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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범죄심리분석가”, 즉 “프로파일러(Profiler)”는 1972년 FBI가 이 수사 기법을 공식 도입하면서 시작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벌써 40여년 가까이 이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0년 부산 여중생 살인 사건에서 국내 프로파일러 권위자가 용의자의 성격이나 행동반경 등을 추론해내는 방송을 보도할 정도이니 이미 국내에서도 실제 수사에서 활용되는 수사기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케이블 TV를 보다 보면 프로파일러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들을 자주 만나게 되다 보니 나에게도 그리 낯설지는 않은데 몇 가지 작은 단서들만으로 범인의 성격과 행동유형, 심지어 신상 정보라 할 수 있는 성별· 연령· 직업· 취향· 콤플렉스 등을 추론해내는, 마치 “셜록 홈스”의 21세기 재림(再臨)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 영 현실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발 맥더미드“의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 <인어의 노래(원제 The Mermaids Singing/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6월)>도 그런 거부감 때문이지 시작하기가 어려웠던 소설이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 그런 거부감을 느낄 겨를이 없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긴장감과 재미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기존 추리소설과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영국 남부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소도시 브래드필드에 연속적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처음 두 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부인하던 경찰은 네 번째로 발견된 시체의 신원이 경찰로 밝혀지자 연쇄살인사건으로 인정하고 내무부 소속 국가 범죄 프로파일링 태스크포스 가능성 연구팀을 맡고 있는 “토니 힐”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강력반 여형사 “캐롤 조던”과 함께 수사에 나선 토니 힐은 그동안 살인사건들의 여러 단서를 토대로 범죄자를 밝혀내기 위한 ‘프로파일링“을 시작하는데, 기존에 살인사건을 전담해 왔던 크로스 경감은 그가 영 못마땅하게만 여기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토니 힐은 프로파일링 끝에 연쇄 살인범 "핸디 엔디” - 토니 힐이 붙인 가명 - 가 잘 정돈된 연쇄살인범으로서 살인 사이에 규칙적으로 8주라는 보기 드문 일관성을 가지고 있고, 이처럼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중 하나가 오랫동안 살해대상을 스토킹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한다. 그리고 다음 목표, 즉 다섯 번째 살인 대상이 네 번째처럼 경찰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수사팀에서 일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추론해낸다. 이런 추론이 제대로 들어맞아서 범인은 다섯 번째 대상을 이번 수사팀에서 선정한다. 그것도 처음 언론 인터뷰에서 연쇄살인사건 가능성을 부정했던 바로 토니 힐을 말이다. 과연 토니 힐은 연쇄살인범의 손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출간이 1995년이었다니 수사 현장에서야 프로파일러가 활동하고 있었겠지만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그다지 다루지 않은 그런 소재 - 물론 16년 전 작품이라 몇몇 장면에서는 지금과 같은 첨단 과학 수사기법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소품들도 등장하지만 -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은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살인과정을 그린 수기를 챕터마다 배치하고 토니 힐의 프로파일링 과정과 브래드필드 형사들의 수사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특히 셜록 홈스 뺨치는 과장된 요즘 미드에서의 프로파일링이 아니라 사건의 증거들과 단서들을 토대로 범인의 윤곽을 완성해내는 토니 힐의 프로파일링 기법을 상당히 설득력있고 현실감있게 그리고 있는데, 의자 두 개를 마련해놓고 한 의자에 앉아 맞은 편 의자에 범인이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범인에게 질문하면 토니 힐이 범인 의자에 가서 앉아 다시 답변하는 형식을 반복하는 장면들이나 실제 프로파일러들의 원고처럼 느껴질 정도로 범인의 심리와 또다른 범죄가능성을 세세하게 묘사한 토니 힐의 원고들이 그런 현실성을 더욱 뛰어나게 만든다. 다만 이런 프로파일링 과정이 이어지는 중반까지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데 후반 부문에 이르러 토니 힐이 범인에게 납치되고 케롤 형사가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어 추적하는 장면부터는 다시 긴장감과 스릴이 배가되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 가쁘게 책장을 넘기게 만드니 좀 지루하더라도 책장을 덮지 말고 조금만 더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런데, 국가 범죄 프로파일링 태스크포스를 이끌 정도로 전문가였던 토니 힐의 프로파일링은 이번 책에서는 실패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우선 자신이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범인이 자신의 주변 인물이었다는 것을 간과했고, 캐롤 형사가 제시했던 가능성인 “여장 남자”나 “성전환자”의 가능성 - 결말에 이르러 범인의 실제 모습으로 밝혀진다 - 도 막연히 뜬구름 잡는 수준의 이야기를 넣어서 자신이 가능성이 크다고 느끼는 다른 것들을 손상시키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프로파일링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실수를 범한다. 그렇다 보니 사건 해결도 그런 범인의 정체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던 캐롤 형사의 제안에 의해 해결 - 그래서 그런지 토니 힐이 캐롤에게 여러번 자신의 테스크포스에 참여하라고 권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 되는 어쩌면 다소 엉뚱한 결말을 맺는다. 물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토니 힐이 범인에게 납치되어 절대 절명의 위기를 겪는 장면이 이 책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끄는 장치이자 오히려 현실감을 더욱 끌어올리는 설정이라 할 수 있고, 토니 힐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서 처음 실제 프로파일링 수사에 나서는 토니 힐이 이어지는 시리즈들에서는 더 이상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는 베테랑이 되었을 거라는, 즉 좀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지만 말이다. 

지루한 면도 없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히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범죄 소설이었다. 이번 권처럼 조금은 불완전하면서도 천재적인 프로파일링 수사를 펼칠 “토니 힐”과 그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묘한 애정관계를 형성할 “캐롤 조던” 형사의 멋진 활약을 그려냈을 후속권들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이 작품이 영국에서 드라마화하여 크게 인기를 얻었고, 미국 CBS 텔레비전과 드림웍스 텔레비전이 판권을 사들여 CSI 제작진에 의해 미드로 곧 재탄생한다고 하니 조만간 드라마로도 만나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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