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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 01권 ㅣ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 1
조경래 / 휘슬북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몇 몇 감상글에서 밝힌 것처럼 <삼국지(三國志)>는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주저없이 꼽는 책이다. 초등학교 시정 동화작가이신 고(故) 조풍연 선생님의 <소년판 삼국지(전 12권, 계림출판사>로 시작한 내 삼국지 편력(編曆)은 중년(中年)의 나이에 들어선 지금도 그 관심이 식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 커져가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ing)이다. 그렇다 보니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라 불리는 소설(小說) -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글솜씨로 같지만 “다른” 삼국지를 들려 준다 - 은 물론이고 만화, 드라마, 영화, 게임, 처세술, 심리학, 역사(歷史), 여행기(旅行記) 등등 “삼국지”라는 타이틀이 붙은 “콘텐츠(Contents)"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항상 눈길이 끌리게 된다. 이처럼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서 기존 <삼국지>와는 다른 이야기와 결말, 예를 들어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삼국을 통일(統一) 했다든지, 또는 아예 삼국지 시대를 무협(武俠) 시대로 바꾸거나 또는 현대의 인물이 삼국지 시대로 타임슬립(timeslip)해 역사를 바꾼다는 이야기 등등 원전(原典)을 변형시킨 일종의 “대체역사소설(代替歷史小說)”이나 “패스티슈(Pastiche)” - 다른 작가들이 원전에 나오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만든 새로운 소설 - 작품들도 원전과는 다른 이야기와 결말이 주는 색다른 재미 때문에 즐겨 보고 있다. 이런 류의 작품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는 소설에서는 중국 작가 “주대황”의 <반삼국지(反三國志)>를, 만화에서는 일본작가 “요시토 야마하라”의 <용랑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내 장르소설 들 중에서도 여럿 작품들 - 읽어본 작품들이 몇 몇 되지만 작품성을 떠나 작품명을 거론하면 공들여 쓴 작가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언급하지 않는다 - 이 있는데, 각 작품마다 색다른 재미는 있지만 “재미”에만 치중하는 장르소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원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개연성 또한 떨어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 버릴 만한 “놀라운” 장르 소설을 만났다. 인터넷 연재 사이트 “조아라”에서 유료 구매 임에도 불구하고 탑(TOP)을 차지할 정도로 경이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전자책(e-book)으로도 출간되어 전자책 판매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인 “너와같은꿈(필명)”의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조아라/2012년 10월/e-book)>이 바로 그 소설이다.
2011년 현재 모 카드회사 SI팀 대리로 재직 중인 34살 노총각 이준경은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사마천”의 <사기(史記)>, <정관정요(貞觀政要)> 등 동양 고전들과 1, 2차 세계대전의 역사나 과거 서양 제국들의 흥망사, 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역사들을 보며 지적 즐거움을 쌓아왔다. 특히 그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바로 <삼국지>로 “그날”도 자신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인 <정사 삼국지>를 침대에 누워 읽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다가 깜빡 잠이 든다.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 순간 그는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항시 누워 있던 오피스텔의 그 침대가 아니라 민속촌에서나 볼법한 고풍스러운 방에 비단 이불을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몹시도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그에게 모르던 기억과 지식이 내 머릿속에서 솟아나 정리되면서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름은 이준경 그대로인데, 아버지의 이름은 이풍이었다. 그런데 그 시대가 194년, 자신이 읽다 잠든 삼국지의 시대가 아닌가. 즉 삼국지 시대로 타임 슬립한 셈인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기가 막힌 것은 아버지 이풍이 하필이면 황제를 자칭하다 패망해버리는, 삼국지 시대 군주들 중 최악으로 여겨지는 “원술(袁術)” 휘하에서 장수로 재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에서 살아남기로 한다. 우선 역사에서 원술 휘하에 있다가 “손책(孫策)”에게로 가는 “노숙(魯肅)”을 끌어 들여 “의형(義兄)”을 삼고, 역시 역사에서 원술에게 옥새(玉璽)을 바치고 강동 정벌에 나서는 손책 세력을 “허창(許昌)” 정벌로 목표를 바꿔버리게 하고 대신 아버지 이풍이 군사를 이끌고 손책 대신 강동 정벌에 나서도록 만든다. 즉 삼국지 원 역사를 본격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 이준경은 삼국지 역사 속에서 원래는 다른 세력에 속했어야 할 유명 재사들과 무장들, 즉 “가후(賈詡)”, “육손(陆逊)”, “허저(許褚)”, “위연(魏延)”, “태사자(太史 慈)” 등을 영입한다. 이렇다 할 무술 실력도 없고 훌륭한 지략도 없는 그가 이런 삼국지 시대의 위인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바로 백성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한 그의 꿈에 모두들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즉 제목대로 삼국지 속 인물들을 그의 꿈에 동참케 하는, 즉 그들이 “같은 꿈”을 꿀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대강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진행되는데 내가 읽은 10권 1부까지의 내용은 아버지 이풍 장군의 강동 정벌은 책사 가후와 육손의 가문인 “육가”가 합류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한편 “조조(曹操)”와 “원소(袁紹)”, 유비는 동맹을 맺고 원술을 공격해오는 데 원술은 손책과 “여포(呂布)와 연합하여 승리를 거둔다. 이준경은 태사자의 요청으로 원소의 아들 ”원담(袁譚)“이 노리고 있는 북해의 “공융(孔融)”을 구하러 가서 공융의 본가인 공부(孔府)와 삼국지 시대 명사(名士)인 “노식(盧植)”이 남긴 비밀 세력, 그리고 여포의 도움으로 해결해낸다. 다시 양주로 돌아온 이준경은 원소의 책사들의 계책에 의해 군수 물자를 착복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쓰고 가택 연금을 당한다. 그런데 이는 계책을 눈치 챈 원술의 책사이자 이준경의 상관인 “한호(韓浩)”가 계책을 역이용하기 위해 꾸며놓은 것이다. 그 덕분에 이준경은 잠시 쉬어가게 되지만 한호의 계책대로 형주의 “유표(劉表)”를 치러간 원술의 군사들이 패하고 원술의 아들 “원요”가 중상(重傷)에 빠지면서 한호의 계책은 물거품이 되고 스스로 실각하게 된다. 원술은 한호가 추천한 이준경에게 1년의 시한을 줄 테니 전권을 가지고 복수를 해내라고 명령하고, 이준경은 한호의 뒤를 이어 총사직에 오른다. 첫 행보로 유표에게 붙잡힌 원요를 구해내고 화친을 위해 형주의 유표를 찾아간 이준경은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지만 원래 삼국지에서 제일가는 책사로 손꼽히는 “방통(龐統)”, “서서(徐庶)”와 공융을 도우러 북해로 가는 중에 인연을 맺은 “제갈량(諸葛亮)” 등과 교류하는 한편, 형주로 남하하는 “이각(李傕)”의 군대를 유비와 연합하여 물리치고 본거지인 수춘또한 조조의 군대를 맞아 열세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도움으로 수성(守成)에 성공한다. 이 모든 것이 가후의 심모원려(深謀遠慮)의 계책에 의한 것으로 각 제후 세력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결과를 낳게 한다. 원술은 황실을 위협하던 이각 세력을 물리친 공으로 “초왕(楚王)”의 작위를 하사받고, 이준경 또한 최연소의 나이로 “후(候)”에 오른다. 이준경이 이 시대에 출현하면서 그간의 원 역사는 완전히 뒤틀리게 되고, 이준경의 꿈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현실화되어간다.
이 소설의 유명세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기존 작품들에 대한 실망감이 있던 터라 같은 수준의 글이겠거니 하고 무시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가지고 있는 전자책 리더로 읽을거리가 없을까 하고 검색하다가 이 소설의 1권을 무료로 구매할 수 있기에 호기심으로 다운받았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자 이런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1권을 단숨에 읽고 1부 전 10권을 계속 구매해서는 읽어야 될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출퇴근길과 퇴근 후 잠들 때까지, 그리고 주말 시간 내내 이 소설만 붙잡고 읽었으니 일주일 가까이를 이 책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삼국지 콘텐츠들을 접해본 내가 이 소설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삼국지 속 수많은 영웅들을 정사(正史)를 바탕으로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재현해내고 마치 내가 주인공 이준경이 되어 삼국지 속에 뛰어들어 삼국지 세계를 체험한다는, 일종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주인공 이준경은 현실에서 책장이 닳을 정도로 삼국지 책을 읽었던 것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따라서 삼국지 속 영웅들을 만나게 되면 실제 역사에서의 공적과 소설인 연의에서의 묘사가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특히 소설에서는 왜곡되고 축소된 인물들에 대한 정사를 바탕으로 한 평가와 설정은 새롭고 신선하기까지 한데, 예를 들어 연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원술의 책사 “한호”의 경우 원래 역사에서는 “둔전제(屯田制)”를 제안하고 장로 토벌에서도 큰 공을 세워 조조가 곁에 두고 아꼈을 정도로 책사로서, 행정가로서 유능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준경을 중용(重用)하고 자신의 총사직을 물려줄 정도로 능력 있는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방통의 경우 능력은 출중하지만 패기만만하고 허세가 넘치는, 조금은 경박한 인물로 그려내고 있는데, 이 또한 연의와 정사를 바탕으로 작가가 새롭게 창조해낸 인물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연의 속에서는 비중이 미미하거나 또는 왜곡된 인물들을 실제 역사에서의 평가를 바탕으로 새롭게 생명력을 부여하고 해석해서 기존의 삼국지 다른 인물들의 새로운 면면을 알게 해주고, 삼국지 원전에서는 담겨 있지 않은 유명 인사들의 어린 시절과 차츰 능력을 각성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읽는 재미가 꽤나 쏠쏠해서, 역사와 소설을 잘 알고 있는 이준경이 명사들을 만나서 깜짝 놀라고, 자신의 대의와 꿈을 설명하여 그들을 설득해 자신의 세력에 가담시키는 과정이 마치 코에이사의 게임 “삼국지”에서 유명 장수들을 채용하고 뿌듯해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마저 느끼게 한다. 즉 나를 이준경이라는 사람에 투영하여 실제 삼국지 세계를 가상 체험한다는 느낌 - 1인칭 시점 서술도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데 한 몫 한다 - 이라고 할까?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준경이 만나게 되는 삼국지 인물들이 이번에는 누구일까, 그를 주인공은 어떻게 설득해낼까, 그 인물들은 소설과는 다른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책 읽기를 쉬이 멈추지 못하고 계속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책에는 각 세력들의 유명 책사들이 벌이는 불꽃 튀는 책략 대결들이 펼쳐지는데, 오히려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삼국지연의보다 더 세밀하고 개연성 있게 그려내고 있어 책사들간의 두뇌 싸움이 꽤나 볼 만하다. 여기에 작가가 주인공이 명사들과 나누는 대화들에서 자주 인용하는 중국 고사들과 명언, 시구(詩句), 그리고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은 이 소설이 과연 장르소설이 맞는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역사소설 특유의 재미와 풍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익숙하지만 전혀 새로운 삼국지를 읽는다는 즐거움과 재미에 10권에 이르는 분량 - 전자책(e-book)이다 보니 종이책과는 분량이 다르겠지만 - 을 지루함 느낄 겨를 없이 단숨에 읽어낼 수 있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 소설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은데 우선 이야기 전개가 느리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주인공이 명사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전체 분량의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고, 사건들의 전개 또한 너무 상세하게 묘사하다 보니 각 사건들 분량 또한 만만치 않아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느리게 전개된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지만 1부 10권 분량을 읽었음에도 어떻게 전개될 지 종잡을 수 없고, 혹여나 결말 부분에서는 이야기와 사건들을 축약해서 서둘러 종료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마저도 들게 만든다. 몇몇 대체역사소설들이 처음에는 거창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후반부들어서는 뭐에 쫓기듯이 서둘러 이야기를 종결시키는, 아니 완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 다행히 이 소설은 연재 사이트인 조아라에서 완결되었다고 한다 -,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맺음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책사들의 지략 대결이 재미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쟁 장면이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다 보니 - 10권까지 전쟁 장면은 3~4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 삼국지 특유의 호쾌한 전쟁 장면을 기대한 분들이라면 심심(?)하게까지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삼국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다는, 즉 삼국지를 처음 읽는 분들에게는 묘미를 느낄 수 가 없다는 한계성 또한 어쩔 수 없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삼국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이 너무 장황하고 길어졌지만, 감상을 요약해보자면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그런 아쉬운 점들을 금세 잊게 만들 정도로 많은 장점을 가진, 그간 만나본 삼국지 “오마주” - 또는 “팬픽”, “페스티슈” 등 여러 가지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중에서는 단연 최고로 꼽고 싶은 참 재미있는 책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장르소설의 한계를 훌쩍 벗어나 정통 역사소설로써도 충분한 재미와 깊이를 느껴볼 수 있는 소설로, 또한 삼국지를 한번 이상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또한 그간의 원전 소설들과는 다른 뭔가 색다르고 재미있는 삼국지를 읽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최고의 읽을 꺼리가 될 수 있는 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많은 독자들이 남긴 이 책에 대한 평가나 전자책 판매 목록 상위를 늘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한 평가는 아닌 듯 싶다. 이제 이야기의 반환점인 1부를 끝마쳤다. 검색해보니 2부에서는 좀 더 극적이고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분량이 1부보다도 훨씬 많다고 하니 앞에서 언급한 “용두사미”에 대한 우려는 기우(杞憂)로 끝날 듯 싶다. 2부를 내처 읽고 싶은데, 다만 전자책은 띄엄띄엄 읽는 것보다 한 번에 몰아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하니 좀 더 출간되기를 - 2부는 아직 1권인 11권 밖에 출간되지 않았다 -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준경이 꾸는 꿈의 완성이,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삼국지 속의 영웅들이 펼칠 활약이 어떻게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