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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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작가로 유명한 엔도 슈사쿠의 책을 7월에 처음으로 읽었다. 읽은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 다시 책을 꺼내 살펴보니 참으로 줄을 많이 쳐놨다. 평생을 신과 구원에 대해 고민했던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다.

 

종교는 진리는 찾아가도록 길을 인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의 삶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종교에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종교는 답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미리 답을 정해놓고 그 답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는 듯 하다.

어찌보면 종교도 주입식 교육이니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가 없음은 당연하다.

 

이 소설에는 카톨릭 신부인 오쓰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신부가 되기위해 프랑스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지만 그의 믿음에는'이단적인 구석'이 있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신의 사랑은 너무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서양 중심적이라 일본인인 오쓰는 그 사상에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결여되 있음을 느낀다. 그가 느끼는 신은 유럽의 기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생명'처럼 그 어디에나 있는 존재이다.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 (p.177)

 

"신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계십니다. 유럽의 교회나 채플뿐만 아니라, 유대교도에게도 불교도에게도 힌두교도에게도 신은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p.182)

 

"저는 오히려 신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계시며 각각의  종교에도 숨어 계신다고 생각하는 편이 진정한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p.184)

 

오쓰는 프랑스의 성직자 앞에서 이런 말들을 쏟아낸다. 기독교만이 절대라고 믿는 서양 성직자의 도도함 앞에서 그의 이런 발언은 '순종의 덕'이 부족한 이단적인 것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며 생각하는 오쓰에게서 나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았다.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 안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실현하고 구하고자 한 그의 정신과 행동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에는 각기 사연이 다른 4명의 인물이 나온다. 이들은 인도 단체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데, 무슨 사연으로 인도라는 나라를 찾게 됐는지,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인도를 배경으로 번갈아가며나온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강', 정확히 힌두교도들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찾아오는 성스러운 장소인 갠지스 강은 신의 손길처럼 한없이 자애롭고 더 이상의 차별이 없는 모두를 구원으로 이끄는 어머니와 같은 강이다. 우리 인간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감싸주고 받아주는 그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은 굉장한 위안이고 어찌보면 진정한 종교의 역할이기도 할텐데, 교리와 원칙의 노예가 된 종교는 인간에게 진리로 가는 길의 안내자가 될 수 없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 속에서 오쓰가 자주 읽는 <마하트마 간디 어록집>에 나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 (p.287)

 

우리는 같은 목적지(진리)를 향해 가는 모두가 가련하고 애틋한 사람들인데 왜 길이 다르다고 서로를 죽이고 미워하며 등 돌리는가...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신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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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9-18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이 엔도 슈샤쿠 선생이 돌아가실
적에 무덤에 넣어 달라고 했던 두 권
책 중의 하나가 아닌가요...

이번에 문지에서 엔도 슈샤쿠 선생의
<바보>가 출간되어 도서관에서 빌려
다 놓긴 하였으나 그놈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문에 당최 책을 못잡고
있네요.

뭐든 그 시리즈부터 다 읽고 난 다음에...

coolcat329 2020-09-18 20:54   좋아요 1 | URL
네 이 책과 침묵 같이 묻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도쿠가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