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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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소유' 법정스님의 잠언을 류시화시인이 엮은 책이다.

우리네 앞모습은 '허상'이고 뒷모습이 '실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뒷모습보다는 더 멋진 앞모습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네 뒷모습은 지치고 피폐해지고 병든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에 '인간은 생의 1/3을 몽상하는 데 쓰고, 꿈을 꿀 때에는 깨어 있을 때 감춰두었던 전혀 다른 삶을 살며, 마음의 극장에서는 헛되고 폭력적이고 지저분한 온갖 소망이 실현된다.'는 내용이 있다.

지금도 내 머리 속에는 물질을 향한 허황된 꿈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그 꿈을 위해서 오늘도 로또를 사기 위해 허황된 발걸음을 든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 허황된 꿈이라도 꾸지 않으며 어쩌랴 하지만 '꿈'은 꿈일뿐. 이제 깰 시간이다.

법정스님은 '물질은 그 소유자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구속과 부자유를 주게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자신이 소유한 것의 소유가 되어 버리는 인간 삶의 허상으로부터 벗어나라고 말한다.'

아무리 미화하려고 해도 지금은 물신주의시대이다. 
우리의 한가지 소망은 '돈'이고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어진다는 내면 깊숙한 확신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법정스님은 이제 비우라고 말씀하신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도 필요이상의 것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면서도 더 채우기 위해 탐욕스러운 걸음을 재촉한다.
마치 오직 먹을 것을 향해 달음질하는 좀비들로 가득한 세상 같다.

아름다운 눈꽃은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가지에 피지 않는다.
나뭇잎이 없는 앙상한 가지에 핀다.

우리가 필요 이상의 것들에 대한 욕심을 비운다면 비운만큼의 자리에는 우리가 놓쳐버렸던 행복들로 채워질 것이다.
달음질하면서 보지 못했던 순간순간의 행복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그러면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말씀이 내 맘속에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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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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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는 새로운 시선을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고정관념이라는 틀 속에서 세상을 보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다니는 길에 무심한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그 길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이 실제 그 길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에 만난 길과 겨울에 만난 길은 분명 다를 것이다. 비 속의 길과 찬란한 햇빛 속에 길은 분명 다를 것이다. 
우리의 고정관념은 삶 속에서 순간순간 만날 수 있는 행복들을 그냥 지나치게 만든다.

박웅현씨는 스스로를 '새로운 시선을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선을 찾는 일은 고정관념의 틀을 허무는 일이다.
바로 내 옆에서 속삭이고 있는 행복들과 기쁨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지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는 비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고집스러운 내 속의 자아는 그들의 소리를 거부한다. 
인간의 자고의 끝은 세상과의 단절이다.
자연이면서 자연이 아니기를 고집하는 인간.
그런 내 속의 자고가 비의 소리를 막고 있다. 

낮은 자리로 내려가면 그 곳이 높은 자리고 높은 자리로 가면 그 곳이 바로 낮은 자리다.
비움과 채움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다.  

틀을 깨고 새로운 눈을 뜨려고 하면서 결국 새로운 틀을 만들고 있다.

다만 세상의 울림을 조금이라도 마음의 울림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도 스스로를 특별난 자리에 둔 인간의 속된 욕망이다.

"이 세상은 천재들뿐만 아니라 영웅들로도 가득 차 있다. 박웅현이 만든 광고의 메시지는 언제나 너희와 우리를 구별하지도 않고, 천재나 영웅을 보통 사람들에게서 떼어놓지 않는다. 천재나 영웅은 보통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세상은 보통 사람들이 바꾸어 나가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광고는 튀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맘을 잔잔하게 진실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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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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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계속했던 건, 상상의 경계를 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 사회적 자아가 견고하다고 믿었다. 즐거운 한때와 인생을 맞바꿀 만큼 분별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에 대한 과대평가, 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이 어젯밤 운명의 손에 내 목을 내주게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 속에 내재한 악을 약소평가한다. 또는 눈에 보이는 가식적인 모습이 자신의 전부인 양 속고 있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밝은 자리에 모인 '우리'는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며 빛을 내지만 어둔 자리의 '나'는 결코 사랑도 우정도 논할 수 없는 추한 존재이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나 바로 확인할 수 있지 않나? 스스로 알고 있지 않은가?

유진은 선천성 '파괴자'일까, 후천성 '파괴자'일까?
유진의 살인들은 피할수 있는 것이었을까?

어느 책에서 세상 가운데 어둠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전쟁으로 해소시킨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인간들이 범하는 각종 범죄로도 결국 다 해소하지 못한 악의 기운을 전쟁으로 풀어버리는 것이다. 

"깜부기불처럼 깜박대면 되살아나는 살인의 기억들, 어두운 공사장에서 느낀 충만한 감정과 경이로운 기분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살인 후 유진이 느끼고 있는 감정들)

3류 좀비 영화에서 '인육을 먹어보지 못한 좀비는 있어도 인육을 한번 밖에 먹지 않은 좀비는 없다."라는 대사를 본 적이 있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사이버상 유선상 떠돌아다니는 타인의 고통의 순간들을 가학적인 쾌락의 눈으로 본다.

악이 주는 쾌감은 마치 마약과 같은 것이다. 의지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유혹인 것이다.
주인공 유진은 악에 중독된 것이다.

세상 가운데 신의 사랑은 치료제이면서 진통제이다.
인간 속의 악을 통제하기도 하고 치료하기도 하니까.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에 따르면,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다. 그리고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일 수 있다."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오늘도 나는 내 속의 낯선 그것과 마주한다.
나와 유진이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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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정복의 법칙 - 남의 땅을 빼앗은 자들의 역사 만들기
데이비드 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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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는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우월적이며 환경을 정복하고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정복해야 할 환경에는 자연 뿐만 아니라  서구에 속하지 않은 타 민족도 포함된다.


서구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는 분명 뛰어난 것이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뛰어난 사상이 서구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비서구를 앞서고 나아가서는 정복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서구사회에 적용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도 결국 소수 시민권자에게만 국한된 것이었다. 서구는 비서구지역의 전제주의를 지적하며 그 후진성으로 쇠퇴했다고 말하지만 서구도 결국 조금 더 많은 소수에 의한 전제주의나 다름없다.


서구의 발전은 우수한 사상의 덕이라기 보다는 '지배와 정복'이라는 공격적인 성향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것같다.
세상을 지배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인류가 아닌 기독교를 매개로 한 서구만을 위한 명령이라고 그들은 이해한 듯하다. 더구나 육식 위주의 식사는 서구인들의 공격성을 더욱 커지게 했을 것이다. 


이 책은 서구의 욕심과 탐욕으로 인한 공격성이 세계역사 가운데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욕심과 탐욕으로 시작된 대항해시대, 그리고 우연히 발견된 신대륙과 (그들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미개한 원주민, 이러한 조건 속에 서구의 공격성은 폭발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일말의 고귀한 정신(?)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고, 이 부끄러움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도 함께 기울이게 된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은 원주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미화하고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제식민시기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그러한 것이다.
미개한 사회가 자신들로 인해 경제적, 문화적으로 문명화되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세계의 역사는, 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이 살고 있는 땅을 침입하고, 다시 밀려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침입하고, 또 다시 밀려나는, 끊임없이 파도치는 인구 이동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진화론처럼 약육강식의 시대에 강한 공격성과 힘을 지닌 서구가 주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파도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역사의 흐름에 편승해 파도가 될 것인가? 아니면 파도를 맞이 하는 또다른 신대륙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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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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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혜처럼 누구나 꿈을 꾼다.
그것은 일탈의 꿈이다. 자아 깊숙한 어둠 속을 향한 꿈이다.
영혜와 그녀의 언니가 다른 것은 단지 무엇인가 그 어둠 속을 향한 여행을 하지 않도록 잡고 있는 이 쪽 세상의 끈이 있는가이다.


예술과 욕망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처제인 영혜와 섹스를 한 그를 우리는 욕한다. 하지만 우리 맘 속 깊숙한 곳에는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한 욕구가 우리 삶을 삼키기 위해 조용히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그를 욕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것을 그가 이미 정복했다는 것에 대한 질투가 아닐까?
우리 속에 깊고 강렬하고 탁한 냄새와 옅은 어둠 속에 있는 그것들이 화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남역 묻지마 살인으로 우리 시대 속에서 일탈하며 떠들썩하게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는 그들은 결국 그들이 아닌 그 어둠 속 그것들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일탈을 꿈꾼다. 현대 사회의 숨막히는 규제와 질서 속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욕구에 따라 살아가는 자유로움을 내면 깊숙이 그린다.


이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모습을 이미 만들어놓았고 세뇌시키고 있다.
이러한 세뇌로 인해 우리는 이성이라는 틀을 만들고 이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고 있다.


일탈의 범위는 주위 사람이 용납할 수 있는 정도와 용납할 수 없는 그 이상이 있다.


우리는 전자의 일탈을 통해 내면의 그것들을 겨우겨우 통제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사회의 과도한 압박은 내면의 그것들을 더이상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게하고 결국 거대한 폭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밀고 가고 있다.


어쩌면 영혜는 그것들을 완전히 내면에 묶어버림으로, 그녀를 범한 그는 그것들에게 집어 삼켜져 더이상 자기가 아닌 그것들이 되어버렸는지도.
다만 영혜의 언니만이 6살난 아들 지우라는 세상의 끈에 연결되어 끊어지지 않는 아슬아슬한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삶가운데도 끊임없는 일탈의 욕구가 나를 압박하고 있다.
마음 속 깊숙한 그것들이 마치 진정한 나인양 주장할 때마다 나는 더욱 또다른 만들어진 나로 겹겹히 둘러쌓고 방어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진정한 나는 사라져 찾을 수가 없고 결국 나 아닌 나들로 내 삶은 피로해져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결말로 나를 이끌어간다.


결국 모든 것들이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누군가를 위하는 것이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폭발을 우리는 모두 욕망하고 있다.
'자기애'는 모든 사람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의 중심에 있고 그것이 진정한 나이면서 또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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