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하는 운명 카드
윤현승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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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 느닷없이 물려받은 빚 때문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종민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카드대출을 받지만 빚은 더 늘었고 직장 동료의 꾐에 빠져 대출받아 투자하다 동료의 배신으로 투자금을 날리고 이래저래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종민이 갈 곳이라곤 뻔했다.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한 채 다른 이들의 멸시를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뿌리치기 힘든 제안이 들어온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한순간에 빚을 갚고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그 제안이란 일주일간 저택 안에 머물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하고 자신이 선택한 카드에 제시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
너무 쉬워 보이는 이 제안을 제대로 수행하면 최소 20억에서 많게는 100억이란 거금을 단숨에 쥘 수 있다는 그 제안은 분명히 유혹적이었다.
종민과 비슷한 처지임이 분명한 다른 4명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카드를 선택해 그 카드의 이름, 즉 조커, 퀸, 킹, 에이스, 그리고 종민이 선택한 잭으로 서로를 부르고 서로에게 절대로 자기자신에 대해 알려주면 안 된다는 규칙은 분명히 게임을 좀 더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
일주일간같이 있으면서 서로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사람들이 규칙을 이행하지 못해 탈락하면 그 사람의 상금도 내가 가질 몫이 되는 이른바 서바이벌 게임은 서로를 동료가 아닌 적으로 간주하게 하면서 그들 사이에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
갇힌 공간에 일정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 살인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이른바 밀실 사건에서 흔히 봐온 설정이기도 하다.
게다가 모인 사람들 역시 돈 때문에 위기를 겪는 절박한 상태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거절할 힘도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의심하다 서로에게 증오의 감정을 내뿜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인간성을 상실하고 끝내는 인간 밑바닥을 보여주게 하는... 이런 게임이 가진 악마적 속성이기도 하다.
그냥 서로 협조해서 일주일간만 버티면 100억은 아니어도 20억은 손에 쥘 수 있는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견디지 못하고 끝내는 다 무너진다.
물론 여기에는 주최 측의 농간이 작용한다.
이런 게임을 제안한 측에선 당연히 그들 팀원이 협조하는 걸 원치 않고 그래서 이런저런 핸디캡을 둬서 서로를 반목하고 의심하게 한다. 그래야 게임이 더 흥미로워지고 보는 입장에서 재미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인 사람들 중에 처음부터 게임을 방해하기 위해서 이곳에 투입된 것처럼 계속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시비를 걸고 싸움을 유발해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
이 사람이 하는 짓이 너무 뻔해서 아... 이 사람은 이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사람들 간에 협력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로 넣었구나 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한 뒤 예상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나둘씩 죽어나간다는 설정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지만 작가는 여기에다 하나의 다른 장치를 심어 차별을 둔다.
그건 각자가 뽑은 카드에서 제시하는 운명을 거슬러야 한다는 것
종민은 사람들에게 쉽게 속는 이른바 세상 물정에 어두우며 소심한 캐릭터인데 그런 그에게 선택된 카드의 운명은 누군가를 살해하는 운명이라는 카드
자신과 가장 어울리지 않은 카드를 쥐게 된 종민은 그 카드의 운명을 거스르는 게 너무 쉽다고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고초를 겪는다.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변해가며 서로를 향해 의심과 증오의 감정을 가지게 되고 종민 역시 평소의 자신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을 하고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정당하다 자기 합리화를 한다.
이제 집안에 갇힌 5명의 운명은 독안에 든 쥐 꼴이나 다름없다.
과연 종민은 끝까지 운명을 거슬러 살아남아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을까?
큰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가독성도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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