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 삶의 세밀화를 그린 아메리칸 체호프 클래식 클라우드 13
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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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알게되는 카버의 삶과 문학세계. 사이사이 소개되는 카버의 시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카버의 소설은 늘 정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것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시간이었다.

십대에 부모가 되어 가난에 허덕이고 알콜 중독으로 일어섰다 무너지기를 반복했던 카버. 그런 그가 마침내 말년에 얻은 그 평안함을 좀 더 누리지 못하고 가서 안타깝지만, 그의 무덤 머릿돌에 쓰여있는 시 <그레이비 Gravy>는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한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야. 나나 다른 사람들 누구나 예상한 것보다 10년을 더 살았어. 진짜 그레이비지. 그걸 잊지마.˝
<그레이비> 중

참고로 그레이비는 미국인들이 구운 고기에 부어 먹는 소스인데, 카버는 술을 끊은 후 ‘착한 레이먼드‘로 살았던 시기를 그레이비에 비유했다.

이 책을 읽고 카버의 <대성당>을 다시 읽었는데 작품들 안에서 카버의 모습이 보여 마치 카버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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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5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글도 멋져서 읽고 나면 원작 다시 읽고 싶어져요 ^.^

coolcat329 2021-02-05 13:3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직도 책 속 사진들이 기억에 남아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
 
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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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깐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모든 인간 관계에서 사랑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일어날 수밖에 없는 폭력,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다시피한 성의 폭력성을 작가 옐리네크만의 언어, 시선으로 가차없이, 무엇보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보여준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여성은 철저히 대상화되고 남자는 그 자체로 기준이 되는 세상에서 여자로서 나를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다시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에리카를 보며 인간이 자기자신을 극복해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성의 권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성의 영역을 여성이 다뤘을 때 세상이 보여주는 싸늘한 시선들에 맞서 일관되게 자신의 글쓰기를 해온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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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10-07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없어보였는데 쿨캣님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러고보니 쿨캣님도 고전문학을 엄청 많이 읽으시는군요 ㅎㅎㅎ
저도 달마다 읽고는 있지만 자주 읽기에는 버거운 감이 있는데 대단하십니다 ^^

coolcat329 2020-10-08 10:29   좋아요 0 | URL
엄청 많이 라고 하기엔... 부끄럽네요 ☺
늦게 읽기 시작해서 노력은 하나 마음같지가 않습니다. 너무나 빈약한 글인데 읽어 보시고 싶어졌다니 그저 감사합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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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직한 문화대혁명 시대 시골로 재교육을 받으러 간 두 청년의 이야기를 중국인 특유의 해학과 유머로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발자크로 대표되는 문학의 힘, 문학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매혹적이며 부드러운 힘이 사람의 숨결처럼 새어 나오는 듯 하다.

 

얇고 소품같은 책으로 긴 얘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재미와 감동, 촌스럽지만 이 두 단어로 충분하다.

대신 책 끝에 역자가 인용한 작가 다이 시지에의 말을 옮기고 싶다.(쓸쓸한 어투의...)

 

"생활 수준은 많이 향상되었어요. 그 산골 마을에도 가 보았는데, 이제는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더군요.(...) 유럽의 고전작품들이 도처에 있지만,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느라고 책을 거의 읽지 않아요. 우리가 뒤라스, 보르헤스를 발견할 수 있었던 80년대에는 굉장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문학을 사랑하는 마지막 세대였습니다."

 

문화대혁명 때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책은 마오쩌뚱의 <붉은 어록>뿐이었다. 소설 속에서 시골로 재교육 받으러 강제로 내려간 두 지식인 청년은 책을 훔쳐 몰래 읽고 그 중 화자인 나는 발자크 소설의 일부를 양가죽 점퍼 안에 베껴 놓기까지 한다. 

 

작가는 실제로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지목돼 문화대혁명 기간에 시골에서 재교육을 받았었고 그 때의 체험을 가슴 속에 간직했다가 글로 썼다. 당시 금서였던 서양의 문학들을 읽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경험은 작가에게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한다.

이런 시기를 견뎌낸 중국인들이 이제는 책 대신 텔레비전을 더 좋아하는 현실이 작가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하지 않았나 싶다.

 

책의 매력을 뒤늦게 알게 된 나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그래도 내가 텔레비전 볼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사실, 모르는게 많기에 앞으로 알게 될 것들이 켜켜히 쌓여 있다는 사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책 속에 있다는 사실이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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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9-20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은 문혁 시절에 재교육을 받고
이렇게 멋진 문학 작품은 남기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같은 시절의 같은 경험
을 하고, 중화제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
으니 그것 참.

페크pek0501 2020-09-21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매력을 알았다는 건 행운을 얻은 것과 같죠.
그러나 읽을 책이 세상엔 너무 많다는 게 저를 슬프게 합니다. ㅋ

coolcat329 2020-09-21 22:56   좋아요 0 | URL
따라주지 않는 체력과 집중력도요...😭
 
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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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다. 7월에 읽은 책인데 이제야 후기를 쓴다.

가난한 사람의 고통과 슬픔이 주고받는 편지 속에서 절절하게 베어 나오는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첫작품으로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가난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가난에 대한 논문을 써도 될 정도로 가난한 사람의 심리를 매우 인상깊게 보여주는 9급관리 마까르의 편지가 한 때 돈으로 인해 피폐했던 나의 삶도 생각나게 했다. 빈곤함의 정도야 물론 마까르를 따라갈 수는 없겠으나 타인과 비교되는 나의 초라한 모습, 그에 따라 더욱 고개를 쳐드는 알량한 자존심과 주위 시선에 대한 의식, 그럼에도 또 다시 찾아오는 박탈감은 가난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이젠 아무도 저를 존중해 주지 않습니다.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거예요."(p.144)

 

"바렌까, 제 목을 조이는 것은 사람들이에요. 그렇죠? 제 목을 조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느껴지는 불안감, 사람들의 수군거림, 야릇한 미소, 비웃음입니다." (p.153)

 

마까르는 가난 그 자체도 힘들지만 그 보다 더 힘든건 가난으로 인한 주변의 멸시와 조롱이다. 이런 마까르에게 바르바라는 너무 예민하다며 주위를 의식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는 현실에서 차디찬 모멸감을 숱하게 느끼고  부자들이 자신과 같은 부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가난에 무덤덤할 수가 없다. 늘 주변의 시선에 긴장해야 하고 자존심을 다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마까르가 바르바라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녀만이 자신을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저를 존중해 주시는 당신의 마음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게 가장 소중하다는 것입니다."(p.123)

 

내가 마까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은 같은 하숙집에 사는 그야말로 가난해도 이보다 더 가난할 수 없는 극빈자 고르쉬꼬프를 마까르가 도와주는 장면이다. 이 책에서 가난의 냄새가 가장 짙게 베어나오는 부분인데, 바르바라와의 서신 교환을 통해 마까르가 얼마나 가난한지 그 가난이 독자로서도 지긋지긋한데, 이 고르쉬꼬프가 마까르게에 돈을 빌리러 온 것이다! 현실적으로 도와주면 안되는데 지금 본인 앞가림도 힘든 상황인데 마까르는

은화 한닢이라도 간절히 바라는 고르쉬꼬프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빌려준다. 그래봐야 푼돈이지만 그것이 그에겐 전부였다는게 중요하다.

 

"저는 서랍에서 20꼬뻬이까를 꺼내서 그냥 다 주어 버렸습니다. 나의 소중한 이여, 좋은 일 아닙니까! 에이, 빌어먹을 가난 같으니라고! 저는 그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p.179)

 

현실적으로 답답하지만 나는 마까르라는 인물이 더 이상 비루하게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빌려주고 또 그의 가슴 아픈 사연에 귀 기울여주는 마까르가 인간적으로 참 아름답게 보였다.  동정,연민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다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토마시의 동정심이 떠올랐다.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감정의 여러 단계 중에서 이것이 가장 최상의 감정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토마시가 테레사를 떠나지 못한 것이 동정심 때문이었는데, 마까르에게도 이 동정심이 저런 행동을 낳은 것인가...그렇다면 동정심이야말로 쿤데라의 말대로 최상의 감정이 아닐까...

 

마까르는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부유한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어 문학적인 소양이 풍부한 바르바라와 꾸준히 서신을 교환하고 그녀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정신적으로 성장해간다.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나면서 당신은 제 어두운 인생을 환하게 비춰 주었고, 제 마음과 영혼에 밝은 빛이 들게 되었던 겁니다. 저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저도 다른 사람보다 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저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도 있고 생각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p.161,162)

 

실제로 그의 편지글은 뒤로 갈수록 문장력이 향상됨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한 거지아이를 보고 연민을 느끼며 이렇게 쓴다.

 

"머지않아 더러운 벌레같은 질병이 꿈틀꿈틀 그 아이의 가슴을 파고들테고, 죽음은 어느새 그 아이의 어둠침침한 머리맡까지 와서 기다리겠지요." (p.173)

 

죽음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그의 글은 처음에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썼던 그의 문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자신이 다니는 거리묘사,사람들 바라보며 느낀 생각들, 더 나아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비교하며 철학적인 사유까지, 어설프지만 자기만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 나가는 그의 발전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전에 비해 훨씬 나아진 제 문장력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여 주고 싶어서입니다. 당신도 알아차렸겠지만, 얼마전부터 저의 문체도 좋아지고 있거든요.(p.175)

 

글쓰기와 책읽기 그리고 바르바라와의 우정과 사랑 덕분에 그는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비록 현실은 이들의 고난을 감싸주진 않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모습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희망을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동정과 연민이야 말로 암울한 세상의 빛과 같은 것...

 

"'하느님을 위해서 한 푼 줍쇼' 라는 말을 듣고도 아무것도 안 주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롭습니다." (p.174)

 

"저는 고르쉬꼬푸를 진심으로 동정합니다.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p.180)

 

"그는 세상에서 버림받아 갈 곳이 없는 사람입니다.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p.181)

 

읽을 때마다 가슴을 적시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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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3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죄와 벌을 읽고 천재라고 생각한 작가예요.
슬프고 처참하고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죠.

coolcat329 2020-09-13 19:39   좋아요 1 | URL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에는 그런 인물들이 늘 나오나봐요. 다음에는 <죄와 벌>을 읽을 계획이에요. 댓글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9-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기 도끼 선생의 데뷔작이지
싶은데...

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고
나서 도끼 샘의 책들을 닐거 보겠다
작정만 하고서는... 뭐 그런 거죠.

coolcat329 2020-09-18 20:52   좋아요 0 | URL
네 첫작품 맞아요. 일단 도쿠가와를 끝내셔야 할 듯요 ㅎㅎ. 화이팅입니다!
 
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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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작가로 유명한 엔도 슈사쿠의 책을 7월에 처음으로 읽었다. 읽은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 다시 책을 꺼내 살펴보니 참으로 줄을 많이 쳐놨다. 평생을 신과 구원에 대해 고민했던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다.

 

종교는 진리는 찾아가도록 길을 인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의 삶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종교에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종교는 답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미리 답을 정해놓고 그 답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는 듯 하다.

어찌보면 종교도 주입식 교육이니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가 없음은 당연하다.

 

이 소설에는 카톨릭 신부인 오쓰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신부가 되기위해 프랑스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지만 그의 믿음에는'이단적인 구석'이 있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신의 사랑은 너무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서양 중심적이라 일본인인 오쓰는 그 사상에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결여되 있음을 느낀다. 그가 느끼는 신은 유럽의 기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생명'처럼 그 어디에나 있는 존재이다.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 (p.177)

 

"신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계십니다. 유럽의 교회나 채플뿐만 아니라, 유대교도에게도 불교도에게도 힌두교도에게도 신은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p.182)

 

"저는 오히려 신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계시며 각각의  종교에도 숨어 계신다고 생각하는 편이 진정한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p.184)

 

오쓰는 프랑스의 성직자 앞에서 이런 말들을 쏟아낸다. 기독교만이 절대라고 믿는 서양 성직자의 도도함 앞에서 그의 이런 발언은 '순종의 덕'이 부족한 이단적인 것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며 생각하는 오쓰에게서 나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았다.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 안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실현하고 구하고자 한 그의 정신과 행동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에는 각기 사연이 다른 4명의 인물이 나온다. 이들은 인도 단체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데, 무슨 사연으로 인도라는 나라를 찾게 됐는지,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인도를 배경으로 번갈아가며나온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강', 정확히 힌두교도들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찾아오는 성스러운 장소인 갠지스 강은 신의 손길처럼 한없이 자애롭고 더 이상의 차별이 없는 모두를 구원으로 이끄는 어머니와 같은 강이다. 우리 인간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감싸주고 받아주는 그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은 굉장한 위안이고 어찌보면 진정한 종교의 역할이기도 할텐데, 교리와 원칙의 노예가 된 종교는 인간에게 진리로 가는 길의 안내자가 될 수 없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 속에서 오쓰가 자주 읽는 <마하트마 간디 어록집>에 나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 (p.287)

 

우리는 같은 목적지(진리)를 향해 가는 모두가 가련하고 애틋한 사람들인데 왜 길이 다르다고 서로를 죽이고 미워하며 등 돌리는가...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신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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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9-18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이 엔도 슈샤쿠 선생이 돌아가실
적에 무덤에 넣어 달라고 했던 두 권
책 중의 하나가 아닌가요...

이번에 문지에서 엔도 슈샤쿠 선생의
<바보>가 출간되어 도서관에서 빌려
다 놓긴 하였으나 그놈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문에 당최 책을 못잡고
있네요.

뭐든 그 시리즈부터 다 읽고 난 다음에...

coolcat329 2020-09-18 20:54   좋아요 1 | URL
네 이 책과 침묵 같이 묻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도쿠가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