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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와우~ 철학책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다. 500페이지라는 두깨의 압박과 인문학 서적이라는 점때문에 소설책 한 권 읽어내는데 비하면 몇배의 시간이 더 소요되었지만 굉장히 뿌듯한 독서였다는 점은 확실하다. '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때 가장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칸트나 데카르트등이고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정도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명의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 이전에, 철학을 탄생시키는데 공헌한 철학자들이다.
호모 사피엔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태어나 성장을 거듭하면서 누구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게 마련이다. 굳이 도덕이나 윤리에 관해 배우면서 철학이란 것을 맛보지 않더라도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은 왜 유한하며,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질문등을 한번쯤은 가졌을 것이다. 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의식주라는 단순한 행위를 뛰어넘어 현세에서의 풍요와 사후 세계를 향한 '종교'의 흔적등이 결국은 철학적인 사고와 연결된다고 본다.
기원전 6세기경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사상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내놓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리스의 철학자를 다루고 있다. 우선은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지혜로운 경고가 사실은 탈레스의 말이란다. 탈레스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3가지를 건강과 선량한 마음, 교양이라고 꼽았는데 오늘날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삶을 뒤돌아 볼 여유를 가지게 한다.
탈레스뿐 아니라 철학을 탄생시켰다고 꼽은 고대 철학자들의 특징은 자연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다. 자연 현상에 대해 합법칙적인 인과성을 찾아냄으로써 기존에 신과 인간, 신과 자연으로 설명되던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였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홍수가 발생했을 때, '신이 노하셔서...' 라고 설명되던 것을 '자연의 법칙'이라는 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물론 과학적인 설명만 떼놓고 본다면 더구나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주장도 더러 있다. 하지만 당시에 부분적으로나마 이론을 구축하였고,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인간과 자연' 이라는 접근법인 것이다.
문득 동양 철학의 탄생은 어떻게 되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동양의 사상에는 관찰이나 실험이 없다. 말하자면 서양의 경우는 철학자가 수학자이고, 과학자이고, 연금술사고 후에는 의사이면서 예술가이기도 한 반면에 동양은 공자나 맹자의 사상이 지배층 위주의 '군자의 도' 이런 식인 것 같아서 아쉽다. 우선은 뭘 모르는 독자의 푸념이므로 후에 동양 철학의 탄생에 관한 책도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서양의 철학이면서 그리스의 철학에 대한 부분일 뿐이지만 참으로 많은 학자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양성이 서양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