읽어내는데 비하면 몇배의 시간이 더 소요되었지만 굉장히 뿌듯한 독서였다는 점은 확실하다. '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때 가장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칸트나 데카르트등이고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정도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명의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 이전에, 철학을 탄생시키는데 공헌한 철학자들이다. 
 
 호모 사피엔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태어나 성장을 거듭하면서 누구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게 마련이다. 굳이 도덕이나 윤리에 관해 배우면서 철학이란 것을 맛보지 않더라도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은 왜 유한하며,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질문등을 한번쯤은 가졌을 것이다. 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의식주라는 단순한 행위를 뛰어넘어 현세에서의 풍요와 사후 세계를 향한 '종교'의 흔적등이 결국은 철학적인 사고와 연결된다고 본다.

기원전 6세기경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사상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내놓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리스의 철학자를 다루고 있다. 우선은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지혜로운 경고가 사실은 탈레스의 말이란다. 탈레스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3가지를 건강과 선량한 마음, 교양이라고 꼽았는데 오늘날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삶을 뒤돌아 볼 여유를 가지게 한다. 

탈레스뿐 아니라 철학을 탄생시켰다고 꼽은 고대 철학자들의 특징은 자연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다. 자연 현상에 대해 합법칙적인 인과성을 찾아냄으로써 기존에 신과 인간, 신과 자연으로 설명되던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홍수가 발생했을 때, '신이 노하셔서...' 라고 설명되던 것을 '자연의 법칙'이라는 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물론 과학적인 설명만 떼놓고 본다면 더구나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주장도 더러 있다. 하지만 당시에 부분적으로나마 이론을 구축하였고,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인간과 자연' 이라는 접근법인 것이다.

문득 동양 철학의 탄생은 어떻게 되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동양의 사상에는 관찰이나 실험이 없다. 말하자면 서양의 경우는 철학자가 수학자이고, 과학자이고, 연금술사고 후에는 의사이면서 예술가이기도 한 반면에 동양은 공자나 맹자의 사상이 지배층 위주의 '군자의 도' 이런 식인 것 같아서 아쉽다. 우선은 뭘 모르는 독자의 푸념이므로 후에 동양 철학의 탄생에 관한 책도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서양의 철학이면서 그리스의 철학에 대한 부분일 뿐이지만 참으로 많은 학자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양성이 서양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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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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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나보다. 19년만에 <인디아나 존스>로 다시 돌아온 해리슨 포드의 깊은 주름을 보니 왠지 안타까움이 앞섰다. 그 영화가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고고학과 모험의 만남이라는 점이었다. "그래, 맞아. 성궤(성배 혹은 크리스털 해골)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이라는 실오라기같은 현실성이 바로 이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징~한 현실성은 인간의 탐욕을 통해서 선명하게 와닿는다. 선과 악 양쪽 모두 유물을 발굴하고자 하는 의지는 같으나 한쪽은 또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되고, 다른 한쪽은 그 자체가 이유가 된다는 점이다. 

"고고학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인간적이며, 언제나 그러해야 한다. 한때 이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들의 내력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깊은 동정을 느끼면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자의 목적이다." p.20 
 
모든 학문의 시작이 그러하듯 고고학 또한 인간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문명의 기원은 어디에서부터인지, 과거의 인류는 어떻게 살았는지등에 대한 질문들이 과거의 문헌들을 연구하게 만들고 때론 우연이나 필연적으로 발견된 피라미드같은 무덤이나 이스터섬의 석상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적어도 초기의 고고학은 순수한 학문적 접근이었으리라 믿고싶다. 열정이고 인내심있는 학자들의 생을 건 노력을 통해 고고학의 기틀이 다져졌다고 말이다.   

나는 그대의 첫사랑, 나는 그대의 정원,

꽃향기 그윽한 정원이로다.

깊이 흐르는 나의 수로를 그대의 논밭이 달래주고,

북풍이 식혀주고, 나일 강이 가득 채워 주는구나.  

 
위의 시는 고대 이집트,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의 연애시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감정들이 오늘날 우리네와 다르지 않음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쩜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이집트인들의 피라미드 건축과 미라 제작법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부분적으로만 알려졌을 뿐이라고 한다. 특히나 미라 제작은 이집트인들의 내세에 대한 소망이 담긴 신성한 의식이었다. 사막 특유의 기후덕분에 얕은 무덤에서도 자연스럽게 미라가 되던것이 도굴꾼들 때문에 더 깊은 무덤을 만들게 되었고, 습한 땅속에서 버틸 수 있도록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는등 '필요'에 의해 '기술'이 발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알려진 세 가지 종류의 미라제작법이 의뢰인의 경제력에의해 좌우된다는 점이 좀 그렇다. 현실에서도 기업 총수나 정치인등 가진 자들이 거액을 들여가면서 풍수지리를 따른다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 이집트나 한국이나... 씁쓸하다. 
 
고대 도시들은 대부분 문명이 시작된 이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여 절정을 이루고는 어느 순간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하지만 폼페이는 달랐다. 한 도시가 갑자기 멈추어 버렸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화덕 위에 놓여있는 청동냄비와 프라이팬, 오븐 속의 빵덩어리, 젖먹이를 끌어 안은 엄마, 금화를 움켜진 유골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스터섬의 거대 석상들은 당시 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겠지만 지금의 후손들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영원히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죽어간 진시황제의 집념은 토우로 가득한 무덤을 남겼지만 결국은 인생이란 것이 트로이의 흙먼지 만큼이나 덧없음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여행> 이 책은 고고학이라는 인학문적 접근과 함께 낭만과 모험이라는 감성적인 면이 강조된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탐사배경이나 과정, 특히 유적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 상세하게 서술된 부분에서는 무한한 감동이 밀려오곤 한다. 수맣은 유골들이 뒤엉킨 장면에서 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던 사람일지... 누가 악인이고 누구 선한 사람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속되자 이런저런 감상에 젖게 된다. 솔직히 저자가 우려한대로 잠시 염세주의적인 사고에 빠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삶의 유한성이야말로 삶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옛날의 우리 얼굴을 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겨울바람 속에 서서, 한때는 무성했지만 지금은 죽어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풍성한 봄은 오로지 죽은 나뭇잎에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p.14
 
배낭을 메고 하이킹을 하거나 열차로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쓰레기를 어지르고 기념물이 될 만한 것을 찾는다. 오스카 와일드(Wilde)가 말했듯이, "모든 인간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 p.272 
 
"고고학자가 손에 들고 있는 두개골은 다른 사람의 과거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미래도 상징하는 것. (중략)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유한성 안에 있고,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덧없음에 있다는 사실을... " p.29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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