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놀랍지 아니한가? 삶은 도처에서 진행되고 의식 있는 타인은 바닷속 불가사리만큼 많다. 여기 절대로 다정하다고는 할 수 없는 올리브 키터리지가 있다. 그녀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간은 혼자라는-과 결코 닿을 수 없는 타인의 경계 사이에서 종일 머뭇거리다 잠이 든다. 우리도 그렇다.
누군가 나에게 글쓰기에 관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서슴없이 이 책을 추천하겠다. 기술적 방법론을 설명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처럼 존재로서 글쓰기를 통해 삶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책은 많지 않다. 쉽게 내뱉는 일상언어와 관용구는 나와 세계를 고정하고 정형화시킨다. 지겨울 만치 반복되는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며, ‘실질적 정직’의 자세로, 촘촘히 엮은 단어와 문장의 그물은 우리를 삶의 정수로 이끌어 준다. 좋은 글은 덤일 뿐이다.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책을 그래픽 노블로 만든 작품들이 많아져서 좋긴 한데, 문제는 원작을 안 본다는 거. 집에 <시녀 이야기> 소설책도 있는데 이걸 봤으니 원작을 볼 일이 더 요원해 졌다는 거..^^;;
책이 작고 얇아서 아무 생각 없이 덤으로 빌린 건데 의외로 괜찮았다. ‘생의 약동’, ‘직관’, ‘지속’ 등의 주요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베르그송의 저작을 무지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 성공 아닌가?ㅋㅋ 주워들은 바로는 그의 저서는 노벨 문학상에 걸맞게 문장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참고로 이 책에 따르면 역대 노벨 문학상 지명자 중에 철학자 출신은 5명이다. 루돌프 오이켄, 앙리 베르그송, 버트런드 러셀, 알베르 카뮈, 마지막으로 실존적 자유를 위해 수상을 거부한 장 폴 사르트르까지)
이 책은 채식과 동물 윤리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논의를 보여 준다. 내용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으나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태도다. 육식을 옹호하고 채식에 반대하는 여러 주장에 대해 객관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로 차분하게 대응한다. 그들의 주장이라도 받아들일 건 수용하고 인정하는 태도는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다.(특히 철학 분야에서는^^;;) 피터 싱어 같이 강하고 완고하게 주장하는 부류와는 반대 느낌이다. 둘 다 장, 단점이 있으리라. 역시 믿고 읽는 김성한 교수님의 번역이다. 어쨌든 관심 있는 분께 강추~