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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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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한 권에 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책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사실 다른 것은 다 접어두고 그리스/로마 신화만 해도 내용이 엄청나게 방대한데 세계의 신화를 한 권에 담았다고 하니 구성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고 생각보다 많은 나라의 신화를 담았다는 반가움이 의구심을 눌렀다. 책 받고 750여 페이지의 두께가 기분 좋았던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고대에는 오늘날 처럼 한 곳에 많은 인구가 살지 않았다. 씨족국가로 시작해서 무리를 이끄는 리더가 생기고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리더의 권위가 커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현상을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에서 종교와 신화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인접한 국가들이 문화적 교류를 통해 상호 발전을 이루어왔던 것 처럼 신화에 있어서도 대륙별로 매우 비슷한 틀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앞부분에 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우리 나라 신화가 가장 먼저 나와 왠지 만족스럽다고 해야할까. ^^ 단군신화를 비롯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 요점정리하듯 서술되어있고 구전되던 신화, 설화 들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유익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의 경우는 어떤 목적에 의해 구전되어 오던 신화들을 정리한 것이고 서술되던 시대적 상황에 따라 관점이 편파적일수도 있고 내용에도 가감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집트의 경우는 파라오가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 제정일치 사회였다는 것이 특징이고 사후에도 현세에서 누리던 삶이 이어진다고 믿었기에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 북유럽은 신도 종말을 맞는다는 설정이 색다르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경우 초반에 신들의 전쟁이 휘몰아 치고 그 다음은 신들의 세계가 이어지는데 북유럽 신화는 후반부에 '최후의 종말 전쟁' 이라는 신들의 전쟁이 일어나고 최고신 '오딘'마저 전사한다는 내용이 독특하다.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로마 신화 다음으로 주목받는 신화이며 최근에 영화, 게임 산업을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인도의 경우는 다양한 민족과 수많은 신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메소포타미아의 경우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문화유산들이 파괴되고 도굴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중국신화의 경우 치우천왕의 신화, 견우직녀와 비슷한 신화들이 눈에 띄었고 동북공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기회에 일본 신화를 비롯해서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낯선 신화를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신화를 통해 문화를, 그들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
신화의 시작은 고대인들이 만들어 낸 '허구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내용이며 문화적,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방대한 분량을 한 권으로 담아내려다 보니 엄청나게 축약된 느낌도 들지만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정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상, 하 두 권 정도라도 나누어서 펴냈더라면 서운한 마음이 좀 더 달래졌으려나... ^^; 무엇보다 우리의 신화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절실하다는 것. 그리고 문화적 컨텐츠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