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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역사 -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
조셉 커민스 지음, 김수진.송설희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제 5원소'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코벤 달라스(브루스 윌리스 분)와 리루(밀라 요보비치 분) 일행은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괴행성과 맞서기위해 다섯가지 원소들을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를 맡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물, 불, 바람, 흙을 상징하는 4개의 돌을 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제 5원소인 리루에게 문제가 생긴다. 그녀는 신성한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절대선'으로 지구에 우호적이었던 몬도샤 행성인의 유전자가 재합성되어 만들어진 인간이다. 지구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였던 그녀는 백과사전쯤 되는 정보를 알파벳 'A'부터 엄청난 속도로 받아들이던중 'W'에 이르러 'War'를 보는 순간 충격에 휩싸여 지구를 구할 의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부시고 싸우고, 죽이고, 파괴하고... "어짜피 파괴할 텐데... "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랬다.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뭐야 결국은 '피의 역사' 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써놓고도 너무 원색적인가 싶다. 어쨌거나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 한 나라 안에서도 지배세력과 피지배 세력간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이어져 온 것이 역사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 라는것이다. 그러한 교훈을 배우면서도 다시 되풀이되는 것이 역사라면... 할말이 없다.
분명한 것은 모순된 인류의 역사속에서도 반짝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생명력'이다. 14세기 흑사병이 처음 시작된 후 5년이 지났을 무렵 유럽 인구의 1/3이 희생되었을만큼 세계가 황폐해졌으나 살아 남은 자들에게는 죽은 이들의 몫까지 축복이 남겨졌다고 한다. 흑사병 직전 심각했던 인구 과잉과 자원부족이 해결됨으로써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이다. 17세기 런던대화재도 마찬가지다. 화재 덕분에(?) 낡은 가옥들이 모두 사라지고 안전하고 아늑한 도시로 바뀌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단다. 무엇보다 낡은 하수구와 쥐들이 사라졌듯이 전염병도 함께 없어진 것이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처절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전쟁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수많은 희생자들과 맞바꾼 결과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잔인하지만 역사란 참으로 냉정한 것 같다.
<만들어진 역사>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현재가 되었고, 현재는 미래인 동시에 역사가 된다. 다시말해 오늘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는 내일이면 미래에 도달한 것과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것과 같다. 어쨌거나 제목은 멋지다. 하지만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다. 내가 역사를 잘 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특정 사건에 대해 색다른 관점이나 파격적인 진실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한 내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깊이 있는 역사서라기 보다는 서양사 입문서(실제로 동양에 대한 언급은 베트남전이 유일하다) 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책 사이즈도 크고, 도판도 많은데다 무엇보다 쉽고 이해하기 쉽게 씌여져 있다. 고대 BC 218년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을 넘던 시대로부터 2001년 9.11 테러까지 사건들을 년대순으로 서술한 점도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