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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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직한 문화대혁명 시대 시골로 재교육을 받으러 간 두 청년의 이야기를 중국인 특유의 해학과 유머로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발자크로 대표되는 문학의 힘, 문학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매혹적이며 부드러운 힘이 사람의 숨결처럼 새어 나오는 듯 하다.

 

얇고 소품같은 책으로 긴 얘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재미와 감동, 촌스럽지만 이 두 단어로 충분하다.

대신 책 끝에 역자가 인용한 작가 다이 시지에의 말을 옮기고 싶다.(쓸쓸한 어투의...)

 

"생활 수준은 많이 향상되었어요. 그 산골 마을에도 가 보았는데, 이제는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더군요.(...) 유럽의 고전작품들이 도처에 있지만,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느라고 책을 거의 읽지 않아요. 우리가 뒤라스, 보르헤스를 발견할 수 있었던 80년대에는 굉장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문학을 사랑하는 마지막 세대였습니다."

 

문화대혁명 때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책은 마오쩌뚱의 <붉은 어록>뿐이었다. 소설 속에서 시골로 재교육 받으러 강제로 내려간 두 지식인 청년은 책을 훔쳐 몰래 읽고 그 중 화자인 나는 발자크 소설의 일부를 양가죽 점퍼 안에 베껴 놓기까지 한다. 

 

작가는 실제로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지목돼 문화대혁명 기간에 시골에서 재교육을 받았었고 그 때의 체험을 가슴 속에 간직했다가 글로 썼다. 당시 금서였던 서양의 문학들을 읽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경험은 작가에게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한다.

이런 시기를 견뎌낸 중국인들이 이제는 책 대신 텔레비전을 더 좋아하는 현실이 작가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하지 않았나 싶다.

 

책의 매력을 뒤늦게 알게 된 나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그래도 내가 텔레비전 볼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사실, 모르는게 많기에 앞으로 알게 될 것들이 켜켜히 쌓여 있다는 사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책 속에 있다는 사실이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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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9-20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은 문혁 시절에 재교육을 받고
이렇게 멋진 문학 작품은 남기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같은 시절의 같은 경험
을 하고, 중화제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
으니 그것 참.

페크(pek0501) 2020-09-21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매력을 알았다는 건 행운을 얻은 것과 같죠.
그러나 읽을 책이 세상엔 너무 많다는 게 저를 슬프게 합니다. ㅋ

coolcat329 2020-09-21 22:56   좋아요 0 | URL
따라주지 않는 체력과 집중력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