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나보다. 19년만에 <인디아나 존스>로 다시 돌아온 해리슨 포드의 깊은 주름을 보니 왠지 안타까움이 앞섰다. 그 영화가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고고학과 모험의 만남이라는 점이었다. "그래, 맞아. 성궤(성배 혹은 크리스털 해골)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이라는 실오라기같은 현실성이 바로 이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징~한 현실성은 인간의 탐욕을 통해서 선명하게 와닿는다. 선과 악 양쪽 모두 유물을 발굴하고자 하는 의지는 같으나 한쪽은 또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되고, 다른 한쪽은 그 자체가 이유가 된다는 점이다. 

"고고학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인간적이며, 언제나 그러해야 한다. 한때 이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들의 내력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깊은 동정을 느끼면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자의 목적이다." p.20 
 
모든 학문의 시작이 그러하듯 고고학 또한 인간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문명의 기원은 어디에서부터인지, 과거의 인류는 어떻게 살았는지등에 대한 질문들이 과거의 문헌들을 연구하게 만들고 때론 우연이나 필연적으로 발견된 피라미드같은 무덤이나 이스터섬의 석상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적어도 초기의 고고학은 순수한 학문적 접근이었으리라 믿고싶다. 열정이고 인내심있는 학자들의 생을 건 노력을 통해 고고학의 기틀이 다져졌다고 말이다.   

나는 그대의 첫사랑, 나는 그대의 정원,

꽃향기 그윽한 정원이로다.

깊이 흐르는 나의 수로를 그대의 논밭이 달래주고,

북풍이 식혀주고, 나일 강이 가득 채워 주는구나.  

 
위의 시는 고대 이집트,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의 연애시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감정들이 오늘날 우리네와 다르지 않음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쩜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이집트인들의 피라미드 건축과 미라 제작법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부분적으로만 알려졌을 뿐이라고 한다. 특히나 미라 제작은 이집트인들의 내세에 대한 소망이 담긴 신성한 의식이었다. 사막 특유의 기후덕분에 얕은 무덤에서도 자연스럽게 미라가 되던것이 도굴꾼들 때문에 더 깊은 무덤을 만들게 되었고, 습한 땅속에서 버틸 수 있도록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는등 '필요'에 의해 '기술'이 발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알려진 세 가지 종류의 미라제작법이 의뢰인의 경제력에의해 좌우된다는 점이 좀 그렇다. 현실에서도 기업 총수나 정치인등 가진 자들이 거액을 들여가면서 풍수지리를 따른다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 이집트나 한국이나... 씁쓸하다. 
 
고대 도시들은 대부분 문명이 시작된 이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여 절정을 이루고는 어느 순간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하지만 폼페이는 달랐다. 한 도시가 갑자기 멈추어 버렸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화덕 위에 놓여있는 청동냄비와 프라이팬, 오븐 속의 빵덩어리, 젖먹이를 끌어 안은 엄마, 금화를 움켜진 유골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스터섬의 거대 석상들은 당시 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겠지만 지금의 후손들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영원히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죽어간 진시황제의 집념은 토우로 가득한 무덤을 남겼지만 결국은 인생이란 것이 트로이의 흙먼지 만큼이나 덧없음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여행> 이 책은 고고학이라는 인학문적 접근과 함께 낭만과 모험이라는 감성적인 면이 강조된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탐사배경이나 과정, 특히 유적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 상세하게 서술된 부분에서는 무한한 감동이 밀려오곤 한다. 수맣은 유골들이 뒤엉킨 장면에서 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던 사람일지... 누가 악인이고 누구 선한 사람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속되자 이런저런 감상에 젖게 된다. 솔직히 저자가 우려한대로 잠시 염세주의적인 사고에 빠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삶의 유한성이야말로 삶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옛날의 우리 얼굴을 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겨울바람 속에 서서, 한때는 무성했지만 지금은 죽어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풍성한 봄은 오로지 죽은 나뭇잎에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p.14
 
배낭을 메고 하이킹을 하거나 열차로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쓰레기를 어지르고 기념물이 될 만한 것을 찾는다. 오스카 와일드(Wilde)가 말했듯이, "모든 인간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 p.272 
 
"고고학자가 손에 들고 있는 두개골은 다른 사람의 과거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미래도 상징하는 것. (중략)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유한성 안에 있고,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덧없음에 있다는 사실을... " p.29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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