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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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생존법'이라는 <하악하악>을 읽은 때가 작년 이맘때 쯤이었던 같다. 도인 같기도 하고 영정 사진 속의 울 할아버지(아마도 수염 때문)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그 유명하신 분의 책을 그 때 처음 읽고 생각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젊은 사람들이 쓰는 인터넷 용어가 그렇게 능통하신지 아무렇지도 않게 '즐~~!' 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천진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짧지만 강한 문장, 간직하고픈 문장이 많았기에 한동안 여기저기에 써먹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청춘불패> 라는 책으로 다시 만났다. 부제는 '이외수의 소생법', 글쎄... '생존법'에 이어 '소생법'이라니 생존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것, 살아 남는 것인데 소생은 죽다가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왠지 전보다 더 절실해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짚고 넘어 갈 것이 있다. 이 책은 2004년도에 [날다 타조]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내용과 삽화를 추가해 새롭게 내 놓은 것이다. 날지못하는 새 타조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가 '청춘은 불패다'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아무렴...  죽다 살아난 것이 먼저고 그 다음이 생존이겠지. 하핫~ ;;

 

 "겨울 새벽까지 깨어 있으면 언제나 빌어먹을 놈의 외로움 때문에 뼈가 시리다, 라고 썼다가 바깥에서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묵묵히 겨울을 견디고 있는 나무들을 생각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p.24)"

 

 외로움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고통의 일종이다. 그리고 뼈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철근같은 존재이며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뼈가 아프다는 표현은 '멍이 든다'는 표현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이다. 사람들은 뼈가 깍이는 것 같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뼈가 우리~하다고도 한다. 그런데 외로움이 주는 고통은 '뼈가 시린' 고통이다. 옛사람들은 어떻게 말도 그렇게 잘 만들어 내는지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춥고 그래서 옆구리가 시리고 거기에 더해지면 뼈까지 시린 것이라고 표현한다. 정말이지 외로움의 고통이란 아파본 사람만이 안다. ;;

 

 하지만 젊은 시절 가장 큰 착각 중의 하나가 "그 누구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이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나만 힘들고, 나만 괴롭고 세상에서 나만 홀로 내버려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잠시만이라도 고개를 들어 자신이 속한 공간 너머를 바라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열등감이 있다는 것은 타인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겸손을 갖추었다는 증거이며, 백수인 것이 두려워 꿈과 열정없는 직장을 가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돈에 집착해서도 안되지만 돈을 경멸해서도 안된다고 돈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청춘불패> 역시나 새겨둘만한 내용이 많은 책이다. ^^ 앞서 언급했던 처럼 '하악하악'과 세트 같다는 생각도 들고... 대신 먼저 집필 된 내용이어서 그런지 '하악하악' 보다 인터넷 용어가 덜하다. ㅎㅎ 그런데 이외수님의 책 두 권을 읽은 후 느낀점이... 어쨌거나 여백이 많다는 점, 삽화의 비중이 크다는 점, 양장인지 문고인지 정체가 궁금하다는 점 그리고 책 읽으면서 내내 킁킁 거렸는데 향기가 참 좋다. 어떤 분이 책에서 향기가 난다기에 글에 대한 비유적 표현인줄 알았는데 정말 향기를 뿜는 책이다. ^^  

 

 "아무나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서 가슴 안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은 그저 죽어서 한 줌 흙이 되는 것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p.90)"

 

 살다보면 잃고 나서야, 지나고 나서야 땅을 치며 후회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유효기간 지난 쿠폰, 놓쳐버린 버스, 오해로 헤어진 연인들 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작 하루하루 색이 바래는 청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애통해 하고 있는가. 다만,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살아서 가슴 안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운 적이 있는 당신이라면, 멋 훗날 청춘을 되돌아 볼 때 후회보다는 추억으로 가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나간 시간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도 아직은 청춘이라고 우기고 싶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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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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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하룻밤 묵기를 청하는 손님들에게 기꺼이 방을 내주고 대접하였던 때가 있었다. 물론 오랜 전통이라든지 인정이 넘치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벗어나는 것 조차 쉽지 않던 시절에 길손들이 풀어놓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야 말로 그들에겐 소중한 정보였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요즘들어 여행서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예전에 길손을 들이던 주인집 마님의 심정이랄까. ^^;; 떠나지는 못하지만 가고는 싶고 새로운 세상이 궁금하긴 하고... ㅎㅎ 어쨌거나 한 권의 여행서가 가져다 주는 설렘이 크기도 하다.

 

 크로아티아는 구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된 국가로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해안가와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대표적인 휴양도시인 두브로브니크는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아름다우며 특히,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시가지의 빨간 지붕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장관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벽도 멋지지만 낡은 창문과 담벼락을 가로지른 빨래들 조차 정겹기만 하다. 여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며,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을 엽서의 한 장면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국립공원 플리트비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곳으로 터키색의 물빛이 환상적인 곳이다. 물 속의 석회 침전물로 인해 때론 다양한 빛깔을 자랑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물빛이 변하다고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한때는 내전으로 인해 지뢰밭이었다고 하니 안쓰러운 마음과 안도하는 마음이 교차되었다. 스플리트 광장 구시가에는 크로아티아의 주교 그레고리 닌의 동상이 있는데 동상의 엄지발가락부터 발등까지가 반들반들하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끊이지 않는한 동상의 발도 빛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낯설기만 했던 크로아티아가 이젠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수개월 전 출간 당시에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하고 '미리보기'를 했었는데 몇 장면을 보는동안 실사보다는 삽화가 더 많다는 오해를 하게 되었것 같다. 그 후로 시간이 흐르면서 평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크로아티아에 대한 생생한 사진으로 꽉꽉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화보집이라고 해도 될만큼 풍성해서 정말 좋다. ^^  

 

 크로아티아는 건축물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과 내적 동질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나라다. 건축물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의 경우 목조 양식이라 불의의 화재로 어이없이 문화재를 잃곤 하는데 외국의 경우 석조 건물들이 많아 전쟁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부럽다. 특히 현대식 건축물의 인근에 위치한 구시가지를 절저하게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깊이 본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 그것이 바로 크로아티아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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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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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한 권에 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책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사실 다른 것은 다 접어두고 그리스/로마 신화만 해도 내용이 엄청나게 방대한데 세계의 신화를 한 권에 담았다고 하니 구성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고 생각보다 많은 나라의 신화를 담았다는 반가움이 의구심을 눌렀다. 책 받고 750여 페이지의 두께가 기분 좋았던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고대에는 오늘날 처럼 한 곳에 많은 인구가 살지 않았다. 씨족국가로 시작해서 무리를 이끄는 리더가 생기고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리더의 권위가 커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현상을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에서 종교와 신화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인접한 국가들이 문화적 교류를 통해 상호 발전을 이루어왔던 것 처럼 신화에 있어서도 대륙별로 매우 비슷한 틀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앞부분에 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우리 나라 신화가 가장 먼저 나와 왠지 만족스럽다고 해야할까. ^^ 단군신화를 비롯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 요점정리하듯 서술되어있고 구전되던 신화, 설화 들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유익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의 경우는 어떤 목적에 의해 구전되어 오던 신화들을 정리한 것이고 서술되던 시대적 상황에 따라 관점이 편파적일수도 있고 내용에도 가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집트의 경우는 파라오가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 제정일치 사회였다는 것이 특징이고 사후에도 현세에서 누리던 삶이 이어진다고 믿었기에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 북유럽은 신도 종말을 맞는다는 설정이 색다르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경우 초반에 신들의 전쟁이 휘몰아 치고 그 다음은 신들의 세계가 이어지는데 북유럽 신화는 후반부에 '최후의 종말 전쟁' 이라는 신들의 전쟁이 일어나고 최고신 '오딘'마저 전사한다는 내용이 독특하다.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 다음으로 주목받는 신화이며 최근에 영화, 게임 산업을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인도의 경우는 다양한 민족과 수많은 신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메소포타미아의 경우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문화유산들이 파괴되고 도굴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중국신화의 경우 치우천왕의 신화, 견우직녀와 비슷한 신화들이 눈에 띄었고 동북공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기회에 일본 신화를 비롯해서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낯선 신화를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신화를 통해 문화를, 그들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  

 

 신화의 시작은 고대인들이 만들어 낸 '허구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내용이며 문화적,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방대한 분량을 한 권으로 담아내려다 보니 엄청나게 축약된 느낌도 들지만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정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상, 하 두 권 정도라도 나누어서 펴냈더라면 서운한 마음이 좀 더 달래졌으려나... ^^; 무엇보다 우리의 신화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절실하다는 것. 그리고 문화적 컨텐츠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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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어도 두고두고 질리지 않을 이야기
    from 감똘나라님의 서재 2010-03-24 17:31 
    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와 비교해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와 달리 구성이 창세부터 건국까지 진행되도록 하였으며 알기 쉽게 정리했다.  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에 없는 우리 신화와 몽골신화,오세아니아 신화가 들어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신화를 잊어가는것 같아 아쉽다.하지만 이 책은 동남아시아 신화를 뺀 것이 아쉽다.하지만 중국신화나 일본신화를 더 쉽게 시간이 흐르듯 구성되었고 몽골신화의 경
 
 
 
소리 수집가 - 어느 살인자의 아리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정창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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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저 소리는 얕은 흙탕물에 떨어진 자작나무 이파리를 밟는 멧돼지 발자국 소리입니다. " 신부님, 보통 인간의 귀에 감지되는 소리는 똑같지만 저는 그 이상으로 소리의 형태, 소리의 정수, 소리의 본질 그리고 소리의 존재를 놓치지 않는, 더 이상은 해체할 수 없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신부님의 내부에 단조로운 소리가 살아있다면, 제 내부에는 소리에 대한 무한한 영역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p.41)

 

 위의 인용문 중에서 소리를 냄새로 바꾸고 귀를 코로 살짝 바꾼 뒤에 다시 읽어보면 누군가 한 사람 떠오르는 이가 있을 것이다. <향수>의 그르누이, 바로 그다. 그르누이가 절대후각을 가졌다면 주인공 루트비히는 절대음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루트비히는 갓 태어났을때 부터 보통의 아이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수개월이 지나도록 눈을 감은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가 했더니 '소리'로 모든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구분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가졌으며, 축적된 정보를 재조합하여 밖으로 끄집어내는 능력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루트비히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기쁘게도, 행복하게도 만들 수 있었고 그가 원하는 여인들을 사랑의 포로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문제는 그르누이의 향수가 여인들의 죽음을 통해 얻어진 것 처럼 루트비히도 점차 살인자가 되어야만 했다. 천상의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행위가 반드시 필요했고 그와 밤을 보낸 여인들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아야만 했다. 마침내 그에게도 운명적인 사랑 마리안네가 나타났고 그녀 또한 루트비히와 같은 운명임을 알게된다. 마음 깊이 사랑하지만 그 이상은 허락되지 않는 사랑, 그들은 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나 서로를 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의 특별한 능력은 축복이자 저주였던 것이다.



  

<소리 수집가>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모티브로 전개된다. 트리스탄은 왕을 위해 다른 나라의 공주였던 이졸데를 모셔오는 임무를 맡았는데 사랑의 묘약으로 인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끝내는 왕의 노여움을 사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루트비히와 마리안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후예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만드는 운명을 타고 났다. 이럴경우 두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소개만 보고도 이 책이 <향수>와 많이 비교되겠구나 싶었는데 책 읽는 내내 그랬다. 루트비히가 새로운 소리에 집착하고 그것들을 분류해서 몸 안에 담는 모습, 음악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첫사랑을 잃은 후 부터 점차 살인마가 되어가는 자신을 혐오하는 모습에서도 그르누이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되었다. <향수>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예술이든 뭐든 어떤 경우에라도 '사람을 위한' 것이 되어야지 '사람을 이용한' 그 무엇도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학적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예술가의 광기에 대해서도 차라리 고흐처럼 자신의 귀를 자르거나 스스로 정신병원에 걸어 들어갈 지언정 타인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르누이가 아무리 훌륭한 향수를 만들었다고해도, 루트비히가 아무리 훌륭한 노래를 부른다해도 그것은 빈 껍데기일 뿐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그랬던 것 처럼 영원히 함께 하는 방법을 원했던 마리안네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살 수만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 루트비히, 과연 누구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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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식탁 프로젝트
대한암협회 엮음 / 비타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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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중국의 명의 화타에 관한 일화가 생각한다. 죽어가던 사람도 살려낸다고 할 만큼 용하다고 알려진 화타는 자신의 큰 형님이야말로 진정한 명의라고 소개한다. 바로 위의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손을 써서 병을 막기 때문에 사람들이 고마운 줄을 모르고, 큰 형님은 병이 발병도 하기전에 이런이런 병을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주니 사람들이 그 말을 무시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심각해진 병증을 치료하니 명의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병이 치료되는 것을 눈으로 보아야 명의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명의였던 화타는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진정한 명의'를 알아보지 못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리석다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인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흡연과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지만 끊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를 다스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렇다더라~" 하는 지식은 공감은 하더라도 피부에 와닿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원인과 질병과의 상관 관계에 대한 명확한 지식을 얻지 못하면 나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남의 일' 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항암 식탁 프로젝트>는 먹거리를 통한 암 예방이 목적이다. 옛말에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듯이 잘 차려진 밥상이야 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책에는 주식, 반찬류, 유제품, 음료와 주류를 비롯한 한국인의 식생활과 밀접한 음식들 위주로 설명하고 있어 당장 오늘 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흰 쌀밥이 왜 나쁜지, 잡곡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 성분과 수치로 설명하고 있어 이해가 쉬우며, 특정 음식에 대해 '무조건' 피하라고 강요하기보다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하게 즐기라!'고 충고하고 있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 

 

 가장 중요하게 와닿았던 내용은 '음식의 양면성'에 관한 것이다. 가령 된장과 김치는 발효식품으로 한국인에게 대표적인 음식이면서 면역강화 및 항암효과가 뛰어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음식에 함유된 염분의 경우 위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생선의 오메가3지방산은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지만 직화구이나 조림은 피해야 하며 덩치가 큰 생선의 경우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우유도 중년 남성의 경우 우유를 과다 섭취하면 전립샘암 위험이 높아지지만 여성의 경우는 골다공증을 비롯해 여성암을 예방해 준다.  

 

 한동안 '비타민'이라는 프로를 눈여겨 보면서 건강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곤 했다. 특정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소개하는 음식이 회를 거듭하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대부분의 음식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마찬가지로 책을 읽을수록 한 가지 결론으로 연결된다.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것도 없다. 거기에다 골고루, 적당히 먹도록 하고 오랜 기간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말해 건강을 유지하고 항암 식탁을 차리는데도 정말 특별한 재료로 만든 '별식'이 아니라 "정성껏 차린 식탁(인스턴트 제외, 슬로푸드 식단)이더라."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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