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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직설(直說)”, 사전(辭典)적으로는 “바른대로 또는 있는 그대로 말을 함. 또는 그 말(네이버 사전 발췌)”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견해를 우회하여 표현(곡설, 曲說)하거나 비유를 들어 말(은유, 隱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한다는 뜻 일 텐데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니 직설은 커녕 목청조차 높이기 어렵다보니 하고 싶은 말조차 내뱉지 못하고 우물우물 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개인간의 인간관계에서도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우리 사회의 모순과 위선에 대한 비판은 오죽 더 그럴까. “미네르바 사건”이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들에 대한 잇따른 고소·고발 사건들, 소신있는 방송인들의 잇따른 퇴출, 그리고 최근 들어 이슈화되고 있는 SNS 제재 시도 등 갈수록 할 말 다하고 살 수 없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사회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 “다하는” 그런 움직임들이 아직은 있어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해주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인 한홍구 교수와 서해성 작가가 지난 2010년 5월부터 1년 동안 한겨레신문 지면을 통해 각계 각층 유명 인사들과 나눈 인터뷰 글인 “직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서 “직설”의 인터뷰 글들을 몇 번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지난 1년 간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책으로 올곧이 만날 기회가 생겼다. 바로 <직설;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공저/한겨레출판/2011년 8월)>이 그 책이다.
이 책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2010년 5월 17일 한겨레신문이 창간 22돌을 맞아 시작해서 매주 금요일마다 연재하여 2011년 5월 12일 총 50회로 막을 내린 기획 기사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우선 인터넷부터 검색을 해봤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마지막 회(“[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진 팀이 이길 때까지! 유쾌해야 오래가지” 편, 2011년 5월 12일. 책에는 에필로그에 실려 있다)를 보면 기획했던 50회를 무사히(?) 마친 것을 행복하고 고마워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제4화 ‘민주당 천정배 의원’ 편(2010년 6월11일) - 책에서는 “DJ유훈통치와 노무현을 넘어|천정배” 편에 실려 있다 - 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독하고 비하했다는 이유로 유시민씨가 <한겨레> 절독을 선언했고, 이는 노사모로 옮겨 붙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급기야 1면에 사과문을 내보냈을 정도로 폐지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런 부담스러움을 이기고 약속했던 1년을 채웠으니 기획자나 대담자들로서는 분명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이 “직설”의 원칙은 첫째, 구어체로 떠든다. 둘째, 우아 떨지 않는다고 하는데 때로는 거칠고 상스러웠던 이유가 바로 이 원칙 때문으로 이로 인해 끝까지 ‘안티’로 남은 일부 독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읽어본 몇 몇 회들에서 타이틀 자체가 “직설”이다 보니 조금은 과하다 싶은 말들도 있었지만 그다지 심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진행했던 분들이나 신문사 측은 그런 비판들을 나름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책에는 지금은 작고하신 故 리영희 선생님부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총 36명과의 인터뷰 글이 “1부 통찰 혹은 구라”, “2부 분노의 무늬”, “3부 시대의 생각들”, “4부 그들의 변명, 그들의 희망” 등 총 4 부(部)로 나뉘어 실려 있고 각 부(部)마다 대담자인 한홍구 교수와 서해성 작가의 정리글들이 실려 있다. 인터뷰 대상 면면을 보면 앞에서 언급한 두 분 이외에도 유명 정치인들 - 천정배, 강기갑, 정두언, 박지원, 홍준표 등 -들에서부터 백기완, 유홍준, 조국, 고은, 진중권, 이만열, 최열, 안철수, 박원순, 이강택 등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주요 지식인들과 시민 단체 인사들, 류승완 감독, 김영희 PD, 김제동 등 방송· 영화계 인사들 등 유명 인사들이 총망라되었고 이 외에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이마트 피자 논쟁으로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었던 나우콤 문영진 사장과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홍대 청소 노동자 분들, 이주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 동안 이슈로 등장했던 분들까지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인터뷰이((interviewee, 인터뷰에 응한 사람)”로 등장한다. 보통 인터뷰 글들은 대담자(인터뷰어, Interviewer)의 질문에 인터뷰이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형식, 즉 인터뷰이의 답변 분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 이 책은 워낙 대담자들의 카리스마(?)가 세서 그런지 대담자들의 말 분량이 적지 않게 실려 있으며, 어떤 회에서는 인터뷰이 대답보다 대담자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기도 한다. 즉 정색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슈 - 주로 인터뷰이에 직접 해당되는 이슈가 대부분이지만 - 에 대하여 한홍구, 서해성 두 대담자와 인터뷰이가 주고 받는 일종의 담화 또는 토론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한 편 한 편이 오늘날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 사회 모순과 위선을 콕 짚어내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어 속 시원해지는 통쾌함과 함께 때로는 너무나도 견고하고 거대하기만 해서 결코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다시금 깨닫게 해줘 절로 한숨도 나오게 만드는 그런 글들이었다. 아쉽다면 신문 연재글이다 보니 한정된 분량에 많은 분들과의 이야기들을 담으려다 보니 좀 더 내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들고 싶다.
많은 분들과의 대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글을 꼽는다면 이제는 만나 뵐 수 없는 故 “리영희” 선생님과의 가상(假想) 대담을 꼽고 싶다. 리영희 선생님은 내가 다니던 학교 교수님으로 재직하셨던 터라 생전에 몇 번 그 분 수업을 청강(聽講)한 적이 있었음에도 그 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드물게도 선생님의 독자는 곧 제자가 되었습니다”라는 서해성 작가의 말처럼 나는 너무 뒤늦게 21세기 들어서야 선생님의 책들을 읽게 되고 나서 정신적 은사(恩師)로 모셨던 터라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대담을 끝내면서 마지막 남기신 말씀, “어느 세대에나 책무만이 아니라 이를 극복할 능력 또한 동시에 주어진다는 설 의심치 말기 바라네. 가보지 않았다고 해서 두려울 건 없지”라는 말씀이 물론 한홍구, 서해성 두 대담자가 가상으로 만들어냈겠지만 마치 선생님의 육성(肉聲)을 직접 듣는 것처럼 가슴 속에 큰 울림으로 남았다.
오늘(10/26) 아침 도올 김용옥 교수가 모 방송 강연에서 정권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 분량을 다 마치지 못하고 - 심지어 녹화가 완료된 분량도 방송하지 못한다고 한다 - 강의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는 기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정권 비판이 아니라 다른 이유라는 방송국의 해명도 있었고 아직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검토 단계라니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기사를 읽으면서 “직설”의 반대말은 “곡설”이나 “은유”가 아니라 바로 “침묵”이라는 이 책의 에피소드에 실려 있는 문구가 떠올랐다. 그래서였을까? 이 정권이 자신들에게 직언과 비판을 해대는 목소리들을 온갖 잣대를 들이대어 자꾸 “침묵”시키려는 이유가. 다른 목소리를 포용할 줄 모르는 자신들의 속좁음을 만천하에 광고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나저나.......이러다가 “나는 꼼수다” 마저 없어지면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하나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